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

                                               김 청 수

삼십 년 전 성당 못 벤취에 앉아
사료로 잉어를 유혹한 적 있었네

그때 나는 잉어였네
온 몸에 붉은 불을 켠 적신호였네
이 물살 저 물살 펄쩍펄쩍
흐린 물을 일으켰네

세상이 불근하여
뜨거운 몸 식히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얼음 불구덕을 찾아다니기 위해
깡소주로 푸른 하늘 향해 나팔을 불다가
내가 지은 유치장에서 밤을 새곤 했네

푸른 하늘 연못으로 보이는 가을날
성당에서 뛰어나온,
아직도 살아서 꼬리치는
성질머리 죽지 않은 잉어 한 마리를 보네.

* 작가 노트
 시「잉어」가 태어난 곳은 성당 못이다. 유년과 청년을 거쳐 오면서 나의 삶은 파란만장이었다. 못이 바라보이는 벤치에 앉아 나는 “배가 고파 잉어를 팔아 밥을 사 먹”어야지 그런 생각으로, 눈가에 눈물을 찍곤 했다. 한 마리 잉어가 되어 “뜨거운 몸 식히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어 / 얼음 불구덕을 찾아” 비정한 세파를 헤쳐 나가야만 했다. 그때 나의 생각은 오로지 하루하루 견디는, 혹독한 끼니 걱정 뿐이었다.
지금도 가끔 그 못을 지나가노라면, 필자의 가슴 한 켠은 왠지 뜨겁다. “깡소주로 푸른 하늘 향해 나팔을 불다가” 내가 지은 감옥 속에서 몸부림친 한 마리 고독한 ‘잉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 “아직도 살아서 꼬리치는 / 성질머리 죽지 않은 잉어 한 마리”가 되어, 그때는 “푸른 하늘 연못”을 물끄러미 바로 볼 여유조차도 가지지 못했다. 하여, 나에게 시는 아픈 기억을 먹고 자라는 한 마리 잉어인지도 모른다.
 
김청수 시인은 경북 고령 개실마을 출생으로 2005년『개실마을에 눈이 오면』으로 작품 활동 시작. 2014년『시와 사람』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차 한잔 하실래요』『생의 무게를 저울로 달까』『무화과나무가 있는 여관』등이 있다. 제1회 창작과 의식문학상, 제8회 고령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현재 계간 시와 늪 심사위원, 계간 시하늘 운영위원, 고령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달성문인협회 부회장, 대구문인협회 이사, 대구시인협회 감사, 화숲동인, 함시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