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우택 대한노인회  부산시연합회장

약 2년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문위원으로 있을 당시 공단에서 쇄신위원회를 만들어‘실천적 복지플랜’을 계획하고 발표하는 것을 경험했다. 특히 그중에‘소득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 단일화 방안’은 다원화되어 있고 복잡한 부과체계로 인해 보험료와 관련된 민원이 끊이지 않고 매년 급증하는 현실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느꼈다.

다행이 공단의 노력으로 2013년 7월, 복지부에‘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이 만들어지고 곧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1년이 지나도록 단일화된 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최근 한 일간지에서‘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에서‘소득중심의 개편안’을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보도되었지만 곧 추측성 기사인 것으로 밝혀져 여간 실망한 게 아니다.

정년퇴직하고 노인층으로 편입되는 연령에 있는 우리나라 대다수는 집 한 채, 자동차 한 대 정도는 소유를 한다. 직장에 다닐 때는 월급 300만원일 때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을 약 9만원정도 내다가, 직장을 퇴직하고 소득도 없이 실업자가 되어 지역가입자가 된 경우 건강보험료를 두 배 이상 더 내야한다. 또한 자녀가 직장에 다녀서 피부양자로 등재가 가능한 사람은 한 푼을 내지 않아도 건강보험 혜택을 볼 수 있다. 너무도 불공정하고 불형평한 일이다.

사회보험은 사회연대, 상부상조의 원리에 따라 소득 재분배 뿐만 아니라, 건강 재분배가 될 수 있도록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보험료는 건강보험사업이라는 사용목적을 가진 갹출금(Contribution)으로, 부담능력에 맞게 보험료를 부담하고, 급여혜택은 동일하게 받게 되는 단기보험으로서, 사용목적이 특정되지 않고, 상한선이 없는 조세와는 근본적 차이가 있는 것이다. 사회보험방식으로 운영하는 국가들은 보험료의 부담능력 기준을 소득으로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소득파악률이 90%를 넘고 있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을 위한 환경과 여건은 충분히 성숙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만은 우리와 같이 사회보험방식의 전국민 단일체계로 운영하고 있고, 우리나라보다 늦은 시기인 1995년에 전국민 의료보험을 달성하였지만, 2013년 1월 1일부터는 모든 소득에 대해서 보험료를 부과하는데 월소득에는 4.91%의 표준보험료를 부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임대․이자 소득 등 나머지 모든 소득에 2.0%의 추가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비록 소득자료 보유율이 90%정도로 우리보다 낮고, 신용카드 사용률도 낮은 편이지만, 가입자의 실제 부담능력을 반영하여 부과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이러한 대만의 사례는 보험가입자 간에 4원화되고 7가지로 얽혀서 복잡하고 불형평‧불공정한 우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하는 데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할 것이다. 비단 대만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으로 운영하는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 대부분의 나라들이 국제적, 보편적 기준으로 소득중심의 부과체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부담능력에 맞는 보험료 부과로 국민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빨리 도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 / 문우택 대한노인회 부산시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