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가(正歌), 대중을 위한 음악극으로 돌아왔다.

국립부산국악원(원장 박영도)은 오는 11월 16일(수) 오후7시30분 국립부산국악원 대극장(연악당)에서 정가극 공연을 갖는다. 정가극 '영원한 사랑-이생규장전'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마음의 평정과 바름을 얻기 위해 즐겼던 풍류음악의 성악장르인 정가(正歌)를 바탕으로 한 종합극이다. 지난 2004년 정가극 ‘황진이’에 이어 두 번째로 시도되는 작품이다. 기존 정가에 대사와 연기를 더해 극예술로 완성시킨 최초의 시도에 이어 이번 ‘이생규장전’에서는 창작 정가로 부산시민들께 첫 선을 보인다. 조선시대 지식인 김시습이 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사랑이야기는 어떤 내용일까?

정가극 <영원한 사랑 - 이생규장전>은 ‘사랑’을 소재로 하여 대중들에게 정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된 작품이다. 조선시대 최초의 한문소설인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나오는 ‘이생규장전’의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남녀간의 영원한 사랑이야기를 줄거리로 한다. 세 번의 만남과 세 번의 이별을 통해 비극적이지만 영원한 사랑을 맺는, 슬프지만 아름답게 그려내며 정가의 아정한 목소리를 바탕으로 엮어낸다.

공연구성은 총 10장으로 이루어진다. 고려 말 이생 (李生)이라는 총각(18세)이 학당에 다니다가 우연히 담 너머로 양반 집 규수 최랑(16세)과 첫눈에 반해 부모의 반대를 이겨내고 사랑의 결실을 맺지만 홍건적의 난으로 양가 부모님과 최랑을 잃고 죽은 아내를 애절하게 그리워한다. 이생의 절실한 사랑에 감복한 나머지 최랑은 현세에 나타난다. 이생은 아내가 돌아온 줄만 알고 다시 부부의 인연을 맺는다. 행복한 3년 세월이 흐른 뒤 최랑은 저승으로 사라지고, 들에 뒹구는 유골을 거둬 장사 지내달라는 부탁을 남긴다. 이생은 아내의 부탁을 들어준 뒤 병이 들어 결국 아내를 따라 세상을 등지는 이야기로 조선시대의 로맨틱 환타지 소설이 무대화된다.

제1장: 화상 (김시습과 제자가 몽유도원도을 보고 얘기를 나누다)

제2장: 이생과 최랑이 만나다

제3장: 이생과 최랑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다

제4장: 이생,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듣다

제5장: 최랑은 돌아오지 않는 이생을 기다린다

제6장: 이생과 최랑의 결혼

제7장: 이생과 최랑의 사랑가

제8장: 난리 났네, 난리 났네(전쟁)

제9장: 재회, 이생이 폐허가 된 집으로 돌아오다(이승과 저승의 만남)

제10장: 이별

연출을 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석만 교수는 “지난 2004년 정가극 ‘황진이’에서는 기존 정가를 활용해 연출했었다면, 2011년 정가극 <영원한 사랑-이생규장전>은 창작정가와 디지털 영상을 통해서 정가의 아름다움을 친근하게 즐길 수 있도록 연출해 새로운 정가극의 붐을 일으키고 싶다.”며 “조선의 판타지 문학이 현대 공연예술 미학과 창작 정가가 만나 우리음악의 창작지평을 넓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이화여대 국악과 교수인 안현정 작곡가는 정가의 선율에서도 충분히 다이나믹한 음악이 탄생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이번 정가극에 새로운 도전을 했다. “남창의 우조와 계면조, 여창의 우조와 계면조 선율을 모티브로 작곡하였고, 작품의 극적인 전개를 위해 정가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장단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로 정가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출연에는 최고의 기량을 겸비한 국립국악원 정악단, 객원 등이 함께한다. 공연관람은 전석 8,000원으로 국립부산국악원 홈페이지 예매 및 전화(811-0040)예매 가능하다.

곱고 느린 박자를 가진 정가의 매력을 어떻게 흥미롭게 풀어냈는지 사뭇 기대된다. '국악'이 대중에게 좀더 신선하고, 가깝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 공연은 정가(正歌)의 존재와 매력을 재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부울경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