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쇠부리축제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종해 북구문화원장이 올해 초 출간한 11번째 시집 '소리의 그물'로 제29회 이상화 시인상 대상을 수상, 5일 저녁 6시 30분 대구 계산동 이상화 고택 앞마당에서 시상식을 가졌다.
시인 박종해 위원장은 1980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 <이 강산 녹음방초(민음사)>외 10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제1회 울산광역시 문화상, 대구시인협회상, 성균문학상, 한국예총예술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울산문협회장과 울산예총회장을 거쳐 현재 울산북구문화원장과 울산쇠부리축제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편, 이상화 시인상은 '빼앗길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등으로 유명한 항일 민족시인 이상화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상화기념사업회(회장 박동준)에서 1985년 제정한 상으로, 등단 10년이 경과한 50세 이상의 국내외 거주하면서 최근 1년 이내 시집을 출간한 문인들에게 수상자격이 주어진다.
소리의 그물
                                                                                                                                시. 박종해
풀벌레는 달과 별을 빨아들여
소리의 그물을 짠다.
명주실보다 더 가늘고 연한 소리와 소리의
음계에 달빛과 별빛을 섞는다.
나뭇잎새마다 포르스름한 별빛과 달의
은빛 입술이 맺혀 있다.
풀벌레는 이러할 즈음, 잊혀진 그녀의 머리칼
한 올, 한 올까지도 소리의 실로 짜 내린다.
나를 벼랑으로 떨어뜨리고 가버린 그녀의
동그스름한 얼굴이 달처럼 떠오른다.

잊어버린 시간의 풀섶에서 풀벌레가
잊어버린 말을 명주실처럼 뽑아낸다
아무렇지도 않더 생각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와,
잊어버린 강 언덕, 달빛 부서지는 메밀밭 언저리를
찾아아가고 있다.
어느새, 화안한 달빛 속에서 아련한 여자의 그리메가
나뭇가지와 오솔길과 벤치 위에 가득하다.

부울경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