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돌아왔다. 돌아온 장고처럼 당당하게 컴백했다. 걸음걸이도, 연설의 마디마디도 확신에 차 있었다. 흥겨운 잔치판 같았다. 말 타고 오두방정을 떠는 말춤까지도 아주 흥겹기만 했다. 마치 그녀의 활활 끓어오르는 기백처럼. 기품 있는 옷차림, 우아한 한복 차림도 단연 돋보였다. 그녀는 홀홀 단신이지만 조금도 외롭지 않다. 60만 대군과 5천만 국민이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으니까. 그녀는 바로 박근혜 대통령!

박하 시인

뒤돌아보면 이 나라가 어떤 나라던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던’ 나라, 왕조시대는 오래 전에 막을 내렸어도 그 그늘은 지지리도 끈질겼던 나라, 이 땅에 태어난 여자라면 제아무리 재기발랄할지라도 숙명의 그늘에 갇혀 지내야만 했던 시절, 그 질긴 그늘이 비로소 퇴거명령을 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느낌, 곡학아세(曲學阿世), 바뀐 세상에 알랑방귀가 아니다. 단지 두 딸의 아비로서, 우리 딸들이 헤쳐 나갈 새 세상에 대한 기대에서다.

일개인의 인생 역정으로 보자면, 박대통령 같은 인생유전(人生流轉)도 없으리라. 쉬운 얘기로 인생유전이라지만, 기실 얼토당토않은 말이다. 모름지기 대권의 자리란 ‘로또 복권’ 같은 요행수도 아니고, 더더구나 순진하고 총명한 정치 초년생이 깜짝쇼로 쟁취할 그런 자리는 아니었다. 결과론이지만, 대권은 하늘이 내리는 자리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박대통령 같은 파란만장한 역정을 보면 말이다. ‘인생유전’이 아니라 응당 ‘인간승리’라고 해야 옳다.

세상의 이목이 집중됐던 취임식, 박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하지만 땀이 없는 행복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자칫 공수표 같은 약속보다는 내 귀가 번쩍 띄는 소리는 따로 있었다. 바로 ‘제2 한강의 기적’이었다. ‘제1 한강의 기적’, 그 장본인이 선친 박정희 대통령이고, 이제 그 따님이 아버지의 위업을 계승하겠다는 포부가 아닌가. 이쯤에서 ‘한강의 기적’을 제대로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엄밀히 말해 ‘한강의 기적’에는 한강이 없다. 아시다시피 한강의 기적이란 전후 독일의 경제부흥을 일컫는 ‘라인 강의 기적’에 빗댄 말이다. 패전국 독일이 경제적 부흥을 이룩하는데, 중부내륙을 관통하여 북해로 흐르는 라인 강 운하가 엄청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은 전쟁의 잿더미를 딛고서 경제적 기적을 일궜다는 사실은 똑같지만 그 내용은 크게 달랐다. 소위 ‘영자의 전성시대’로 일컬어지던 60,70 년대, 밤잠을 설친 젊은 근로자들이 만든 수출품들, 일테면, 가발, 메리야스, 와이셔츠 등등 봉제품들은 한강에서 선적된 적이 없었다. 설령 한강에 배가 있었대도 인천 앞바다로는 나갈 수가 없었다. 한강 하구, 임진강과 합류되는 지점은 예나지금이나 여전히 38선 분사분계선으로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강의 기적에 진짜 한강의 기여는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박대통령이 내세운 ‘제2의 한강의 기적’은 어떤 의미일까?

한편 지난 2012년 ‘경인 아라뱃길’이 열렸다. 한강과 인천 앞바다가 물길로 연결이 된 것이다. 한강 하구는 여전히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있더라도, 이제 한강은 더 이상 예전의 한강이 아니다. 개통 이후 한강 유람선이 다니긴 하지만 그 활용도는 지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이제 박대통령도 ‘제2 한강의 기적’을 내세운 만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경인아라뱃길부터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여 완공한 4대강 사업도 더 이상 ‘데리고 온 자식’ 취급을 해서는 안 된다. 당장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활성화를 강구해야 한다. 그리하여 제2의 한강의 기적은 낙동강의 기적, 영산강의 기적, 금강의 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유럽은 거미줄 같은 운하의 나라다. 대한민국도 강을 강답게 중요 인프라로 활용하지 못하는 한, 우리나라는 영원히 2류 국가에 머물 것이다.

부울경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