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향토음식, 뜨끈한 국물에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 돼지국밥은 부담없는 한 끼 식사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

지난 5년간 돼지국밥으로 소외된 웃어른을 보살피는 숨은 천사가 있어 화제다.

연산9동 토곡사거리에 자리잡은 경주박가국밥. 13년째 돼지사골 고우는 가마솥의 불을 한시도 끄지 않았다는 박주호사장(남, 56세). 식사 후 문을 나서며 이 집의 단골이라고 밝히는 한 손님은 “음식 맛도 맛이지만 사장의 넉넉한 인심을 배부르게 먹고 간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 이유는 매월 셋째 화요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외된 65세 이상 노인분들 3백여명에게 사랑의 국밥을 대접하는 일을 5년째 해 오고 있는 박사장. 뚝배기에 담긴 것은 단순한 국밥만이 아니라 어른을 섬기는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담겨 있어 그릇을 비울 때 쯤에는 가슴까지 뿌듯한 이웃사랑의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지난 4일부터 음식을 조리하는 손길이 더욱 바빠졌다. 13년 개업 기념으로 오랫동안 생각했던 현재 가격에서 50% 할인된 ‘단가국밥’을 메뉴판에 올린 때문.

박사장은 “평소에 받았던 많은 사랑을 어떻게 돌려드릴까 고민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맛있는 국밥을 부담없는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라거고 생각해서 시작했지요” 바쁜 시간에도 주방과 손님 사이를 오가며 대접하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박사장의 모습에서 진심이 사골국물처럼 우러났다.

박사장이 지금의 자리에서 국밥집을 시작한지 13년. 그러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국밥맛이 예사롭지 않았던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어머님이 6.25 전쟁중에 서면의 먹자골목에서 국밥집을 시작하셨습니다. 어릴적부터 자연스럽게 국밥과 함께 생활을 했습니다.” “어머님을 도우며 익힌 손맛과 가업을 잇는다는 생각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습니다.”

현재에도 부산광역시 전문 음식업자들의 연구모임인 향토음식연구회장을 올해로 4년째 맡아 이끌고 있는 박사장의 이력이 어쩌면 당연한 것. 어려서부터 몸에 베인 친절로 손님을 섬기고 이웃에게 인정을 베푸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왁자한 대화에 웃음꽃을 피우는 손님들 중 한 분에게 물었다. “근처의 연산LG아파트 사랑방모임이예요. 박사장님의 선행을 알고 일부러 모임장소를 이곳으로 정했지요. 그래야 더 많은 어려운 분들에게 좋은 일을 하실 수 있을 거 아닙니까!”

이렇듯 박사장을 믿고 이해하는 단골손님들이 조금씩 늘어남에 따라. 더 많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더 자주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 것이 박사장의 소박한 앞으로의 바램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사랑으로 조리한 국밥 한그릇을 뚝딱 비우고 국밥집을 나서니 무더운 열기도 이길 수 있는 힘이 솟아 나는 것은 이웃사랑을 전하는 박사장의 정성에 일조했기 때문이리라.

부울경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