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 시인

강물의 미래, 우리의 미래

태초의 에덴동산에도 강이 흘렀을 것이다. 아담도 이브도 사과만 먹고는 살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강을 떠나 한시도 살 수 없던 그들, 그들의 후예는 어느덧 궁벽한 산속이나 사막에도 살게 되었다. 땅속 깊이 우물을 팔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물은 우물로 머물지 않고 다시 상수도로 변했다. 일례로 로마제국은 대수로교(大水路橋 aqueduct)도 유명하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아득한 산정호수나 강에서부터 수도관을 통해 물을 끌어 왔고, 이 물을 이용하여 도시마다 번영을 누렸던 것이다.

한민족 역시 강물의 이용에는 뒤지지 않는다. 일례로 까마득한 삼국시대에도 낙동강에 관개용 저수지들이 있었다. 상주의 공검지, 밀양의 수산제 등등........먹는 물은 기본이고 벼농사까지 지었다는 말이다.

21세기 지금의 강물은 어떤가? 낙동강 상류의 수많은 다목적댐들이 있고, 숱한 취수장들이 있어 주변 도시에 생명수를 공급하고 있다. 하류에는 하구둑이 있어 해수의 역류를 막아 관개용수로 이용한다.

강물의 이용율(利水率) 측면에서 보면, 선진국은 우리보다 여전히 더 높은 수준이다. 강의 미덕은 아득한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다. 강이 죽으면 인간의 생존이 위협 받는다는 사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강의 존재를 잊고 살았다. 잊고서, 그저 강을 건너기에만 급급한 채 살아왔던 것이다. 눈 밖에 나면 마음에서도 벗어난다는 말처럼.......

한동안 잊고 지냈던 강이 돌아왔다.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말이다. 좋든 싫든 4대강 살리기가 어느덧 준공을 바라보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하지만 찬반 양측의 귀결점은 동일하다. 즉 강물의 미래를 똑같이 걱정한다는 점이다.

일전에 낙동강의 함안·창녕보를 답사했다. 사업 이전과 비교하여 수위도 높아지고, 몰라보게 맑아졌다. 하지만 지속 여부나 홍수예방 효과를 단언하기엔 시기상조이다. 또한 일부 준공된 보(洑)들의 하자(누수)도 있고, 설상가상 천문학적인 유지관리 비용을 지자체에 떠넘길 거란 흉흉한 소문도 나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지나친 공포 조장을 말아야 한다. 인류 역사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연속이다. 앞 세대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길로 나가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소봉대하여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가는 식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 ‘건설=환경 파괴’라는 오해이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듯’, 인간의 편이 아니다. 인간의 과오로 더렵혀진 강은 인간의 기술로 치유해야 한다. 가까운 예로 울산 태화강이 되살아난 이유도 지속적인 준설과 오폐수 정화 때문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건설기술도 개발 지상주의가 아닌 친환경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강이 죽고 사는 일, 즉 강물의 미래는 지속적인 유지관리에 달려있다. 따지고 보면, 강은 저절로 오염되는 게 아니다. 인간이 내다버린 축산폐수에 의해, 비료, 농약에 의해, 생활하수인 오폐수에 의해 더럽혀지는 것.

끝으로 강을 살리는 길은 우리 모두 강과 친해지는 일이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또 친구들끼리 부지런히 강변을 찾을 일이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를 부르며, 우리 모두 강물의 감시자가 되는 일이다.

글/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