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화봉동 휴먼시아 아파트 경로당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매달 20일이면 어김없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머리를 깎아주기 위해 40여년 경력의 베테랑 이발사 노문식(65.화봉동) 할아버지가 찾은 것이다.

노 할아버지는 지역의 독거노인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20여년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음이지. 그냥 내가 가진 재주를 베풀어 주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좋아 지금까지 하고 있지"

할아버지뿐 아니라 할머니들도 세월의 경험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투박한 남자의 손에 머리 맡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을메나 좋아. 한달이 지나면 잊지 않고 꼭 찾아와서 예쁘게 머리를 깎아주니 고마울 따름이야. 너무 감사하지"

노 할아버지의 고향은 경남 함양이다.

7살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렵게 자란 할아버지는 17살때 아버지의 부탁으로 동네 교회장로에게서 처음 이발 기술을 배웠다.

기술을 더 배우고 싶었던 할아버지는 상경해, 여러 이발소를 전전하며 기술을 익혔다.

"돈도 벌고, 기술도 배우고 싶어서 서울로 갔지. 고생은 말도 못하게 많이 했어. 한번은 같이 근무하는 직원과 계를 만들었는데 그걸 들고 도망가는 바람에 몇 년 부은 목돈이 한순간에 다 날아갔지"

노 할아버지는 최근 오토바이를 구입했다.

더 많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것을 기동력이 좋은 오토바이로 교체했다.

"작년에 희망근로에 참여하면서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많이 봤어. 그들에게 계속 도움을 주고 싶어 그때 알아뒀던 주소를 기억하며 찾아가 머리도 깎아주고, 집 청소는 물론 말벗도 해드리고 있지"

넉넉지 않은 살림에 오토바이를 어떻게 구입했냐는 말에는 빙그레 미소만 지을 뿐이다.

할아버지를 잘 아는 분이 가끔 공사장에 가서 허드렛일을 한 돈을 모아 장만했다고 귀띔 해줬다.

특히 노 할아버지는 할머니들을 상대할 때 할아버지와 달리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여자머리는 희망근로때 처음 만졌지. 남자랑은 틀려서 신경이 많이 쓰여. 예쁘게 깎아드려야 할머니들이 커피도 타 주고 하니까 두 세배는 더 신경을 써"

할아버지는 할머니들의 머리를 만지며 어린시절 기억도 나지 않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그렇게 조금씩 갚아가고 있었다.

"다른 거 없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오토바이를 타고 어려운 이웃을 찾아 돕고 싶을 뿐이야"

동부산뉴스/울주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