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낙동강하굿둑이 건설된 지 30년이 된다. 정부는 1966년부터 1972년까지 낙동강의 치수와 수자원 확보를 위하여 낙동강 유역조사사업을 실시하였고 안동, 합천, 임하댐을 포함하여 18개의 댐과 낙동강하구언 후보지를 지정하였다.
1976년 안동댐이 건설되어 부산 지역의 섬유, 고무 등 경공업단지뿐 아니라 울산, 창원지역의 중화학, 기계공업단지와 마산수출자유지역 등 경남지역 공단과 주거지의 용수난은 해소되었으나 하천유량이 부족한 갈수기 밀물 때에는 바닷물이 낙동강으로 역류하는 염수침입 현상은 여전히 발생하였다.
지금의 창녕함안보 5km 하류인 창녕군 부곡면에는 임해진(臨海鎭)나루가 있는데 지명의 유래가 ‘바다에 닿는다’를 의미하듯 강물이 마를 때는 하구에서 45km 떨어진 삼랑진까지 바닷물이 침입하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공식적으로는 1975년부터 1981년까지 부산시 물금취수장의 취수중단 일수가 총 94일, 1977년 대가뭄 때는 취수중단 일수가 45일에 이르렀고 김해평야의 벼 수확량이 급감하는 등 농경지의 염해피해도 심각하였다.
이에 정부는 1974년부터 1977년까지 별도로 낙동강하구조사를 실시하고 염수피해 없는 생공용수 및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하여 1983년부터 1987년까지 을숙도를 가로지르는 총 연장 2.4km의 낙동강하굿둑을 건설하였다.
하굿둑 건설로 염해피해는 해소되었으나 낙동강 하구는 수문과 제방으로 강물과 바닷물이 소통이 단절되어 기수역이 하굿둑 하류로 대폭 축소되었다. 기수역의 축소는 갈대와 같은 습지식물과 재첩과 같은 조개류 뿐 아니라 뱀장어, 숭어, 웅어 등 어류의 감소와 이들을 먹이로 살아가는 철새의 감소로 이어져 과거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을숙도의 명성을 잃게 되는 부작용도 초래하였다.
다행인 것은 하굿둑 건설사업이 검토되던 시기에는 당시 개발 중심의 사회적 분위기속에서도 환경에 대한 인식도 싹트기 시작하여 1977년 환경보전법이 제정되었고 1982년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낙동강하굿둑 건설사업은 80년대 초반 환경영향평가법이 제정된 이후 최초로 환경영향평가법이 적용된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통하여 환경피해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들이 검토, 적용되었다.
하굿둑 수문 상하류로의 원활한 어류이동을 위하여 하굿둑 좌우에 2개의 어도를 만들고 배가 다니는 갑문도 유영력이 약한 실뱀장어와 어린 물고기들이 이동 할 수 있도록 어도 기능을 병행하였고, 제방으로 막힌 을숙도 우안 명지 쪽에는 별도의 배수문을 만들어 갈수기에도 일정 수량의 민물이 바다로 공급되도록하여 을숙도 습지와 기수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그런데 최근 부산시는 하굿둑 상류 8km에 위치한 공업용수취수장인 강서취수장의 상류 이전을 추진하면서 낙동강 생태관광자원 개발을 이유로, 하굿둑 상하류 어민들은 재첩, 뱀장어 등 어족자원 증대를 이유로, 부산지역 환경단체는 과거 을숙도와 하구의 생태계와 강문화 회복을 이유로 이구동성으로 하굿둑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하굿둑 개방시 과거와 같은 염분 침투로 인한 취수장애 문제는 내버려 두어도 되는 것인지, 또 지금의 낙동강 하구의 환경변화가 전적으로 하굿둑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겠는지 의문이 든다.
하굿둑이 건설된 1987년 이후 부산시는 을숙도 일원을 쓰레기매립장으로 활용하여 1997년까지 570만톤의 쓰레기를 매립하였고 분뇨를 투기하였으며 분뇨의 해양투기를 위한 전처리장으로 활용해 왔다. 게다가 1990년대 녹산․신호공단 조성, 2000년대 명지주거단지조성, 부산신항만 건설, 을숙도대교 건설사업이 완료되었고 최근의 에코델타시티 건설사업 등 낙동강하구 주변지역은 부산시의 서부권 개발계획과 맞물려 지금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어족자원의 감소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첫 손가락에 꼽는 것은 어업기술의 발달로 인한 남획이다. 남획이란 용어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수준의 싹쓸이 어업을 말하듯이 지금 하굿둑 주변 바다 어민들은 바다에서 강으로 소상하는 실뱀장어, 숭어, 웅어를 잡기 위하여 하굿둑 수문과 갑문까지 접근하여 그물을 치고, 육지 어민들은 강에서 바다로 강하하는 뱀장어 성어 등 강하성 물고기를 싹쓸이 하기 위해서 하굿둑 수문까지 접근하여 그물을 치고 있다.
낙동강 둔치에 무분별하게 성행했던 대규모 비닐하우스 단지는 철거되었고 생태습지와 시민체육공원으로 회복되어 삼락, 대저지구는 전국적인 생태관광의 명소가 되었다. 기존 도로와 제방으로 구성되었던 우안배수문에는 5개의 대형수문이 새로 설치되어 풍부한 담수가 을숙도 우안으로 공급되어 기수역이 확대돼 겨울철새의 먹이인 세모고랭이와 갈대 등 기수식물의 생육환경이 비교할 수 없이 좋아졌고 계단식 어도와 갑문형 어도가 설치되어 명지쪽 낙동강의 어류 소상 환경도 대폭 개선되었다.
생태계적 관점에서 낙동강 하구는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기수역으로 바닷물고기와 강물고기가 긴 여행을 위하여 서로 다른 물에 적응하는 낙동강 1300리 여정의 환승역으로 사람으로 따지면 허파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포화상태에 이른 구도심과 해운대를 대체할 마지막 남은 부산의 개발예정지역이다.
K-water 낙동강통합물관리센터는 낙동강관리본부, 사하구 등 관련 부산시 산하기관과 환경단체, 지역교수들이 참여하는 낙동강생태경영협의회를 통해서 하굿둑과 보를 친환경적으로 관리하고 을숙도, 일웅도 등 하굿둑 주변을 생태관광의 중심지로 명소화하기 위해서 낙동강하구 100경 알리기 운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상하류 어민과의 소통을 위해서 어민협의체도 구성하였다. 하류측 어민을 위한 대책으로 김 생산시기인 동절기 염분도 저하로 인한 김의 품질저하를 예방하기 위해 방류량을 최대한 줄이고 있으며, 다대포와 가덕도 사이 김 양식장에서 요구하는 김 종묘 채묘시기 방류피해 발생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상류측 어민과는 부산시 수산자원연구소와 공동으로 연어 치어, 동남참게를 방류하고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직 하류에는 어류 산란장 조성 등 상생협력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무쪼록 낙동강 하구가 바다 어민과 강 어민이 협력하고 인간과 자연이 서로 배려하며 개발과 보존이 공존하는 공간이 되기를 꿈꾸어 본다.
글 / K-water 낙동강통합물관리센터 환경관리 차장 김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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