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심벨 신전은 이집트 남부에 있다. 나일강 상류 강변의 바위 동굴 신전이다. 20m 높이의 좌상과 암벽을 60m 깊이로 파서 만들었다.

박하시인

이 신전 입구에 고대 이집트의 황금기를 이끈 람세스 2세(재위 BC1301~BC1235)의 거대한 흉상 4개가 나란히 있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1960년대 초 이집트의 나세르 대통령은 나일강 상류에 아스완댐(하이댐)을 짓기로 결정한다. 그러자 아부심벨이 수몰 위기에 처하게 된다. 찬란한 문화유산을 지키자니 아스완댐을 포기해야 하고, 댐 건설을 강행하자니 아부심벨이 물 속 60미터 아래로 잠겨버리게 된다. 정부 당국은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졌다.

이집트 문화재 당국과 유네스코도 함께 숙고를 거듭했다. 그리하여 최종 결정을 내린다. 예정대로 댐도 짓고 아부심벨도 살리는 묘안!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아부심벨을 원래 위치보다 65미터 높은 위치 옮기기로 했던 것. 그리하여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문화재 해체, 이동 그리고 조립작업이 벌어지게 된다. 먼저 높이 20미터가 넘는 거대한 람세스 흉상들을 입방체로 정교하게 절단 해체한다. 그 다음 중장비(크레인)를 동원하여 위쪽으로옮긴다. 이 과정은 마치 레고블럭을 차례차례 조립하듯이 빈틈없이 이뤄졌다. 이리하여 아부심벨은 감쪽 같이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나일강변에 성공적으로 복원(1968) 되었던 것이다.

최근 반구화 암각화가 온 국민의 화제다. 수몰을 피하기 위해 가동식 댐(kinetic dam)을 설치하자는 방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필자는 이집트의 아부심벨을 떠올렸다. 이집트 여행 시에 흥미진진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인즉, 이 프로젝트는 대규모 문화재 이전이기도 했지만 전무후무한 건축 구조물의 해체 복원사업이었으니까 말이다. 필자의 생각으론 새롭게 제안한 암각화 전면에다 가동댐을 설치하는 방식도 좋지만, 곰곰히 따져보면 아부심벨 방식도 고려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확신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는 선사시대 고래사냥 그림으로 유명하다. 울주군 언양읍 대곡천 중류의 암벽에 있다. 신석기와 청동기시대 연간에 조성된 것으로 '한국미술의 기원'이라 불린다. 우리나라의 자부심을 너머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울산시 상수원인 사연댐의 증설로 인해 매년 7개월 정도나 물 속에 잠기기를 반복한다. 건너 편 모래톱에서 망원경으로 숨은 그림찾기를 했던 기억도 새삼 떠오른다. 이대로 시간을 흘려보내다가는 암벽 그림 자체가 훼손되어 사라질 운명인 것이다.

댐의 수위를 낮춰 암각화를 보존해야 한다는 문화재 당국의 주장과 댐 수위를 낮출 경우, 3만톤의 용수 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는 울산시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왔다. 지리한 논쟁으로 이미 십년 세월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지난 주(6/16)에 놀라운 보존 방안이 나왔다. 반구대 암각화 앞쪽에다 아치형의 가동댐을 설치한다는 제안이다. 물론 문화재 당국과 울산시도 서로 합의를 했다고 한다. 이 방안을 두고서도 찬반양론이 다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차제에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방안으로 아부심벨식 방안을 제안하며, 가동댐 설치 방안과도 비교해 보고자 한다.

첫째 방안, 아부심벨식 해체 후 수직 이동 방식이다. 이 경우 십여 미터만 올려도 충분하다. 또한 당초 반구대 암각화의 주변 환경이나 풍광도 흡사하다. 댐 건설을 위해 인위적인 변경을 가해야 한다면, 그 범위는 최소한이 되어야 한다. 또한 제 자리 수직 이동의 경우 공사 비용과 유지관리 비용도 가동댐에 비해 훨씬 적게 들 것이다.

둘째 방안, 아치형 가동댐(kinetic dam) 설치 방식이다. 첨단기술을 동원하면 충분히 가능한 기술이라고 생각된다. 폴리카보네이트 투명 패널 또한 이미 대형 아쿠아리움이나 돌고래 쇼장 등에서 수조 벽체로 활용한 지 오래다. 다음으로 수위에 따라 높이 조절이 가능한 댐은 방수성능의 확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수리모형시험을 통하여 해결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 한 가지 우려는 가동댐의 양 끝단의 암벽 접합 시 암벽이 부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것 또한 탄성재질로 하중을 분산시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동댐 방식은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지라도 암각화를 둘러싸는 환경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또한 가동댐 방식은 아부심벨 방식에 비해 설치 및 유지관리 비용이 훨씬 더 클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우린나라의 문화유산이 아닌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이다. 차제에 암각화의 보존 방안으로 가동댐 방식과 함께 아부심벨 방식도 대등한 입장에서 검토해 주시기를 바란다. 이건 이래서 안돼, 저건 저래서 안돼 하는 식의 양비론은 더 이상은 곤란하다. 잘못된 선택보다는 느린 선택이 뒤탈이 훨씬 크다는 말이 있다. 반구대 암각화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글/박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