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본 지면을 통하여 논하고져하는 바는 항간에는 역사적 인물들의 일생이나 공적이 불확실성이 있음에도 지자체의 지도자들이 앞 다투어 조그마한 근거라도 있으면 기념 추모 행사나 무리한 성역화를 추진하다 세간의 웃음꺼리가 되는 사례도 흔히 있을진데 기장의 항일 운동은 역사적 사료들이 수없이 많고 당시의 시대 상황에서는 애오라지 구국의 일념으로 총칼에 맞서 싸우다 꽃다운 젊은 나이에 요절한 구국 영령과 평생을 고문 후유증으로 회한의 세월을 살다가신 선열들도 수도 없이 많을진데 어찌하여 한세기가 닥아서는 작금에도 기장군 어디에도 반듯하게 성역화된 항일 의거탑 하나없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 군민들의 역사관과 시대관,그리고 정체성은 어디쯤 머무르고 있나를 짚어 보고져 한다.

우리 군민들은 군단위의 크고 작은 행사 때 마다 우리들의 지도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충절의 고장 우리기장은...”이란 단골메뉴를 목청이 터져라 외쳐대는 말씀들에 세뇌되어 그런가보다 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필자는 원래가 천식(淺識)이라 잘은 모르긴 해도 신라 갑화 양곡현에서 비롯된 1300여년의 역사 속에 과연 이 지역 출신의 어떤 역사적 인물들을 우리들의 우상으로 섬기며 살아왔고 또한 살아가야하는지를 한번쯤 고민해 볼 때가 아닐까?

우리가 간혹 일상에서 벗어나 타 지역을 여행하다보면 그 지역의 역사적 인문들의 성역화 된 공원이나 충신, 열사, 효자, 효부 등을 추앙하는 추모탑과 기념비등을 간선 도로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며 그럴 때마다 “아! 이곳이 충절의 고장이구나!” 생각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현 시대의 이 지방민들도 몸에 밴 충효사상과 올 곧은 선비 정신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관이 뇌리를 스치기도 함은 비단 필자만이 아니리라 믿는다.

필자는 3.1독립운동이 이 지역사회에 끼친 영향과 우리들에게 던져준 과제에 관한 필자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기장군의 여러 가지 향토 사료와 기장 군지등을 요약해보면 기장의 3.1 운동이 1919년 4월 5일 젊은 학생들이 주동이 되어 1000여명 이상이 운집하여 총칼에 맞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4월 8일 밤 10시에는 폭력적 탄압에 분노한 노동자와 부녀자들 수백명이 자연발생적으로 운집하여 대한 독립 만세 소리가 밤하늘에 높게 메아리쳐 일본군경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으며 4월 10일 기장장날에는 오전 9시 경부터 기장보통학교에서 체포되지 않은 주동자와 학생 50여명이 기장 읍내를 누비며 독립만세를 외치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참여하여 밤9시경에는 천여명이 넘게 운집하여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대한독립만세의 함성이 이어지는 극렬한 투쟁으로써 투쟁의 수위가 높을수록 탄압은 더욱 가혹하여 총을 발포하고 총대와 대검이 춤을 추듯 하였다고 한다.

결국 일경의 무차별 만행에 원한의 치를 떨며 해산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기록되어있다.

이토록 작은 고을이였지만 전국에서도 가장 극렬한 투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장 광복회의 영향이 매우 컸던 것으로 사료된다.

당시 기장광복회의 총무 겸 명정의숙의 교장을 맡아 항일운동에 앞장섰던 박세현은 1916년부터 동지들과 여러 차례 항일운동거사모임을 갖던 중 1917년 8월 항일거사모임이 탄로나 일경에 잡혀갔으나 끝까지 동지들의 명단을 실토하지 않아 심한 고문으로 부산 형무소에서 옥사당하고 이러한 일제의 잔학한 만행으로 억울하게 박세현 교장을 잃은 명정의숙의 젊은 여학생들과 청년학생들이 3.1운동당시 나라 잃은 잠재된 울분과 한의 엉어리들이 구국 일념으로 승화되어 기장만세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하였고 박세현은 세월이 무수히 흐른 1993년에서야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박세현의 사촌동생인 박세용은 1925년 18세 때부터 항일 운동으로 수차례 구금과 일경의 고문으로 더 이상 형무소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일본 법무성의 판단으로 가석방되었으나 출옥 몇 일만에 29세 나이로 요절 당하였고 당시 나라(奈郞) 형무소에서 어머니께 보낸 40통의 옥중편지는 구구절절 나라 사랑과 가족 사랑으로 얽힌 애절한 사연들은 읽는이의 눈시울을 적시게하며 현재 기장향토연구소에 보관되어 있으며 1989년 기장향토연구지에 게재 된 바도 있다.

