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의 시대풍류 #4- 손바닥 안에 있는 세상

박하 시인

“각하! 지구를 공격하기엔 지금이 최적기입니다.”

아갤럭 외계인 행성의 정보사령관이 총통에게 말했다.

‘벌써 시기가 무르익었단 말이냐?’ 총통이 물었다.

“예썰! 지구상의 모든 도시들은 이미 우리 통제 안에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정보통이라는 어른들도 마찬가집니다.

모두 사로잡힌 포로나 다름없습니다.”

“푸하하, 우리가 퍼트린 바이러스가 정말 강력하군!

벌써 지구인들을 중증으로 감염시켰단 말이지.”

“넵! 깨어있는 동안은 잠시도 한눈팔지 않고,

전부 지들 손바닥만 보고 있으니까요.”

“좋다! 즉시 출격 준비하라!

동시 타격 목표는 서울, 뉴욕, 도쿄를 포함한 100대 도시들이다.

공격개시는 서울 시각, 대낮 12시!“

“각하! 캄캄한 밤이 기습공격에 더 좋지 않을까요?”

“아니다! 어차피 대낮에도 하늘을 쳐다보는 녀석은 하나도 없을 테니까!”

이런 만화 같은 상상이 드는 요즘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하철 안, 버스 안을 가리지 않고 젊은이들은 한결같이 손바닥에 빠져있으니 말이다. 걸어갈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 엘리베이터 안에서조차 손바닥에 정신이 빠져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바야흐로 스마트폰 만능인 시대이다. 친구와 통하고, 게임을 하고, 음악을 듣고, 사랑의 메시지를 주고받고, 뉴스에다 스포츠중계까지 본다.

깨어있는 시간에 그것이 없다면 한시도 안절부절 못한다. 어디 젊은이들뿐이랴? 중년의 직장인들도 별 수 없다. 일례로 장례식장에 조문을 가면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지인들끼리 건성으로 인사를 나눌 뿐, 연신 스마트폰에 눈이 간다. 필자 역시 시대조류를 거스를 수 없는 노릇이라, 종종걸음으로 따라가고 있지만........황새를 좇아가는 뱁새의 심정이나 다름없다.

불교설화에 있는 ‘흰 소가 끄는 수레’가 떠오른다. 집은 활활 불타고 있는 데도 집안에 있는 아이들은 세상모르고 놀이에만 빠져있다. 그때 창밖에서 안을 향해 소리치는 사람이 있다.

“얘들아! 여기 수레가 있다. 빨리 나오너라! 태워주마!”

그 소리에 창밖을 내다본 아이들이 환성을 지르며 뛰어나왔다는 이야기.

손바닥 안의 세상이 세상 전부가 아니다. 어쩌면 설화 속의 불타는 집인지도 모른다. 물론 시시각각 변하는 정보는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정보는 삶을 위한 수단이지 삶을 가두는 감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젊은이들이 열심히 도전해야할 진짜 세상은 손바닥 밖에 있으니까 말이다.

부울경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