날개옷

                                                노 정 숙

파란 수평선 너머 날아온
부처나비 한 마리
어디선가 본 듯한 저 나래짓
엄니 꽃상여 타고 갈 때
앞장서 가던 나비 같아라
횃대에 걸린 후줄근해진 옷을
불 속에 던져 태우던 날
하얀 연기는 샛강을 따라가고
엉겅퀴 가시가 남아
정신없이 찔러댔다
나비야, 나비야
내 옷 줄게 네 옷 다오
꽃밭에 들어가서 나비
온기 남은 옷을 걸치고
무엇에 홀린 것 같은 나를
우물 앞에 세운다
나비야 청산가자, 나비야 청산가자

＊작가 노트

▲ 노정숙 시인

이 세상 누구보다 뜨겁게 살다 간 엄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린다. 가을이 오기 전에 서쪽 하늘에 별이 됐다. 가끔 엄니를 찾아 꿈속을 헤맨다. 시들고 있는 내 모습과는 다르게 싱그러운 꽃으로 피어있다. 텃밭에 꽃을 심고 가꾼다. 무의식 속에서도 늘 함께 있다. 나비가 되어 나를 찾아와 편히 쉬어 가기를 바라는 내 작은 소원을 담는다. 호랑나비 한 마리 꽃잎에 앉아서 졸고 있다.

노정숙 시인은 『문학도시』 시 부문에 등단하였으며 시낭송가, 부산문인협회 봉사차장, 새부산시인협회 이사, 강서문인협회 ․ 시가람 낭송문학회 시낭송 강사, 낙동강 시낭송회 회장을 맡고 있다. 시집으로「비꽃」외 1권이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