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 쓰촨(泗川省) 루산현에서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했다(4. 20). 사망자가 벌써 200명을 넘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지진은 지난 5년 전 무려 6만9천여 명의 사망자를 낸 원촨현(汶川縣)에서 불과 100여 Km 떨어진 곳이다. 5년 전 지진에 비해 인명 피해가 한참 적다고는 하지만, 200명이 넘는 사상자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박하 시인

왜 쓰촨성에는 대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것일까? 판구조론(Plate tectonics)에 의하면, 쓰촨성은 유라시아 판과 그 아래쪽 오스트레일리아 판과의 경계에 있기 때문이란다. 쓰촨성과 인접한 히말라야 산맥과 칭하이성(靑海) 일원은 해발 3천 미터 이상의 고산지대로 수천 년째 서서히 융기 중이라 한다. 산정호수인 칭하이 호가 그 이름처럼 짠물인 사실, 그리고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온 내 친구가 현지에서 사온 암모나이트(조개화석) 목걸이를 자랑한 것을 상기해보면 이들 지역이 고생대에는 바다 밑이었다는 사실이 명백하다. 이렇듯 융기하는 지각판과 인접한 지각 판이 서로 부딪히기 때문에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편 2천년 전 시성(詩聖) 두보(杜甫 712~770)가 남긴 시, ‘춘망(春忘)’도 당시 발생했던 지진 피해를 묘사했다는 흥미로운　설이 있다. 우선 두보의 시 춘망의 앞부분을 살펴보자.

國破山河在(국파산하재) 나라(조정)는 망했어도 산하는 그대로요

城春草木深(성춘초목심) 성안(장안)은 봄이 되었어도 초목만 무성하네

感時花淺淚(감시화천루) 시대를 슬퍼하여 꽃도 눈물 흘리고

恨別鳥驚心(한별조경심) 한 맺힌 이별에 나는 새도 놀라는구나 (하략)

이 시는 안록산의 난으로 인해 당나라 수도 장안(현재 서안-쓰촨성과 인접한 산시성의 성도)이 황폐화된 것에 대한 두보 자신의 심정을 그린 것이라 전해온다. 하지만 두보가 지진을 직접 겪은 다음의 황량한 분위기를 묘사했다는 주장도 있다. 일테면 이런 식이다.

첫 구는 지진으로 인해 ‘나라가 온통 부서졌지만 산과 강은 그 모습 그대로’이고, 둘 째 구에서는 ‘지진으로 인해 도시가 초토화된 장안에는 봄이 와도 사람보다 잡초만 무성하다.’ 또한 셋 째 구에는 큰 지진 이후 여진과 함께 지층 속에서 유독가스가 뿜어 나와 ‘꽃들도 색깔이 변해 마치 우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진실은 두보만이 알고 있을 터이다.

한편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휴화산인 백두산 천지에서 이상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또한 동해와 서해의 해저에서 지진들이 자주 관측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큰 것이 닥쳐올 조짐이라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침소봉대(針小棒大)식 과장이라는 시각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최근 들어 지진이 실제 자주 발생하는 게 아니라, 자주 발생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유인즉, 관측기술의 고도화에 따라 예전에는 지나쳤던 미세한 진동들도 자동으로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어느 주장이 맞든 간에, 지진은 지구인의 숙명이다. 다시 말해 지구에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은 지구 내부에서 용암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뜻이고, 이로 인해 지열이 유지되고, 이 지열로 인해 지상의 온갖 생명체들이 삶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지진이 있는 한, 우리 인류가 기필코 완수해야 할 책무는 단 두 가지! 하나는 지진의 충격을 견디는 내진(耐震) 성능 구조물의 건설, 다른 하나는 지진예보시스템이다.

일례로 지진 전문가들은 구약성서의 바벨탑 이야기도 하나님의 노여움이 아니라, 지진이 발생했을 때, 탑의 기초 부실로 붕괴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금은 어떤가? 20세기 중반부터 우후죽순으로 건설 중인 초고층빌딩과 장대교량들은 내진 구조물의 상징이다. 바야흐로 내진 기술이 완성단계에 이른 셈이다. 다음으로 만약 대지진을 사전 예측만 가능하다면 인명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지진 예보기술은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최근 5년 내 발생한 지진 중에 어느 것 하나도 사전 예보가 있었던 적은 없기 때문이다.

지진은 지구인의 숙명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첨단 예보기술이 등장할 때까지 손놓고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참에 ‘지진 발생시 대처 요령’이라도 다시 한번 챙겨볼 일이다.

글/박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