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과학자들이 토요일마다 재능기부에 참여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들은 카이스트(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학생들과, 이사벨고등학교 과학동아리 학생들. 이들은 부산 부산진구(구청장 하계열)의 보듬이봉사단이 추진하고 있는 ‘공신(공부의 신)’ 프로그램에 참여해 매주 토요일마다 지역 내 형편이 어려운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지도에 나선다. 지난해에는 부산진구에 있는 국제중․고등학교의 학생 35명이 공신 프로그램에 참여해 ‘놀토’마다 결연 학생들을 가르친 바 있다.

부산진구는 올해 주5일 수업 시행에 따라 학생들이 토요일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도록 관내 고등학교에 협조를 요청해 재능기부에 참여할 고등학생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했다. 재능기부 분야는 부산진구가 3년째 추진하고 있는 학습지원사업인 ‘공신’프로그램이다.

올해요청 결과 부산진구 당감동에 있는 국내 제1의 영재학교인 한국과학영재학교와 연제구에 있는 이사벨고등학교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공신’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자원봉사에 참여할 학생을 모집, 희망자 가운데 45명을 최종 선발했다. 이들 학생은 부산진구가 선정한 48명의 학생들과 1:1 또는 1:2로 결연해 4월부터 학습지도에 나선다.

영재학교 학생들은 자신들의 전문과목인 수학과 과학은 물론이고 국어와 영어까지 가르친다. 영재학교 학생들은 거의 대다수가 일반 고등학교 과정 이상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아 초등·중학생은 물론 같은 또래인 고등학생까지 가르칠 수 있다.

본격적인 학습지도에 앞서 한국과학영재학교 학생들은 3월말에 가르쳐야 할 학생들의 가정을 방문, 지도 대상 학생들과 얼굴을 익히고 학습과목과 교재, 시간 등을 정했다. 부산진구는 직원들이 조성한 기금으로 교재를 구입해 지원한다.

한국과학영재학교 손태희 교사는 “자원봉사자 모집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다”며 “우리 학생들이 요일을 가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두하는 ‘공부벌레’인줄만 알았는데 자원봉사에 많은 관심을 보여 기특하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에 있는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연제구에 있는 이사벨고등학교에서도 ‘공신’에 참여하고 있다. 이사벨고등학교의 과학동아리인 ‘뉴턴(Newturn)’ 소속 학생 5명은 부산진구의 ‘공신’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지난 2월부터 참여하고 있다.

이사벨고등학교 과학동아리 학생들은 지난해 환경부가 주최하고, 환경보전협회가 주관한 ‘제6기 생물자원보전 청소년리더’에 부산의 대표팀으로 참가한 바 있고 학교에서도 전교 1등을 다투는 최상위권 실력파 학생들이다. 이들도 총 6명의 초·중학생들과 결연해 매주 토요일 영어, 수학, 과학을 일대일로 가르치고 있다.

특히 이 학생들은 결연된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것은 물론이고 언니, 형으로서 고민까지 들어주는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과학동아리 학생들이 매주 토요일 정성을 들여 학습지도에 나서면서 한 달 여 만에 대상 학생들에게 서서히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과학동아리 학생 가운데 김혜렴양과 결연해 학습지도를 받는 중학교 2학년인 한 여학생은 “그동안 공부를 포기했었는데 이번에 언니의 도움으로 공부를 하다보니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며 “서로 학교생활 이야기도 하고 고민까지 상담할 수 있어서 진짜 언니 같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들인 이들 학생들이 자신의 공부시간을 쪼개 다른 학생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니 대견해보인다”며 “가정형편 때문에 학습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공신 프로그램을 확대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신 프로그램에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과 학습지도가 필요한 저소득층은 부산진구 주민생활지원과 서비스연계(605-4352)로 신청하면 된다.

부울경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