당시 기장 3.1 운동을 지휘한 구수암은 주동자로 잡혀 1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아 대구 형무소에 복역 중 심한 고문으로 얻은 병으로 병보석 되었으나 출옥 15일 만에 21세 꽃다운 나이로 요절하셨고 집에는 노모와 어린 여동생뿐 재산이라고는 전혀 없는 상태에서 명정의숙의 학생들이 모은 성금으로 기장여성 청년회 사회장으로 장례식을 치루었으며 당시의 한문을 가르치던 박난수 선생의 조사는 구구절절 민족 잃은 암울한 시대에 태어나 구국의 일념으로 살다 가신 님의 충절을 애도하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숙연하게 한다.[참조:기장군지 847page]

또한 기장 3.1운동 주동자이신 김도엽(21세)은 기장의거가 시작 될 때 양심발원 인도적 자유 민족 (良心 發源 人道的 自由民族) 이란 血書를 큰 기에 쓰고 군중을 이끌었던 인물로 2년 6개월의 서대문 형무소 옥살이와 그 후에도 2번이나 항일운동으로 투옥되어 구타와 전기 고문 등으로 27세에 사망하였으며 오기원은 기장광복회 회원으로 임시정부의 자원모금과 배일사상 고취 등을 애국 청년들과 함께하며 1910년대 최대 비밀 결사단체인 대한광복회 활동도 하였으며 1916년 기장광복회 국권회복 결사 조직이 탄로나 배후조정자의 명단을 밝히라며 몽둥이질과 전기고문을 3일간 당하면서도 끝내 함구하였고 3년 뒤엔 기장 3.1운동 때는 기장 청년회장으로 대한독립만세 삼창과 선두에서 가두시위를 주도한바 있으며 심한고문으로 인한 목뼈의 후유증으로 1940년 10월 자택에서 그토록 염원하던 조국 광복도 보지 못한채 사망하였으며 해방 후 건국표창이 내려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기장 3.1 운동 때 최연소자(18세)로 활약했던 장봉기씨는 당시에 대변, 무양, 신암, 서암, 공수, 동암 6개 마을 수 백명을 집결 시켰으며 주동자로 구속되어 8개월의 옥살이를 하였고 장공은 기장 3.1 운동 주동자의 마지막 분으로 1997년 타계하시어 군민장으로 치루어 지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권상중, 권동수, 권은해, 김두봉, 김약수, 김태엽, 박순천, 박종선, 박영준, 오신근, 이도윤 등의 독립투사들의 생생한 투쟁기록들은 그 당시 얼마만큼 목숨을 초계와 같이 버릴 각오로 구국대열에 나선 처절한 항쟁이었던가를 익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일광의 3.1운동은 1919년 4월 5일 그 날도 여늬 때나 마찬가지로 집에서 만든 망건을 기장시장에 팔려고 갔던 박영준씨는 하늘을 찌르는 대한독립만세운동에 놀람과 동시에 분기탱천하여 적극동참하고 울분을 참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전국각지에서 일어난 3.1운동과 기장지역의 3.1운동을 이천마을 주민과 청년들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4월 11일 일광 3.1운동의 주동자로 일광청년들과 함께 의거를 일으켰으며 그 후 박영준은 일경의 심한 고문에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과 그 해 6월 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대구 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고 1943년 58세의 일기로 외로이 타계 하셨으며 박영준 의사 추모비가 일광애국청년들의 뜻을 모아 칠암초등학교 교정에 세워져 있다.

정관면의 3.1운동은 기장면의 3.1운동이 일어나자 어렵게 김수홍으로부터 독립 선언문을 입수한 오해환은 동지들을 규합하여 1919년 좌천장날일 4월 8일 거사를 일으켜 수많은 군중이 운집하여 대한독립만세를 외쳤지만 일본군경의 야만적인 발포와 탄압으로 진압하려 하였으나, 일본 군경과 투석전을 벌이며 결렬한 시위가 이어졌으며 주종자들이 체포되어 혹독한 고문을 당하여 출옥 후에도 고문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다고 하며 3.1운동의거 비문이 정관면 초등학교 교정에 정관면민의 뜻을 담아 세워져 있다.

