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人山 김 만 옥

먹는 것에만 맛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고 듣고 말하는 것에도
다 각각의 맛이 있나니
신맛 짠맛 뜨거운 맛......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궁금한 맛들
세상에 맛이 없는 것은 없나니

살맛 죽을 맛을 늘 곁에 두고
하루에도 몇 번씩
얼었다 녹으며 사는 인생인데
어느 인생인들 맛이 없겠는가.

잘 삭혀져 숙성된
그리움에 젖어 사는 사랑도
쓴맛 단맛 다 맛보았나니
맛을 모르는 사랑이 어디 사랑이더냐

이 세상 그 누구도
혼자서는 맛을 내지 못하는 법
부딪히고 깨어지면서 맛을 내나니
맛이 없는 인생이 어디 인생이더냐
맛을 모르는 사랑이 어디 사랑이더냐

*작가 노트

▲ 김만옥 시인

삶의 현장에는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우여곡절과 숱한 피눈물 나는 사연이 얼마나 많겠는가. 불황과 취업난으로 2030세대 젊은이들은 연애, 결혼, 출산에 이어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 세대’ 에, 꿈과 희망까지 놓아버린 ‘7포 세대’ 까지 등장하였다.

IMF를 겪으며 뜨거운 맛을 톡톡히 본 가장들 역시 녹녹치 않은 현실 속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얼었다 녹으면서 살맛과 죽을 맛을 늘 포켓 깊숙이 간직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 속성이 그러하듯 아름다운 사랑 또한 쓴맛 단맛을 다 본 후에 잘 삭혀진 그리움을 숙성시켰을 것이고, 넘어지고 부딪혀 깨어져야만 비로소 매운맛이든 비릿한 피맛이든 맛을 낼 수 있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 맛을 모르고서야 어찌 사랑을 논할 수 있을 것이며,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생인데 세상에 맛이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김만옥 시인은 시인, 수필가, 시조시인, 아동문학가이다. 월간 국보문학 작가협회 회장, 부산솔잎시조문학회 회장, 실상문학 작가회 편집장이며 주간 한국문학신문 기자이다. 공무원문예대전 행정안전부장관상수상외 다수 수상하였으며, 시집으로는「당신이 내게 빌려준 시간동안」외 공저 다수가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