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 가는 날

                                                손 해 영

성묘 가는 날
폭염은 한풀 꺾이고
가을바람 서성거린다

불혹의 장남과
범어사 명부전에 영정으로 계신
어머님 전에 엎드려
엷은 빗방울은
눈물이 되어 가슴을 적신다

대웅전 불빛에 이우는 불빛
기도드리는 막내딸
생전에 못다 이룬 꿈
함께한 가난
자식 사랑으로 사시다가
안심료 뜨락에
바람으로 누우시던 날

산천초목도 휑하여 슬픔이 더하였는데
빛바랜 사진의 그리움에 젖는다

*작가노트

▲ 손해영 시인

가을이 되면 어머니가 그립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감성은 아니지만 선명한 하늘을 보면 어머니의 마음 한 폭이 더 간절히 그리워진다. 손주의 빨간 볼을 꽃이라 부르시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불혹의 나이가 된 장남을 보면서도 언제나 어머니 앞에선 막내이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 없다. 당신의 외손자와 함께 어머니를 뵈러가는 가을의 모습은 오늘도 슬픈 듯 젖어든다.

손해영시인은 『한맥문학』 시, 『영호남문학』 수필 부문에 등단하였다. 영호남문인협회 이사, 알바트로스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