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이 뜨는 밤엔

바다의 앞섶을 열고

그 품속에 내밀하게

안기고 싶다.

난폭성을 잠재운 바다는

너그럽고 자상한 어머니가 되나니

양수 속의 아가처럼

넉넉한 품 안에 안기고 싶은 충동

눈앞에 광대하게 펼쳐진 바다를 보며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삶의 넋두리를 엮어 가는 삶

태고적부터

그침이 없던 바다의 호흡처럼

인간사 고독 또한

어둠만이 점령한 이 순간에

측량할 길 없는 깊이를 더해 간다.

글/시원 김옥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