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의 소원

                                                 조 원 희

흰쌀밥
머리에 이고
서성대는 이팝나무

세상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행여 배곯고 있는 아이 있을까 봐
배고파서 울고 있는 아이 있을까 봐

흰쌀밥 정성껏 지어
머리에 가득 이고
진종일 서성거린다

달싹거리는 가슴
천리를 재촉하는데
익어가는 달빛
애써 외면하며

두리번두리번 기웃기웃
밤새는 줄 모른다

* 작가 노트

▲  조원희 시인

5월을 맞아 이팝나무의 하얀 꽃들이 지천이다. 요즘은 가로수로도 많이 심어 여기저기서 이팝나무의 하얗고 탐스런 꽃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팝나무의 하얀 꽃으로 세상은 눈부시게 찬란하여 아름답다는 말도 왠지 무색해 보인다. 감동의 물결이 절로 출렁이면서 가슴은 환희로 뒤덮였다.

그러나 이팝나무는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다. 옛날 어느 고을에 심한 흉년이 들어 한 아이가 굶어서 그만 죽고 말았다. 그러자 자식의 죽음을 애통하게 여긴 아이의 아버지는 다음 세상에서는 배곯지 말고, 잘 먹고 잘 살라고 흰쌀밥을 닮은 이팝나무를 무덤 옆에 심어주었다고 한다.

이팝나무는 꽃의 모양과 색깔이 흰쌀밥처럼 생겼다고 하여 ‘이팝나무’ 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이팝나무의 하얀 꽃이 많이 피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이팝나무의 꽃이 유난히 탐스럽고 풍성한 것을 보니, 올해도 분명 풍년이 들 것임에 틀림없다. 부디, 이팝나무의 소원처럼 풍년이 들어 배곯는 아이들이 없기를 빌어본다.

조원희 시인은 월간 『문학도시』 를 통해 등단했으며 시인이자 수필가이자 시낭송가이다. 부산문학인아카데미협회 문예지 「문심」 편집국장이며, 「호국보훈의 달 시 공모 참방」, 「호국보훈의 달 시낭송대회 장원」, 「영·호남예술축제 시낭송부문 대상」 을 수상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