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도화圖畵

                                                김 소 해

색이라 할지라도 어찌 다 그립니까
당신이 깊어지면 색은 외려 줄어들고
응답을 기다리다가 모서리만 건드립니다

일렁이는 숲 한 자락 그린다 하더라도
초록 물든 여백에는 건네야 할 말이 쌓여
화폭에 받아 어릅니다 반짝이는 햇볕까지

가는 대로 붓을 따라 모퉁이 돌아들면
수사는 죄다 벗도 통점 없는 길입니다
옆모습 언저리에는 귀에 익은 발소리

*작가 노트

▲ 김소해 시인

초록의 계절이다. 초록 숲에 들면 의욕을 잃어가던 내 심장이 다시 박동 친다. 아마도 생명의 빛깔은 초록이리라. 숲, 호수, 바다, 하늘 모두 푸른색으로 활기를 준다. 그래서 산소를 표시할 때는 푸른색으로 나타내나 보다. 초록 숲에 들어 심호흡을 한다. 신비의 공기가 흐르는 초록 여백에 내 마음을 얹어 행복한 그림을 그린다. 잊었던 사람이 찾아온다.

김소해 시인은 『현대시조』를 통해 등단하였으며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당선,한국시조시인협회상 외 다수 수상하였다. 시집으로『투승점을 찍다』등 3권의 작품집과 현대시조100인선 『하늘빗장』이 있다. 2014년『투승점을 찍다』가 세종우수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