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그곳

                                                 조 창 용

▲ 사진 최인숙

그곳에 가고 싶어
걸어 걸어왔습니다
멍에 짊어지고 무거운 걸음으로
서툴고 서툴게,
더디고 더디게
눈물로 가슴을 적셔가며
수평선에 떠가는 돛단배로
안개 속 나부끼는 애절한 갈매기가 울음으로
세월의 바다에서
강물처럼 흘러왔습니다
이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또, 가야 할 그곳
흐트러진 모양 다듬으며
바람처럼 구름처럼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작가 노트

▲ 조창용 시인

그곳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길을 내놓지 않겠지요? 이런 질문을 하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궁금해서가 아니라 의심해서가 아니라 이곳이 불편할 때였습니다.

강물은 그 끝의 다른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서둘지 않으나 꾸준히 흘러갑니다. 시간을 서둘지 않고 길을 멈추지 않고 가는 강물이듯 나를 알고 있는 그곳으로 가는 걸음을 한시도 멈추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고백은 나의 걸음으로 통합니다. 느리지만 가겠습니다. 내가 입은 옷을 그대로 입고, 추스르겠습니다. 당신이 주신 오늘의 달란트를 감당해 가려고 하며 주신 걸음대로 걸어가겠습니다.

조창용 시인은 계간 『시의 나라』로 등단하였으며, 현재 (사)부산시인협회 이사장, (사)부산장애인총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국민훈장 석류장과 한국장애인문화예술 대상 및 국무총리상 등 다수 수상하였고, 시집으로 『새가 되어 오리라』 외 다수가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