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가 시행 초기의 우려와 달리 37년을 맞이한 현재에 이르러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이를 극찬할 정도로 국민의 건강과 의료 수준을 세계적인 차원으로 끌어 올렸고,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 달성의 경험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매년 국제연수과정에 활발하게 참가하는 등 보편적 건강보장 달성의 우수한 사례로서 우리 제도가 글로벌화되는 등 외형적 확장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건강보험 제도의 외형적인 확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보험공단에는 보험료와 관련되는 민원이 전체 민원의 80%인 5,730만건에 이른다고 한다.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는 가입자를 직장과 지역으로 구분한 뒤 또 봉급생활자와 소득생활자 그리고 일정 금액을 기준으로 연간종합소득자로 분리하여 4원화 하고, 이를 다시 7개 그룹으로 세분화하는 등 제 각각의 기준으로 일반인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어려워 보험료 관련 민원이 항상 폭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파생되는 문제점 또한 한두가지가 아니다. 재산이 상당한 재력가가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피부양자 제도에 편승하고, 고소득 자영업자가 고액의 보험료를 회피하기 위해 허위로 직장가입자로 자격을 취득하며, 퇴직(실직)에 따라 소득이 없거나 줄었음에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어 오히려 보험료가 올라가는 아이러니한 사례가 바로 현재의 보험료 부과체계이다.

지난 2월 자살한 '송파 세 모녀'의 경우는 아무 소득이 없어서 월세도 못 내는 형편인 데도 밀린 공과금에 월 5만1000원 건강보험료가 포함되어 있는 반면에 집을 2채 이상 갖고도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 사람이 무려 120만명이나 되는 현행 부과체계에 대해 국민은 형평성과 공정성을 이유로 분노하고 있으며, 정당하게 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람만 손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된다면 내실있는 건전한 건강보험제도 운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건보료 부과체계에 대한 형평성과 공정성 논란이 갈수록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전문가로 구성된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을 꾸렸고, 1년간의 연구 끝에 "직장·지역 가입자 구분없이 모든 국민에게 모든 과세소득에 따라 부과하는 '소득중심 부과체계'를 기본으로 하되, 단기적 개선 방안으로 '직장·지역 구분을 유지하면서 지역가입자의 재산을 일부 반영'하는 2안과 여타 3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논의의 초점은 소득 만으로만 부과할지, 재산을 가미할지, 점진적으로 할지, 일괄적으로 할지 등인 것 같다. 이도 물론 중요하지만 부과체계 개선방안 마련 논의의 중심은 동일한 보험집단 내에서 동일한 부과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건보료와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소득 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소득중심으로 개편된다면 전체 세대의 72%는 보험료가 인하되고, 28%는 인상될 것이라고 한다. 결국 소득이 많은 사람은 보험료를 많이 내고, 소득이 적은 사람은 보험료가 줄어드는 것으로 형평성과 공정성있는 부과체계를 통하여 보험재정 안정성과 국민건강의 보장성을 확보하는 일이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며 우리 시대가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이다. 형평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고 25년 이상 동안 비정상으로 운영된 건보료 부과체계를 이제는 정상화하여 다음 세대가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몫인 것 같다.

글/동래구의회 전의원 강신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