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는 불쏘시개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당신의 감성 창고에 쌓아둔 장작들에 불을 붙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곰곰 생각해 보시라. 당신의 머리 속에 남아있는 시구(詩句)가 과연 몇 개나 있는지. 떠오르는 거라곤 소월의 ‘진달래꽃’ 뿐이 아닌지, 새삼 다시 돌아볼 일이다.

박하 시인

우리나라만큼 등단 시인이 많은 나라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뜻밖에도 일상에서 시를 가까이하는 사람은 아주 드문 편이다. 뭐랄까? 홍수나면 마실 물이 귀하다고나 할까? 특히 공학도나 기술자들에게 시를 읽는다는 것은 감정의 사치 정도로 치부한다. 공학도나 기술자일수록 시를 불쏘시개삼아 자신의 감성에 불을 집혀야 한다.

시는 부지깽이다. 장작에 불을 붙였다고 해서 끝까지 활활 타라는 법은 없다. 아궁이 불이라도 활활 타고 있을 때 중간 중간 부지깽이로 불 속을 헤집고 쑤셔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불의 숨통을 틔워 주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감성의 장작불도 마찬가지다. 속속들이 활활 태우기 위해서는 틈틈이 시의 부지깽이로 밑불부터 쑤셔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시는 페로몬(pheromone)이다. 시는 은근한 사랑의 추파(秋波)라는 말이다. 연애편지를 쓸 때는 누구나 시인이 되는 것처럼 특히 청춘남녀 간에는 시의 힘이 최고다. 까닭 없이(?) 나이만 먹은 노총각, 노처녀들은 대개 시를 ‘개 닭 보듯’ 무덤덤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평소에 시를 즐겨 읽었다면 없던 페로몬도 생기고, 시로 인해 그 향기가 더욱 진해졌을 테니 말이다. 여전히 스펙 쌓기에만 혈안에 되어있는 노총각, 노처녀들이여! 지금이라도 영혼의 반려자를 찾고자 한다면 시집을 즐겨 읽으시기를.......

시는 빗자루고 진공청소기다. 시를 읽으면 케케묵은 감정의 먼지들이 싹싹 쓸려나가는 기분, 구석구석 똬리를 틀고 있던 찌든 때들이 진공청소기에 의해 빨려나오는 기분이다. 마음 속에 분노나 원한도 시를 읽다보면 어느새 사라지게 된다. 뭐랄까? 시를 읽으면 한 여름 무더위에 만나는 소낙비 같은 것, 찬물에 등목하는 기분이랄까......... 성벽처럼 앞길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이 일시에 허물어지는 느낌이랄까.

알고 보면 세상에 시집만큼 값싼 책도 없다. 한 권에 겨우 육칠천 원 밖에 안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 가격에 비해 미치는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영혼의 비타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집은 대개 선물 받는 것쯤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개 제 돈으로 시집 사기를 썩 내켜하지 않는 편이다. 생각해 보라. 선물을 받아 마지못해 읽는 것과 스스로 시집을 고르고, 사서 읽는 것과는 그 효과가 천양지차가 나게 마련이다.

물론 그까짓 시집을 읽지 않아도 사는데 큰 지장이 없다고 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일 터다. 하지만 마흔 살이 넘어서도 시집을 즐겨 읽는 사람과 전혀 읽지 않는 사람 사이에는 관상의 차이가 상당하다고 한다. 관상이 바뀌었다는 말이다. 왜 그럴까? 아시다시피, 사람의 뇌(腦)는 논리를 다루는 좌뇌와 감성을 담당하는 우뇌로 나눠져 있다. 세상살이에서 생각의 균형이 중요하듯이, 사람마다 좌뇌와 우뇌를 골고루 사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용불용설(用不用說) 이론 그대로다.

뇌신경 전문의에 의하면, 뇌도 갈수록 딱딱해지는 ‘가경성(可硬性)’과, 말랑말랑해지는 ‘가소성(可塑性)’으로 구분된다고 한쪽 뇌만 지나치게 사용하게 되면 인상(관상)도 차츰 바뀌게 된다고 한다. 즉 좌우 뇌와 안면 근육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말이다.

취업을 위해 인상을 고치겠다는 젊은이들, 주름진 얼굴, 찌푸린 인상을 바꾸겠다는 중년들, 갈수록 첨단과학의 힘을 빌리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마치 사회 전체가 성형중독을 부추기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섣부른 성형의 부작용도 만만찮다고 한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미인의 얼굴은 대칭이라고 한다. 좌뇌와 우뇌를 골고루 쓴다면 안면 근육의 좌우 대칭도 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아주 값싸고 부작용이 전혀 없는 안면 근육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시집 읽기를 강추! 한다. 특히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에게 시집 읽기를 권한다. 누가 뭐라 해도 시는 당신의 묵혀둔 감성에 불을 집혀주는 불쏘시개고 부지깽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