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경인년 호랑이 해를 맞아 동구지역에서 호랑이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동구문화원 지역사연구소(소장 장세동)에 따르면, 동구 마골산 불당골에 세워져 있는 '착호비'는 호랑이 덕분에 승진한 하급관리의 인생역전을 담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동구 남목 일대가 군사용 말을 키우는 거대한 국영목장이었는데 호랑이가 말을 잡아먹는 일이 빈번했고 다른 지역보다 울산이 그 피해가 특히 심했다. 국영목장을 관리하는 하급관리 '산행장'인 전후장은 영조 22년(1746년)에 호랑이 5마리를 잡아 조정으로 부터 절충장군의 직을 받은데 이어 영조 33년(1757년)에 또 호랑이를 잡아 가선대부로 승진됐다.

이런 내용은 조선시대 승정원일기에도 기록이 남아있는 역사적인 사실이며 동구 마골산 불당골에서 지난 2003년 발견된 착호비에도 <전후장이 영조 22년(1746년)에 호랑이 5마리를 잡은 공을 아뢴바, 위에서 절충장군의 직을 내렸다. 영조 33년(1757년)에 또 호랑이를 잡아 가선대부 직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와 함께 사람들이 호랑이를 영물로 여겼던 것을 암시하는 재미있는 민담이 동구지역에도 구전되고 있다.

동구 출신인 장세동 소장에 따르면, <1900년대 초에 일본 사람들에 의해 방어진항이 어업 전진기지로 개발되면서, 울산에서는 가장 먼저 주전~남목구간에 신작로가 생겼고 버스가 처음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사람의 힘으로 도로를 만들었기에 길이 울퉁불퉁하고 위험하기도 했다. 어느날 꼬불꼬불한 고갯길을 따라 운행중인 버스 앞에, 호랑이 한마리가 버티고 앉아 길을 가로막고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중 누군가가 '각자 가진 물건을 호랑이에게 던져보자'고 제안해 승객들이 하나씩 물건을 던지자, 호랑이가 그 중 한사람의 물건을 깔고 앉았다. 그 물건의 주인이 버스에서 내리자 호랑이는 길을 비켰고, 버스는 다시 운행을 시작했는데 얼마 가지 않아 경사 급한 비탈길에서 버스가 굴러 승객들은 크게 다치거나 사망했고 호랑이가 선택한 그 사람만 무탈했다>고 한다.

또, 역시 1900년대 초기부터 전해지는 민담으로 <동구의 한 장사꾼이 장에 갔다가 물건을 팔고, 한밤중에 얼큰하게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으로 가는 신작로 앞에 갑자기 호랑이 한마리가 나타났다. 호랑이는 사람을 해칠 생각을 않고, 오히려 앞장서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장사꾼은 호랑이 눈에서 나오는 인광을 불빛으로 삼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동구문화원 지역사 연구소 장세동 소장은 "내가 어릴 적 만 해도 호랑이와 관련한 민담이 많았다"며 "호랑이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신령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동부산뉴스/울주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