철마면의 3.1운동은 동래 3.1운동과 기장 3.1운동을 직접 목격한 지역민들이 김운일을 주동인물로 하여 김운일의 형수를 통해서 김수용으로부터 어렵게 독립선언서를 입수하여 붓으로 한 장씩 필사하였고 거사일은 1919. 4 .10 로 정하고 증산리에 집합하여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후 기장까지 시가행진을 하기로 하였으나 일본 경찰에 정보가 알려져 일본경찰의 감시 때문에 거사가 어려웠으나 위험을 무릅쓰고 예정대로 증산리에서 거사를 일으키고 독립만세를 외치다 일본경찰에 모두 체포되기도 하였다.

이상과 같이 여러 자료들에 의해 살펴보건대 어쩜 기장광복회의 비밀결사 조직이 탄로되지 않았더라면 전국에서 제일 먼저 독립만세 운동이 촉발되었을 개연성도 농후하였다고 할 것이다.

또한 기장 시장의 독립만세운동은 삽시간에 일광, 정관, 장안, 철마로 들불처럼 번지면서 당시 기장군 전역를 독립 만세 소리로 뒤덮은 역사적 사실을 우리 군민들은 주지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장엄하게 항일투쟁을 하시다 꽃다운 젊은 나이에 옥사를 당한 순국영령들은 물론이고 옥사의 후유증으로 평생을 불행하게 살다가신 독립투사들과 몸을 피해 멀리 만주나 중국 등으로 망명한 애국지사들과 그 유족들을 위해 후세를 살아가는 현시대의 우리들은 과연 무엇을 얼마만큼이나 해주었던가를 깊이 고민해봐야 할것 같다.

들리는 바로는 너무나 젊은 나이에 요절 당하다 보니 후손이 끊어지고 그분들의 무연고 묘지도 어디 있는지 거의 알길이 없고 설혹 후손이 있어도 요시찰 인물들로 분류되어 오랜 세월동안 공직이나 사회생활에 엄청난 제약을 당하며 몰락해 버리거나 궁핍한 생활을 면치 못하였던 것으로 사료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어두운 역사의 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군에는 세세년년 펼쳐지는 장어축제, 멸치축제, 해맞이축제, 한우 불고기축제,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축제, 오영수의 갯마을축제, 바다축제, 윤번으로 돌아가는 풍어제 축제 각 사회단체가 주관하는 축제, 축제들... 과히 축제의 고장이라 할 만 하고 그에 따른 소요 예산만도 굳이 수치를 확인 하지 않아도 전국 지자체중 최상위 지자체에 들지 않을까 한다. 필자는 이렇게 많은 축제들의 대내외적 우리 군의 홍보 역할과 기장군의 정체성의 확립이나 경제적, 문화적 측면의 긍정과 부정적 측면을 논하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무릇 어떠한 지방자치단체이건 그 지역의 특수성이나 역사성과 정체성에 비추어 문화사업의 우선순위가 있을진대 하물며 기장3.1운동은 역사 문화사업의 우선순위를 따질 수 없는 역사적 중대 사안임을 어찌 간과해서야 되겠는가?

필자가 듣기로는 지역원로들이 항일의거 탑 건립의 건의가 오랜 세월동안 이어져 지금에 이르고 있음에도 이 땅의 지도자님들은 묵묵부답 세월만 낚고 있었으니 이는 그 원인이 어디에 있던 응당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으로 본다.

다행히 요근래 기장군에서는 항일 의거탑 건립에 대한 공론화의 언급이 있다고 하니 대단히 바람직한 현상으로 반기는 바이다.

부디 지금부터라도 만시지탄의 아쉬움은 있으나 조국의 독립을 위해 꽃다운 젊은 나이에 순절한 호국 영령들과 고문 후유증으로 천추의 한을 안고 장엄하게 살다가신 호국 영령들의 높은 뜻을 기리고 불의와는 타협 하지 않는 올 곳은 기장인들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대내외에 알리고 길이 후손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라도 성역화된 항일 운동 의거 탑 건립 공론화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절체절명의 과제이리라 생각하며 오늘따라 무거운 필을 놓는다.

* 윤을석

- 기장농협 조합장 역임

- 대한민국팔각회 부총재 역임

- 동부산농협 초대조합장 역임

- 기장뉴스 논설위원

- 기장로타리클럽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