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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자작추천시> 손은교, 손, Rhapsody
김영미안  |  anteaj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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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2  07: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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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Rhapsody 

                                                 손 은 교

   
 
그대여 
땅과 하늘에서 내민 두 손이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도
잡혀지지 않는 그림이 있습니다

구원을 받으려는 땅의 손과 구원을 하려는
하늘의 손은 안타까이 맞닿을 것 같으면서도
잡혀지지 않는 그림이 있습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구원을 받으려고 내어민 저의 손
구원을 해주어야 할 당신의 손은
이렇듯 안타까운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대여
아벨을 죽인 형 카인의 피 묻은 손이나
적에게 능욕되기 전 아내를 죽인 고울인처럼
처자를 먼저 떠나게 한 계백의 손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성과를 딴 우리 어머니 이브의 손을
아담의 욕망이 실성거리는 손의 만가만큼이나
잘 알고 있습니다마는
손 꼽아 기다리는 이 손이
숫자를 헤아리기 위해 손가락을 꼽고 펼 때
저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나의 손을 사뿐히 밀어내던 당신의
무명지 손가락에서
아라세 또오처럼 하르렘 꽃밭에 일찍 핀
네 잎의 꽃향을 맡았습니다마는
손이 잘린 키레네의 비너스를 보고는
그만
저는 모든 것을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로댕의 손 조각을 보고

울고 싶도록 가슴이 저리었습니다마는
오랜 잡지 속 오드리헵번의 왼손을 보곤
저는
정말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대여
누가 손바닥으로 바닷물을
뼘으로 하늘을 재었습니까
제게 만일 알라딘의 남포라도 있다면
마술사에게 진하고 긴 그림자를
말아오라 하겠습니다

영원히 짜지지 않는 페넬로페의 직물처럼
풀리듯 하면서 다시 짜지고
짜지듯 하면서 다시 풀리는
유유한 기다림의 손

행여 어리석은 목동
나르시스처럼 흐르는 물속에  비친
자기의 모습에 
시간을 잊어버리고 있다가
죽어버렸다는 나르시스의 수선화처럼

바람 소리 없이 지나갈 때
우리도 자취 없이 만날 때라는
그대여, 손은

손을 그리고 있습니다
당신을 닮은 손을.

작가 노트
   
▲ 손은교 시인
따스한 습탁 감기어올수록
꼭 잡은 손의 의미는 갈피갈피 첩帖에 번져
만개한 색으로 흐른다.
인간 존엄성의 이념과 보편적인 윤리의 중요성이 
양 손 딜레마에서 행으로 결기할 때 양심은  
어둔 곳에서 밝음으로, 비굴함에서 순수함으로
접질리진 천박함에서 날선 자존으로 일어서서
손금이 펼친 온도를 읽는다.
영혼의 심장 속을 
유영하는 불의 혀
손끝에서 먹물로 해방되어 열리는 그것
내가 그대 앞에 맑은 거울로 서 있을 때, 
그대는 내 속을 들여다보았고
거기 또 보이지 않는 이의 부드러운 손길이 함께 하고 있다.
서로를 포용하는 유일한 가장 가까운 직선,
손을 잡고 손을 놓고 다시 두 손을 모은다.

손은교 시인은 부산에서 출생하였으며 서울 중앙의 <해동문학>으로 등단하였다. 현재 월간 국보문학편집위원, (사)한국국보문인협회 문예진흥연구소장, (사)강변문학낭송인협회 수석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해동문학 부회장, 부산시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하였다. 2007년 올해의 작가상, 백호임제문학상대상, 을숙도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시집으로는 『25時의 노래』 외 공저 다수가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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