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황시언

나랑 밥 먹을래? 나랑 잘래?
실핏줄 가득한 아이의 홍채
드라마 속 대사처럼 담겨 있는 돌확 속을
하늘나라 박물관 소년이
오후 내내 내려다 보고 있다

* 작가노트

▲ 황시언 시인

나를 첫사랑이라고 외치고 다니던 소년이 하늘나라로 거주지를 옮긴지도 벌써 세 번의 봄을 맞고 있다.
스님도 아니면서 고기도 생선도 입에 담지 못하던 녀석이 소주는 어쩜 그렇게 물 마시듯이 들이켜 대던지…….
그렇게 쉰 해를 채우지 못하고 영원히 오지 못하는 곳으로 소풍을 떠난 것이다.

소년이 떠나고 나 홀로 찾은 박물관의 여기저기에는 금방이라도 소년이 불쑥 다가설 것만 같다.
7월이면 아라홍련이 피었다면서 새벽에 출근하여 눈곱도 띠지 않은 아즘씨에게 전화질이다.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동트기 전에 담는 홍련의 꽃잎이 가장 청초하고 예쁜 게 나를 닮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소년의 안부가 언제나 궁금하다.
늦은 오후 박물관을 배회하다가 우연히 돌확 속을 내려다본다.
하늘나라 소년의 눈과 딱 마주친다.
지금도 쟁쟁 거리고 있다.
‘나랑 밥 먹을래? 나랑 잘래?’
녀석 아직도 연기자가 꿈이라는 듯 대사를 잘도 외우고 있다.

황시언 시인은 함안 군북 출생으로 계간 『시선』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난 봄이면 입덧을 한다』와 『예쁜 예감』이 있다. 현재 사회복지사와 고향 신문사에서 문예부기자로 활동 중이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