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러면 될 것을

                                          연주 강복임

허기진 밥상 앞에
눈물 같은 그리움이 펑펑
목이 메이도록 입안 가득 퍼 넣었다

머그잔 가득 술을 물처럼 채우고
마른기침소리 하나 되는 찰나
무엇도 아닌 것을
무상의 번뇌로부터의 자유

속박의 밧줄을 잘라 내고
영혼마저 자유로운 나의 자아로
물처럼 흘러 보내면 될 것을

겁 없이 덤벼든 욕망 앞에
충혈된 눈빛에 담겨진 그늘마저
모두 비워야 해 모두 비워야만 해

내려놓고 비우고 비워내면 될 것을
그냥 그러면 될 것을
이름 없는 들꽃처럼 살다가
홀연히 떠나가도 될 것을
그냥 그러면 될 것을

＊작가노트

▲ 강복임 시인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무언가를 가지려고만 한다. 빈 몸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인 것을 늘 허기진 마음을 채우려 발버둥 치며 살아간다. 조급증과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한 세상, 늘 다른 사람을 원망하며 분노를 표출하려한다. 조금은 내려놓고 쉬어가는 마음, 주위를 둘러보면 소중하고 고맙고 감사한 것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이제는 비우는 연습을 해보자. 그래야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강복임 시인은 『계간청옥문학』 詩 부문에 등단하였으며 부산문학인아카데미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계간 「시와늪 작가상」 외 다수가 있고, 시집으로는『아버지의 꽃밭』을 발간하였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