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살스런 가면을 쓴 채 어려운 이웃에게 웃음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복면봉사왕'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중구 복산2동 주민센터 박상구(59) 동장.

박 동장은 지난 2000년부터 울산시 공무원 봉사단체에 가입하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해, 우연한 기회에 지금의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그는 "처음 봉사활동을 할때는 청소와 목욕 등의 단순 업무을 돕다가 다른 단체의 공연에 막춤을 췄는데, 환하게 웃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그길로 봉사활동을 웃음코드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박 동장이 15년 동안 봉사활동을 하며 가입한 봉사단체만도 울산웃음나눔봉사단을 비롯해 가릉빈가예술단, 등불회 등 대여섯개가 넘는다.

그의 필살기는 어르신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품바로, 노래에 맞춰 막춤을 추거나 옷과 가면을 바꿔가며 익살스러운 동작을 선보인다.

공연 내내 음악에 맞춰 옷과 가면을 계속 갈아입다 보니, 공연시간 1시간이 끝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때가 부지기수지만, 찾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통에 하루 6번 공연할때도 있었다.

박 동장은 "품바를 처음 배울때 인터넷 동영상을 수백번도 더 본 것 같다. 동작 하나 하나는 물론 노래와 율동까지 모든 것을 혼자서 배웠다"며,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라 남 앞에 나서기가 쉽지 않지만 가면을 쓰고 나면 어르신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닌다”고 말했다.

공연뿐 아니라 소품까지 모든 것을 혼자 뚝딱 준비하는 박 동장이라 그의 차에는 전통탈, 만화캐릭터 및 도깨비 가면, 대머리 가발, 고무신 등의 웃음소품 1백여개로 꽉꽉 채워져 5인승 차량이 1인승이나 다름없다.

또, 웃긴 가면에 맞는 공연의상을 찾기 위해 헌옷가게와 여성 옷가게를 자주 찾다보니 처음에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

박 동장은 "한번은 공연에 입을 여성속옷 등을 고르다 주인한테 변태로 몰려 봉변을 당한적도 있지만, 지금은 독특한 옷이 있으면 먼저 연락이 올 정도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웃음지었다.

최근에는 마술쇼도 선보이고 있다.

어르신들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고민하다 마술을 선택하게 됐다고.

마술 또한 품바처럼 전혀 배운적이 없어 인터넷을 통해 독학으로 마술을 익히며 매일 아침 5시에 눈을 떠 출근 전까지 마술을 연습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마술도구도 고가에다 구하기 힘들어 고물상을 뒤지며 발품을 팔아 손수 제작하고 있으며, 그의 집 방 하나는 아예 마술도구 창고로 쓸 정도다.

그는 공연봉사뿐 아니라 10여년째 광명원 등 지역 시각장애인시설을 찾아 장애인들의 눈이 되어 주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울산시로부터 ‘공무원 자원봉사 왕’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퇴직을 1년 앞둔 박 동장은 "몸이 불편해 웃을 일이 잘 없는 어르신들과 '마술사 아저씨'라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공연을 지켜보는 아이들을 보면 절로 힘이 난다"며, "퇴직후에도 중구뿐 아니라 울산전역을 무대로 유쾌한 공연으로 많은 웃음을 선물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부울경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