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침묵

                                                  박 정 숙

호포로 가는 전철 안에는
사람들이 새처럼 가볍게 앉아 있다
손에 든 휴대폰 화면을 톡톡 쪼며
바쁜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눈먼 손가락 끝으로
네모난 입술과 나누는 맛있는 대화
우주 공간에서 
빛을 향해 날아다니는 말
문자가 되는 순간
목소리가 없다
침묵 속에서  
보이지 않는 얼굴과 나누는
생의 깊이 있는 이야기
붉은 입술 앙다물고
종달새가 되고 싶지 않은
입술 없는 사람들

침묵이 스스로
의자 밑으로 내려앉는다

*작가 노트

▲ 박정숙 시인

지하철을 타고 보면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고 고개 숙이고 화면에 시선을 꽂고 있는 남녀노소 기계와 사람이 나누는 대화소리가 없다. 침묵이다.

박정숙 시인은 경남 통영 출생이며, 『문학광장』 시 부문 신인상과 『문학도시』를 통하여 등단하였다. 부산문인협회 회원, 연제문인협회 이사, 효원시문학 회장, 한국현대문학작가연대 회원, 재부통영향우회 사무차장이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