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폐지의 당위성 - 이젠 말에 그치지 말고 실천으로 옮겨야! -

무릇 지방자치가 본격 실시된 지 2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진정한 ‘풀뿌리 자치’가 제대로 뿌리내렸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이는 중앙정치권력에 의해 지방의 지배현상이 아직도 상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러한 정치구도는 바로 ‘정당공천제’에서 비롯되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일각에서는 정당공천에 따른 주민의사의 왜곡, 지방의 중앙정치예속, 공천에 따른 각종 비리와 잡음 등 그 역기능과 폐해로 인해 지방자치가 퇴색하는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지방자치 현주소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사회 각계각층에서 공청회 및 토론회 개최, 1천만명 서명운동, 여론조사, 사회원로 시국선언 등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어 왔으며, 그 결과 최근 일반국민과 전문가 집단의 절대다수(86.8%)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폐지에 찬성하는 등 범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 같은 국민적 여망을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된 국회에서도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여·야 다수 의원들이 발의한 상태이며, 지난 제18대 대선(大選)시 여·야 유력후보 공히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를 ‘정치쇄신공약’으로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에 대해 그 순기능적 측면을 들어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논거도 타당성이 있다. 정당에 의한 책임정치의 구현과 지역 토호세력의 발호 방지, 이른바 현역 프리미엄에 대한 견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정당의 책임정치는 어디까지나 기존 정당이 정책 중심의 정당으로 자리잡고 당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을 때는 가능하겠지만 이러한 전제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때에는 지역주의의 고착화로 인해 집행부와 의회간 견제와 균형의 상실 등 당파간 대립으로 지방정치를 과열시켜 결국 지방자치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또한 지역의 토호나 유력가는 현행의 정당공천 과정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토호세력의 발호 방지 역시 폐지 반대론의 합당한 논거가 될 수 없다. 현역 단체장 또는 의원의 ‘프리미엄’ 역시 공천제 존치의 타당한 논거는 아니다. 현역 단체장이나 의원이 임기중 제대로 임무수행을 하지 못하여 지역 주민으로부터 심판의 대상이 되어 낙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볼 때, ‘현역 프리미엄’이 절대적으로 유효하다고는 볼 수 없다.

계속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현행 제도에 대해서 “그 운용이 문제이지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항변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된 운용이 향후 개선의 여지없이 반복적으로 제기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운용의 차원을 벗어난 제도 자체의 중대한 결함으로 보아야 하며 현재의 ‘정당공천제’가 그 전형적인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다수가 기초지방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의 문제 및 폐지의 당위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이러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바탕으로 지난 대선후보들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정책공약으로 제시하였고, 국회의원 다수가「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는 점을 볼 때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구나, 여·야 각 정당이 정치쇄신을 위해 설치한「특별위원회」에서 심사숙고 끝에 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키로 하였음에도, 일부 여·야 국회의원들이 이에 반대하는 것은 국민들의 눈에는 단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처신으로만 비춰질 뿐이다.

이제 정당개혁 및 우리의 정치문화 쇄신을 위해 말에 그치지 말고 실천에 옮겨야 할 때이다. 따라서 여·야는 정당 차원에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의「정당공천폐지 법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

2013년 7월 11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부울경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