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수 여성청소년계장

며칠 전 오랜 친구의 초청을 받아 친구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친구 부부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왔으나, 한 번도 집을 방문한 적은 없어 망설이다 몇 차례의 거절 끝에 저녁식사에 초대되어 응하게 되었는데,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서부터 잘 정돈된 가구며 베란다에 재배중인 화초들을 바라보며 화목한 가정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고, 식사가 끝나갈 무려 직업병이 발동한 나는 친구의 아내에게“이 집에는 부부싸움을 할 일은 없겠네?”라며 말을 던지자 친구의 아내는 웃으면서“저 보다 두 살이나 아래인 남편은 반말을 하고 저는 높임말을 쓰고 있다. 3자녀를 키워오면서 30년 가까이 살아왔는데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왜 없었겠느냐?
하지만 힘든 직장 일을 하면서도 한 번도 가정에서 큰 소리를 낸 적이 없는 남편을 나와 아이들은 모두 존경하고 있다.”며 남편과의 옛 일화를 들려주었다.
아이들이 어린 때로 기억되는데 어느 날 남편이 술을 잔뜩 마시고 들어와 거실에서 잠을 자던 아이들을 비틀거리며 한명씩 안방으로 옮기는 것을 보고, 놀란 나는 남편을 말리며 “아이들 놀라게 왜 그러느냐?”고 말류하자 끝까지 아이들을 안방으로 옮겨놓은 남편은 조용히 저에게 이야기 좀 하자,“당신이 며칠 전 나에게 짜증을 내며 욕설을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특별히 실수를 한 것도 없는 것 같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사과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망설이다가 오늘 술기운을 빌어 들어왔는데, 만일 우리의 의견이 맞지 않아 큰 소리가 나게 되면 아이들이 놀랄 것 같아 아이들을 안방으로 옮겼다”는 것이었다.

평소 남편을 존경해 오던 터라 남편에게 욕설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말을 하는 남편에게“당신이 잘못 들었을 것이다”며 몇 번이고 변명을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계속해서 따지 듯 목소리를 높이는 남편이 야속하고 억울하기도 했지만, 남편이 뜻을 굽히지 않아 보여 이 상황을 현명하게 넘겨야겠다고 생각한 친구의 아내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사과를 했고, 이후 아내의 진심을 알게 된 친구는 아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며 대화의 시간을 가져야 오해가 없어 질 것이라고 생각한 친구는 아내의 취미생활인 운동을 현재까지 함께하며 단란한 가정을 이어오고 있다.
대화와 배려, 사랑을 바탕으로 부부간에는 신뢰를 자녀들로 부터는 존경 받는 이들 부부의 삶이야말로 가정폭력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색한지를 잘 보여주는 현대의 올바른 가족문화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글 / 김해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최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