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폰은 가깝고 책은 멀다’, 얼마 전에 어느 신문에 난 기사 제목이다. 내용인즉, 가장 책을 많이 읽어야할 대학생들이 폰에 빠져 사는 나머지 제대로 독서를 못한다는 취지였다. 폰에 빠져 사는 이들이 설마 대학생뿐이랴? 어른들도 별반 차이가 없다. 일례로 지하철 안의 풍경을 봐도 그렇다. 예전 같으면 문고판 책이나 신문을 읽고 있을 분들도 죄다 폰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손안의 마약에 빠진 듯한 느낌이다.

박하 시인

필자 역시 한때 트윗에 열중했던 때가 있었다. 이름만 들먹이면 알만한 유명인의 팔로어가 되었더니, 시도 때도 없이 글들이 올라왔다. 촌철살인의 글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갓난아기가 젖 달라고 칭얼대는 것처럼 성가시기도 했다. 미련 없이 끊었더니 일시에 강 같은 평화가 찾아왔다. 왜 진작 몰랐을까? 페이스북 역시 오십보백보였다. 낼모레 환갑인 나를 두고 새파란 녀석들도 다짜고짜 ‘친구’하자 덤비질 않나, 시시콜콜한 글들에도 댓글 달라고 을러대지(?)를 않나. 숫제 나를 졸개로 아는 투였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말 빈말 아니었다. 이들은 야금야금 내 소중한 독서시간도 갉아먹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들을 완전 무시하고 살 수는 없다. 요즘에는 조계종 강원(講院)의 학승들도 태블릿 피씨로 공부한다는데, 속세 인간이 시대 문명을 외면할 수야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토끼 같은 자식들에게까지 왕따 취급을 당할 수는 없다. 내친 김에 독서의 훼방꾼들을 따돌리는 묘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SNS를 당신의 비서로 부려라. SNS에 빠진다는 것은 당신이 곧 SNS의 노예로 전락한다는 뜻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다. 특히 경쟁을 부추기는 온갖 게임에 몰두하다 보면, 책읽기는커녕 잠 잘 시간마저 빼앗기기 일쑤다. SNS는 꼭 필요할 때, ‘램프의 요정’처럼 불러내보라.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하고 고분고분 당신의 충직한 지니가 될 것이다. 일례로 결혼한 딸 내외가 생일 선물을 보냈을 때는 폰으로 인증샷을 찍어 전송을 한다. ‘0서방! 고맙네. 맛이 감동이네’라는 메시지와 함께.

둘째, 신문을 정기구독하자. 디지털시대에 웬 아날로그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독서를 위해서는 신문만큼 좋은 길잡이가 없다. 우선 신문을 보는 시간만큼 SNS에서 놓여난다. 그만큼 눈도 덜 피곤하다. 인터넷에서는 대중의 인기에 따라 우선순위가 갈리지만, 신문은 완전히 다르다. 세상일을 저울에 달듯이 가려서 편집해 놓기 때문이다. 신문 읽기에 버릇이 되면 책 읽는 습관은 저절로 생긴다. 매주 소개되는 신간소개도 반갑기 그지없다. 필자는 객지에 있는 알뜰한 작은 딸에게도 조간신문 구독을 강요한 지 오래다. 딸은 어느덧 습관이 되어 출근할 때 으레 신문을 챙겨나가고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거의 다 읽는다고 한다. 한편 어린 자녀들에게 값비싼 폰은 사주면서 폰 값에 비하면, 껌 값이나 다름없는 신문 값을 아끼는 부모들이 많다.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신문 대금 몇 푼 아끼겠다고 폰에만 의지한다면 자녀들의 눈도 급속도로 나빠지고 독서습관도 멀찌감치 달아나기 마련이다.

셋째, 일주일 단위로 독서량을 정하자.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한곳에 너무 많이 쓰고 나면 다른 곳에는 쓸 시간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1주일에 한 권쯤은 일근 습관을 들이자. 토·일요일, 이틀이나 쉬는데 책 한 권 읽기가 무슨 대수인가? 독서야말로 습관이다. 습관의 힘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자칫 SNS에 빠져 살다가 독서의 기본 감각까지 놓쳐버린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다.

광속으로 변하는 세상에서 정신 제대로 챙기고 살려면, 분야별 석학들을 초빙하여 족집게 훈수를 받는다면 더할 나위가 없으련만 어디 그게 가능한 일인가? 하지만 그 대안으로 역시 책만큼 좋은 게 없다. 책이야말로 험한 세상의 나침반이자 우리 인생의 가장 친근한 멘토이다. 모름지기 SNS를 가급적 멀리 하고 짬짬이 책을 읽을 일이다. ‘냅둬! 이대로 살다 갈래’한다면 그냥 그렇게 사시고.......

부울경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