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8표라는 백화점씩 투표용지 풍년의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 좁은 지역(㉮)에서만 각급 입후보자만 13명, 정당이 대여섯 개에 유세지원단, 유세보조원 등이 줄잡아 500여명에 고성능 스피커가 달린 20여대의 차량과 함께 약 15일 동안 거리 구석구석을 좌충우돌씩으로 ‘이름과 공약 알리기’에 사생결단으로 포효했던 유세장 분위기였던 것이다.

그 와중에 나도 어느 후보 캠프에서 잔심부름을 하고 있었던 터라 역지사지로 이해하고 소음(騷音)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일반 시민들이야 오죽했으랴!

다만 그 가운데에서도 한 가닥 위안이 있었다면 입후보자 쪽 사람들의 ‘친절’이었을 게다.

기실 모든 국민들이 평소에도 그처럼 친절했더라면 동방예의지국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나라가 태평성대를 구가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잘 부탁합니다.’ ‘○○○ 안사람입니다,아무쪼록 기억해 주십시오.’ ‘사랑하고 존경하는 기장군민 여러분!…….’ ‘생업에 얼마나 고단하십니까? 좋은 세상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친절이 뚝뚝 흘러넘치고, 부딪쳐도 그냥 웃으며 비켜나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릎 꿇고 넙죽 큰 절을 시도 때도 없이 해대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평소 적적하던 마을 경로당에도 어깨띠를 두른 입후보자들의 큰 절 인사는 줄을 이었고, 바깥만 나서면 여기저기에서 밝은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장밋빛 공약들이 넘실거렸다.

그런데 그건 4년 전에도 비슷했었지만 그 많은 공약들 가운데는 나중에 보니 미진한 일들도 많았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건 탈락자들이 낸 좋은 공약들을 당선자 측에서 벤치마킹을 했어야 되는데 그런 점에서 소홀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권자들의 모든 ‘주문’들은 일단 성사시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며칠간이었다.

그런데 ‘친절’은 오고 가는 것이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주는 친절에 비해 받는 쪽은 대개 무덤덤했던 것이 흠이었다. 오고가는 친절 속에 밝아지는 우리이웃이 되어야 옳은데 주는 쪽은 너무 간절한데 비하여 받는 쪽은 너무 무감각이어서 아무래도 어색한 친절에 그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친절은 예절이다.

동양적인 예절의 기본은 인의예지를 실천하는데 있고, 자기를 낮춤으로써 남을 높이는 사양지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선거 유세 때에 입후보자들이 자신을 한껏 낮춘 것은 반대급부를 노린 절박함에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그들이 당선 이후에도 초심을 유지하여 국민을 진짜 하늘처럼 생각하는 풍토가 자리 잡는다면 선거가 또 하나의 사회 정화효과를 함께 얻는 순 기능이 있겠지만 불행이도 그렇지 못하고 깜짝 친절에 머문다는 것이 참으로 아쉽다.

우리는 당선자를 ‘선량’이라고 부른다. 선량들은 부디 자신들이 필요할 때에 보였던 낮은 자세와 친절을 임기 내내 유지함으로써 시민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자양분으로 삼아 의정활동을 펴 나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글/범곡 정영학

기장읍 주민자치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육위원

사진.한신노인정 동부근린공원 환경정화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