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의 중독성이나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또한, 담배는 흡연자 본인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피해를 크게 끼치는 환경 오염원이며 더구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 다른 사람에게도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준다.

우리나라는 다른 OECD 국가에 비하여 담배 가격은 저렴하고 흡연율은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10대의 흡연율이 매우 높아 사회적으로 우려할 만한 정도이고 타인에게 주는 피해가 막대하여 정부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규제를 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담배는 4,800여종의 화학물질과 69종의 발암의심 물질로 구성되어 모든 암 발생원인의 30~40%를 차지하고 니코틴의 중독성은 헤로인, 코카인, 마리화나보다도 높아 일단 흡연을 시작하면 끊는 것이 쉽지 않고임산부 흡연 시 유산, 태아 뇌세포 손상, 영아돌연사 등의 위험이 증가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공중보건문제 1위로 흡연을 지정하여 2003년 5월 제56차 WHO 총회에서 192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채택하였으며 2005년 2월 27일부터는 국제법적인 효력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 7월에 담배규제기본협약에 서명하고 2005년에 이를 비준하였다. 담배규제기본협약은 협약 당사국에 담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인 입법･집행･행정상의 조치를 취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담배규제기본협약 당사국으로서, 특히 현재 당사국총회 의장국으로서 협약에 명시된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130만명을 19년 동안 추적 관찰하여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흡연자의 암 발생 가능성이 비흡연자에 비해 최대 6.5배 높았고 특히, 흡연의 암 발생 기여도는 남성의 경우 후두암이 79%, 폐암 71.7%, 식도암 63.9%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흡연과 관련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35개 질환에서 매년 1조 7천억 원의 진료비 추가부담이 발생한다고 한다. 흡연으로 인한 재정손실액 1조 7천억 원은 우리나라 전 국민의 한달치 건강보험료이며, 6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 173만명(’13년 6월말 현재)의 체납보험료인 3조원의 절반 이상의 금액으로 2년만 보전 받아도 취약계층 전원을 구제해 줄 수 있을 정도의 규모에 해당한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건강유해물질인 담배에 대한 책임을 담배회사에 묻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의 경우 1998년에 주정부가 소송을 제기하여 2,060억 달러(약 220조원)의 배상합의를 이끌어냈으며, 캐나다에서도 ‘담배손해 및 치료비 배상법’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합헌결정이 있은 후 이를 근거로 주정부들이 대규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흡연자가 2,500원짜리 담배를 사면 한 갑당 354원씩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내는 반면에 최대의 수익자인 담배사업자는 흡연이 유발하는 폐해에 대해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사회적 정의와 형평성 차원에서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사례에서 보듯이 흡연피해에 대한 책임을 담배사업자가 부담하는 것이 소송에 의해서도 입증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담배사업자가 담배 수익금 중 일부를 흡연피해 치료비용으로 부담할 필요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은 흡연으로 인해 지출되는 진료비를 담배회사로부터 받아내는 목적 외에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공단의 미션에 부합하고, 국가의 복지재정 누수방지 정책과도 상통하며, 건강보험 재정관리 책임자로서 의무를 이행하는 중요한 책무라 할 것이다.
 

글/진재혁(기장군 한의사 회장. 일광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