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40대 이후 중, 장년을 넘은 사람이라면 한두 번쯤은 몽땅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숙제를 하거나 펜촉에 잉크를 찍어가며 연애편지를 써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들 기억 속의 연필과 펜에는 빛바랜 흑백사진 같은 유년의 추억과 가슴을 아련하게 하는 사랑의 아픔도 있고, 이런 것들을 모두 포용하는 토속적이고 환상적인 자연공간의 여백미도 있다.
통상적인 유화나 수채화가 아닌 오직 연필과 펜만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다. 그리고 이 흑백의 여백미를 언어로 표현하는 시인이 있다. 무담 이환희 화백과 이서린 시인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무담 이환회 화백

무담 이환회(無膽 李煥淮) 화백은 2015년 11월 11일 ≪마산롯데백화점 the gallery≫에서 『연필心 펜話 전』을 열고, 이서린 시인은 이 전시회의 문을 여는 자작시 시낭송 식전 행사를 가졌다.

이서린 시인, 자작시 낭송

무담 이원회 화백은 1959년 진해에서 태어나 2015년 현재 창원 경상고등학교에서 28년째 미술를 가르치고 있고, 이서린 시인은 1995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2007년 월하지역문학상을 수상한 중견시인이다. 이 예술가 부부는 아련한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흑백의 연필과 펜화 작품처럼 번잡한 도시를 떠나 현재 창원시 북면 무곡리 양촌마을에서 15년째 전원생활을 하며 여유롭고 넉넉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월출산 가는길

이환회 화백은 이번 전시회에 걸린 여러 작품 중 특히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펜화 「월출산 가는 길」과 「연리지」를, 연필화 「물한마을」, 「보성율포」, 「닭」을 꼽았는데, 이들 작품은 모두 세밀한 흑백의 필치 안에 토속적이고 환상적인 자연의 여백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환회 화백의 이 전시회는 2015년 11월 24일(화)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연리지

물한마을

보성율포

닭

현대인들은 대부분 번잡한 도시생활과 눈을 어지럽히는 칼라색조에 물들어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흑백의 단출함과 토속적인 고향의 정취와 더불어 넉넉한 자연의 여백미를 안겨주는 이번 전시회 작품들과 이 예술가 부부의 삶과 일상은 넉넉하고 푸근한 시골 인심을 느끼게 한다. 이번 무담 이환회 화백의 『연필心 펜話 전』을 통하여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심신의 활력을 회복하고 넉넉하고 여유로운 유년의 흑백 고향으로 여행을 떠나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시골 고향의 아련한 정경을 떠올리게 하는 『창원문학』 제26집(2015년)에 발표된 이서린 시인의 근작시 「황홀한 이웃」을 소개한다.

    황홀한 이웃

                           이서린

논에 물이 차자
밤마다 개구리가 마을을 점령하였다
한낮엔 뻐꾸기 울음을 배경으로 칡때까치 쏘다니고
며칠 전 태어난 새끼고양이들은 옆집 담 밑에서 장난이다
태양 아래 샛노란 금계국 지나
도톰하게 탱글한 앵두의 유혹
나 어릴 적 초경 같은 새빨간 뱀딸기는
탱자나무 아래 점점이 똬리를 틀었다
그 섬찟한 감촉을 오톨도톨 손끝으로 느끼다
감 밭에 들어가는 어린 뱀을 본다
뱀의 꼬리가 사라지는 순간
구름에 태양이 가려지고
백로 한 마리 무논에 가볍게 내려앉는다

관람장소 및 문의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동로 18 롯데백화점 지하 2층(영풍문고 내)
전화 055-240-5665, 010-3133-2979, E-mail : gallery7000@hanmail.net 
부울경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