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으로 너를 메울까

                                                 문 인 선

▲ 사진 이정덕

구멍 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

낮에는 시린 바람이 들락거리고
밤에는 독주로 채우는
시린 구명을 가진 서러운 이여
내장 없는 통닭처럼 뻥 뚫린 동굴
무슨 꽃잎으로 속절없이
헐어진 그 성터를 메울 수 있을까
키워진 강아지도 애가 타는지
방도 없어 제 꼬리만 흔드네
모난 곳 없는 저 만월이면 어떨까
둥지로 날아가는 허공의 새에게 물어보네
산빛 하나 물빛 하나
절간의 풍경소리 성당의 기도소리
살살 녹여서
토우를 빚는 도공의 손길로 그 마음 어루만져
메워볼까
슈베르트, 베토벤, 모차르트 모두 불러
가슴 흔드는 그 아름다운 선율로 메워볼까
아, 내가
봄 햇살이 될 수만 있다면
봄바람과 함께 너에게 닿을 수만 있다면....

*작가 노트

▲ 사진 이정덕

엄마손 약손이란 말이 있다. 어릴 땐 그 말을 믿었다. 정말 우리에게 약손 하나씩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아니면 꽃 같은 마력이라도 갖고 있든지 ... 꽃을 보고 짜증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떤 꽃이든 보는 순간 행복해지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늘 생각한다. 나도 꽃같이 누군가에게 그런 기쁨과 위안, 행복을 줄 수 있는 존재이기를 바라보곤 한다.

상처 하나를 안고 많이 힘들어 하는 지인이 있었다. 도움이 되지 못한 안타까움을 표출한 시다. 행여 누구든 상처 난 가슴이 있거들랑, 잊지 마시라. 당신의 곁에는 늘 당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 시가 누구라도 가슴 시린 이에겐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

문인선 시인은 시낭송가이며 문학평론가이며 경성대학교 시창작낭송아카데미 주임교수이다. 부산시협, 통영문협, 전국낭송대회심사위원장 외 다수, 한중윤동주문학상 심사위원장, 전평화방송시해설과 낭송담당, 문협회장상 외 다수 수상, 시집<날개돋다>외 다수가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