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실은 엘리베이터

                                               신 용 기

사각 공간 수직으로 서서
버튼 하나로 오르내리며
아침이면 활기찬 출근 길 반가운 이웃
저녁이면 느긋하게 귀한 인사 나누지
 
향수 냄새 구수한 반찬 냄새
11층 여류 시인의 향은 진하고 독특하며
9층 아저씨 문학 냄새와 맥주 향은
장미꽃보다 신비로운 과일 향 풍기니
사랑하는 사람들의 향이 배어 있다
 
까만 새벽 8층 교장선생님 사우나 행
이어서 신문배달원 우유 아줌마
중·고생들 등교가 끝나면 직장인 차례
이윽고 초등학생들이 내려오는 순서
15층 초등학생 예절 바른 일등 배꼽인사
한 통로 서른네 집 애환을 담고
오늘도 작은 숨소리 사랑을 나른다
 
달맞이꽃처럼 조용히 밤을 밝히는
콘크리트 문화 앞서가는 선두주자여
거기에는 사랑과 인정과 향기가 있다

*작가 노트

▲ 신용기 시인

아파트 문화는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가족 형태가 종전의 대가족제에서 핵가족으로 변화하였으며, 아파트는 이러한 핵가족화 현상에 걸맞은 주거 형태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의 이면에는 아파트 문화의 폐쇄성이 상존하여 현대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단절과 격리 현상은 인간 소외의 문제를 야기하였으나 최근에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주거 문화가 주택에서 아파트로 변화하면서 아파트의 발달 또한 눈이 부실 정도로 빠른 발전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민 아파트의 아침 출근 풍경을 진솔하고 낭만적으로 표현한다고 하였으나 탄성이 솟아오를 정도는 아니고, 사람사랑 이웃사랑의 정을 듬뿍 담았다고 생각하며 삶의 긍정적인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의 일상생활의 아파트 공간에서 나의 언어는 ‘샤넬 향기’와 ‘맥주 향’ ‘럭스 비누’ 내음 등으로 대처해 놓았기에 난해한 어구는 찾아볼 수 없이 순수한 내용이라고 본다.

다정한 미소로 시작되는 우리 아파트의 일상의 시작은 오늘도 힘차게 전진하고 있으며,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화선지 위에 고운 색상으로 아로새기는 유화에 가까운 글을 쓰고 싶다.

신용기 시인은 『문예시대』 시부문 및 『현대문예』 수필부문에 등단하였다. 현재 광주광역시시인협회와 영암문학회 부회장, 부산문학인아카데미협회 이사이며 시집「빨간 립스틱과 맥주」외 3권이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