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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뉴스 디카수필> 박종규, 없는 것만 있는 세상
김영미안  |  anteaj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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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7  09: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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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것만 있는 세상 

                                               박 종 규

   
 
승객 80여 명을 태운 여객기는 나이깨나 먹어 보인다. 화창한 날씨에 하얀 구름층을 벗어나 비행기는 공항 활주로에 미끄러져 내리고 있다.

첨단 기술은 큰 배를 태산보다 높이 띄우고 나비처럼 내려 앉힌다. 그런데 착륙하려고 속도를 줄이던 비행기가 돌연 엔진 출력을 최대로 높인다. 비행기는 다시 활주로를 차고 올라 구름층에 다다랐고, 허공에 떠서 움직임이 없다. 기내에는 범상치 않은 고요가 흐른다. 비행기 사고의 대부분이 마의 11분에 발생한다고 한다. 이륙 후 3분, 착륙 전후 8분이니 지금이 그 시간대이다. 생각하기 싫은 상상이 머릿속을 헤집어 든다. 태산이 내려다보이는 하늘 높이에 떠서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불안하다. 다른 승객들도 지금 죽음이라는 달갑지 않은 단어를 떠올리고 있을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실제상황으로 밀려온다.

죽음은 어떤 식이든 숙명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 그 순간 내 모든 세포의 사멸이 시작되고 나라는 존재는 서서히,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이런 두려움이 영생이라는 소망을 만들어내고 그곳에 영원한 삶을 베푸는 신을 앉혀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일까. 정말 영생이 있다면, 죽음이 없는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생길까.

영생이란 생물학적으로는 생성 세포와 소멸 세포의 영원한 균형을 의미한다. 균형과 질서만이 존재하는 무탈의 세계다. 죽음이 없다면 조국을 위해, 사랑을 위해 목숨 걸 일이 없을 터이다. 길흉화복이 없는 영생은 결국 없는 것만 있는 세상이 아닌가. 인생은 절대자의 존엄이 내린 영생을 얻기 위해 평생 종노릇 하는 여정이고, 천국에 가서도 절대자를 오래도록 찬양하며 살아야 하는가? 가치 개념이 없는 내세에서의 영생을 위해 현세를 살 것인가, 아니면 영생을 포기하더라도 인간답고 가치 있는 현세에서의 삶에 충실할 것인가. 종교의 가르침대로 인간의 이성으로 닿지 못하는 부분은 절대자의 몫으로 돌리고 신의 명령대로 무조건 믿어야만 하는가.

생각이 육신을 벗어나는 것이 죽음이라 했다. 생각은 영혼이 담긴 그릇이다.『티베트 사자의 서』에서는 죽음을 헌 옷을 벗는 순간이며 새로운 시작이라 했다. 인간의 시원(始原)에 대한 담론에 다시 불이 붙었으나 쏟아지는 정보 속에 혼돈만 커지고 있다. 사후의 일은 사후에 알게 되는 것, 살아 있는 동안은 오로지 현세에 충실하면서 절대자의 다음 카드를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십여 분 뒤 비행기는 불안을 떨쳐 버리듯 나비처럼 사뿐하게 착지(着地)한다. 비행기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우리는 그 착륙의 순간에 맘을 졸였고, 그날 저녁에는 생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건배를 들었다. 일정에 뜻밖의 일이 있었다. 뜻밖의 일은 기억 거리로써 여행을 추억의 갈피에 들게 한다. 우리네 인생이라는 긴 여행이 그런 것처럼.

   
▲ 박종규 작가
박종규 작가는 소설과 수필을 쓴다. 저서와 미술을 융합, ‘문학 행위예술’을 통해 문화소외지역을 순회하며 11년 째 저서 기증활동을 벌이고 있다. 수필집으로는『바다 칸타타』(2007)와『꽃섬』(2015)이 있고, 장편소설『해리』를 곧 출간할 예정이다.

* 부울경뉴스에서는 《디카수필》 원고를 모집합니다. 디카사진과 함께 편집한 원고를 보내주시면 검토를 거쳐 부울경뉴스에 소중하게 게재하겠습니다. 작품을 보내실 때는 간단한 작가프로필과 함께 연락처(휴대전화), 메일 주소를 기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원고 보낼 곳 sense68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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