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구청장 이경훈) 괴정4동 주민센터에 지난 1월26일 기초생활수급자의 장제비 신청을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 “9통장 권영희”라고 밝히며 자신이 돌보던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너무 어려워 장제비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가족이 신청할 수 있다는 답을 듣고는 다음날 주민센터를 직접 찾아와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를 상세히 묻고 가족들에게 연락해 장제비를 탈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권 통장의 이런 선행은 할머니가 살던 집 주인이 구청에 알려오면서 뒤늦게 드러났다. 자세한 사정을 알기 위해 2월1일 괴정4동 주민센터에서 권 통장(63)을 직접 만났다. 
“그날 집주인이 전화 와서 할머니가 갑자기 숨이 가쁘다는 거예요. 자녀들 연락처를 몰라서 저한테 연락을 했더라고요. 119에 신고해서 대학병원에 모셨는데 도착하자마자 돌아가셨어요. 아들은 암 투병에 딸들도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주민센터에 병원비와 장제비를 탈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권 통장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할머니를 알게 된 지는 통장이 되고부터이니 올해로 4년째이다. 통장이라는 사명감에 동네를 두루 살피다보니 어렵게 사는 어르신들을 알게 됐고 자주 들여다보면서 챙기고 있다. 빈손으로 가는 것이 미안해 빵, 과일, 과자 등 먹을거리를 들고 찾아가 항상 웃는 얼굴로 안부를 묻고 말동무도 해주면서 어르신들의 적적함을 덜어 주곤 한다.

 이렇다보니 권 통장은 동네에서 ‘스마일 할머니’로 통할 정도로 유명한데 봉사활동 경력만 16년이 넘는다. 어려운 이웃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해 옷가지나 생활용품 등을 싸들고 가서 나눠준다.

 또한 주민센터에서 이웃돕기성품을 나눠준다는 소식만 들으면 달려가서 쌀이나 김치 등을 가장 먼저 신청해 동 직원들에게도 유명하다. 나누는 삶이 생활화 되어 있다 보니 자녀들 역시 “어머니, 이거 어려운 이웃들에게 가져다 주세요”라며 물건들을 내놓곤 한다.

 권 통장은 “거주지 확인을 하러가거나 설문조사, 이웃돕기성금 모금을 할 때면 문도 안 열어주고 좋지 않은 말도 많이 들어요. 그래도 추운 날씨에 고생한다면서 따뜻한 차를 내놓는 이웃들도 있어서 통장 일이 힘들지만 보람도 있어요”라며 넉넉한 웃음을 지었다.

부울경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