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구청장 이경훈) 감천2동 마을회관에서 지난 5월29일 경로잔치가 열렸다. 가정의 달이면 단체에서 으레 개최하는 경로잔치라기에는 단체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대신 어머니와 아들이 식탁을 오가며 “정정하시네요. 많이 드세요”라고 인사를 했고 어르신들은 활짝 웃으며 “올해도 왔네. 잘 살고 있제?”라고 대답했다.

 이날 경로잔치는 감천2동에서 살다가 7년 전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 이도순(58) 씨와 아들 김명환(33) 씨가 어르신 80여명을 초청해 해마다 마련하는 것이어서 특별히 의미가 있었다. 아파트를 사서 평생 살던 마을을 뜨면서 아쉬운 마음에 잔치를 열었을 당시만 해도 어르신들은 “많이 서운한갑네. 올해만 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해마다 모자가 찾아오자 이제는 5월이 되면 어르신들이 이들을 기다리게 됐다. 오랜만에 만나는 모자가 반갑기도 하거니와 이웃을 생각하는 이들의 마음이 너무 아름다워서이다. 

“25살 때까지 17번 종점 인근에서 자랐는데 어르신들이 저를 무척 예뻐했습니다. 생활의 여유가 생겨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에 어머니와 상의해서 식사를 대접했는데 별일도 아닙니다.”

 매번 1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모자는 이웃들과 밥 한 끼 나누는 작은 선행이 알려지는데 부담감을 느끼는 듯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봉사하는 삶을 보고 자라서인지 김 씨는 경로잔치 외에도 모교인 삼성중학교 후배들에게 매월 20만원씩 4년째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학교에서 ‘축구부 유니폼이 없다’ ‘유도부 학생이 너무 딱하다’고 알려올 때면 선뜻 지갑을 열 정도로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 ‘모전자전’이라는 칭찬을 듣고 있다.

부울경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