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면부지의 홀몸어르신을 10년간 지극 정성으로 돌본 소리꾼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중구 우정동 문화진흥회장으로 민요학원을 운영중인 여명숙(58)씨.

그녀가 홀몸어르신 최모(64)할아버지를 알게 된 건 지난 2005년이다.

당시 중구 성남동에 민요학원을 열기 위해 바빴던 그녀는 추운 겨울 길에서 쓰러진 채 사경을 헤매고 있는 최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곧장 병원으로 모셨다.

평소 천식을 앓고 있던 할아버지는 그날도 천식이 심해 정신을 잃고 쓰러진 상태였으며, 그녀의 도움이 없었다면 위험한 상황을 맞을 뻔 했을 정도로,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여씨는 "젊은 나이에 이혼을 하고 주변 친척도 없이 홀로 생활한 할아버지는 지병이 악화되면서 힘들게 살고 계셨다"며, "딱한 사정을 안 이상 그냥 있을 수 없어 조금씩 도움을 준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사비를 털어 병원비를 시작으로, 보증금 1백만원에 월 10만의 집을 마련해주고, 필요할때마다 찾아 생필품과 식재료를 사다주는 등 할아버지를 위해 천사표 엄마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살뜰히 챙겼다.

하지만, 10년 넘게 그녀 혼자 할아버지를 책임지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민요학원 운영과 지인의 도움으로 생계는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었지만, 천식이 악화되면서 발작을 일으켜 한 달에 5~6번은 응급실을 들락거려야만 했다.

또, 할아버지가 나이가 들면서 백내장이 생겨 한쪽 눈은 그녀의 도움으로 어렵게 수술을 했지만, 다른쪽 눈마저 병이 생기며 중구청에 도움을 요청했다.

중구청 희망복지지원단은 할아버지를 위해 위기지원사업으로 생계비 30만원을 지원하는 한편, 봉사단체의 도움으로 집수리를 말끔히 했다.

아픈 눈은 중구종합사회복지관의 도움으로 무료 백내장 수술을 해 드리고, 천식을 치료할 전문병원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지금도 민요학원에서 판소리와 민요, 한국무용 등을 가르치며 틈만 나면 할아버지를 찾아 안부를 묻고 있다.

여씨는 "그동안 학원수강생 등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줘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줄도 몰랐다"며, "되돌아보면 나 혼자 한 것이 아니라, 학원수강생 등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뜻을 같이해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줬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할아버지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지금처럼 살갑게 돌봐줄 것"이라고 말했다.

부울경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