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열리는 대선 경기, 이제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승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패자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 워낙 팽팽했던 경기라 그 후유증이 금방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겼다고 우쭐거릴 일도, 졌다고 크게 좌절할 일도 아니다. 길게 보면 세상은 돌고 도니까 말이다.

박하시인

그런데 지금 이 마당에 왜 뜬금없이 선덕여왕(재위 632~646)인가? 말인즉슨, 이번 대선 기간 내내 사람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선덕여왕에 견주곤 했다. 왜 그랬을까? 모르긴 해도 두 분 다 독신이라는 점, 부친이 최고통치자였다는 점일 것이다. 또한 필자의 기억이지만, 언젠가 박근혜 후보는 실제 엘리자베스1세 여왕과 선덕여왕의 리더십을 가장 존경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다. 괜한 낭설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과연 선덕여왕은 어떤 왕이었을까? ‘큰 덕을 베풀었다’는 시호(諡號)처럼 여장부 성격의 성군이었을까, 아니면 시호와는 달리, 재위기간 16년 내내 화백회의에 휘둘렸던 꼭두각시 여왕이었을까? ‘유독 신통력이 많았다’던 선덕여왕의 시대를 살펴보기로 하자.

무려 1380여 년 전, 당시 한반도는 살벌한 전쟁터, 고구려, 백제, 신라는 하루가 멀다 하고 ‘땅따먹기’ 전쟁을 벌이던 시대였다. 당시에는 대규모 전쟁 상비군이 따로 있었던 게 아니라, 국민 총동원령 태세였다. 그러니 농부이자 병사들인 민초들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그 뿐이랴. 바다 건너 강대국 당나라와 일본도 마냥 이웃사촌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어떻게든 바다를 건너 올 구실만 생기면 제 잇속을 챙기려 달려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도 그 관성은 여전한 것만 같다.

아시다시피 삼국통일을 성취한 태종무열왕, 삼국 간 살육 전쟁을 끝내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비로소 ‘한민족’의 대통합을 이룬 왕, 그의 위업을 아무리 칭송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뿌리 없는 꽃이 없듯이, 삼국통일의 꽃을 피우기까지 숨은 노력을 기울인 뿌리는 바로 선덕여왕이다. 그녀는 부왕 진평왕(재위 632~646)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다. 전문가에 의하면, 선덕여왕은 등극 당시 40대 후반이었다고 한다. 그녀의 최고 업적은 뭐니 뭐니 해도 ‘삼국통일을 위한 기반 다지기’일 것이다.

첫째로 삼국통일의 주역 인재들을 키웠다는 점이다. 가야 왕족 출신 명장 김유신,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룬 태종무열왕 김춘추, 문무왕 김법민, 세속오계의 원광법사, 황룡사 9층탑의 자장율사 등을 들 수 있다. 선덕여왕은 이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내치(內治)와 외치(外治) 양쪽 모두에서 최상의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일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고구려로, 일본으로, 또 당나라에 이르기까지 외교특사로서 활약한 김춘추, 가문 대대로 충성을 다 바친 김유신, 그들의 등 뒤에는 여장부 선덕여왕이 있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건축 대역사를 통한 통일 비전 제시를 들 수 있다. 일례로 황룡사 9층탑을 세운 것이다. 재위 3년에 분황사 창건, 재위 14년 황룡사 9층탑, 15년 첨성대를 준공한다. 황룡사 9층탑은 신라를 위협하는 주변 9개국 오랑캐들을 제압하고 삼국을 통일하고자 하는 국가적 의지의 표상이었다. 건립 이후 수차례 중수를 거듭하며 삼국통일을 이끈 솟대로, 통일 이후에도 고려 말 원나라의 침공으로 소실될 때까지 통일신라의 표상으로 우뚝했다.

끝으로 인물과 정책의 연속성을 들 수 있다. 통일의 선봉으로 화랑도를 지속적으로 활용했던 것처럼 선덕여왕은 부왕의 사람들과 정책을 이어받았고, 그녀의 사후에도 인물 기용과 정책들은 지속되었다는 점이다.

‘역사는 언제나 오늘의 역사’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공교롭게도 지금 현재, KBS1 TV의 주말 연속극 ‘대왕의 꿈’에서 선덕여왕을 다루고 있다. 새파란 모습의 선덕여왕이 이번 주말쯤이면 왕좌에 오를 것 같다. 또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관계가 선덕여왕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기에, 때맞춰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기왕이면 선덕여왕의 리더십이 박근혜 당선인을 통해서 부활했으면 좋겠다. 첫째는 남북통일을 향한 인재 육성과 주변 4강 외교의 리더십으로, 둘째는 전 정권의 대역사였던 ‘4대강 살리기’에도 정책의 연장선에서 특별한 리더십을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리하여 ‘4대강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면, 이는 국민 통합을 넘어 국민 행복 시대로 가는 지름길이 되리라 확신한다.

글/박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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