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랑대(侍郞臺)는 기장 팔경(機長 八景)중의 하나이자 동해 남부선(東海 南部線) 해안팔경(海岸 八景)중 제일경(第一景)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시랑대(侍郞臺)가 있는 시랑산(侍郞山)은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 동암 마을과 공수마을에 걸쳐 있으며 시랑산의 정상(頂上)은 해발 약 100m 정도이고, 산하(山下)에는 시랑대(侍郞臺)를 비롯하여 국립수산과학원(國立水産科學院)과 극락암(極樂唵), 용궁사(龍宮寺) 등 2개 사찰(寺刹)과 공수마을 공동묘지 및 고래개안불(현,럭키별장)이 있으며, 면적(面積)은 약 180,000평 정도이고 약 10km에 달하는 수려(秀麗) 한 해안선(海岸線)에 따른 엄청난 공유수면(公有水面)과 2개 마을 어민들의 삶의 터전인 제1종 공동어장(公同漁場)을 거느리고 있다.

원래 시랑리는 1895. 5. 26 을미개혁(乙未改革)으로 기장군 남면 동암동 및 공수동 이었으나 원남면(元南面)은 기장현 6개면 중 면세가 약해 1914년 일제치하의 행정개편(行政改編)때 동래군 기장면에 흡수되어 현재는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로 되었다.

시랑대(侍郞臺)의 유래(由來)는 원래 비오리가 많다하여 원앙대(鴛鴦臺)로 불리었으나 1733년(영조9년) 이조(吏曹) 참의(參議)였던 권적이 58세의 나이로 기장에 출척(黜斥)되어 현감으로 강등되자 당초 자신의 벼슬이 시랑(侍郞)에 비유됨을 한탄하며 푸른 암벽에다 다음과 같이 시랑대(侍郞臺)라 각자(刻字)함으로서 비롯되었다.

謫居猶得 近蓬萊 적거유득 근봉래.

人者天曹 二席來 인자천조 이석래.

三者丹書 明翠壁 삼자단서 명취벽.

千秋留作 侍郞臺 천추유작 시랑대.

擁正癸丑 仲冬 권적 (옹정계축 중동 권적)

“귀양살이라지만 오히려 신선이 노는 봉래산(蓬萊山)을 가까이 두고 있다.

이사람은 이조 참의에서 여기에 왔노라.

시랑대라는 석자를 푸른 바위에 새겨

긴 세월동안 오래 남아 있게 하리라.”

이 칠언절구(七言絶句)에서 우리는 당시 권적이 먼 변방에 쫓겨난데 대한 울분이 얼마나 컸던가를 엿볼 수가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부연(敷衍)한다면 원양대가 얼마나 절경이었기에 이런 말까지 생겨났을까 한다.

- 파도가 흰 거품을 몰고 올 때마다 부엌에서 아낙들의 쌀 씻는 소리 같고 그 위를 나르는 비오리가 춤을 추기도 하며 노송 우거진 절벽을 찾는 달빛은 과히 봉래이어라. 얼마나 경치가 좋았길래 멀리 중국에서도 해동 조선의 시랑대를 못보고 죽으면 한이 된다고...

※주(註) : 시랑(侍郞)이란 신라(新羅)와 고려(高麗) 시대에 6부와 6조의 상서(尙書) 다음가는 벼슬로서 조선(朝鮮) 시대에는 없어진 벼슬이며 현재로서는 행정자치부 국장급에 해당됨.

시랑대를 낀 시랑산은 공수동에서 보면 물개가 대마도를 향해 힘차게 헤엄을 치는 형상으로서 산세(山勢)의 명당(明堂)자리에 조상 묘를 쓰면 해상 사업이 크게 번창해진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고 실제로 그러한 사례(事例)도 실존(實存)한다.

필자(筆者)가 시랑대 일대를 설(設)하고자 함은 4대(四代)를 시랑리에서 살아오면서 시랑대에 관한 여러 기록들이 언론(言論) 및 방송(放送) 매체(媒體)를 통하여 소개되고 있으나 필자(筆者)와는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시랑대 저변(低邊)에 깔린 총체적(總體的)인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많을 것이며 이 일대에 대한 환경(環境) 파기(破棄)가 계속될 우려가 있는 바 더 이상 환경(環境) 파기(破棄)가 없기를 바라면서 만시지탄(晩時之歎)의 회한(悔恨)이나마 기록(記錄)으로 남기고자 함에 있다.

흔히 시랑대(侍郞臺)라 하면 금석문(金石文)이 각자(刻字)되어 있는 곳만을 생각하기 쉬우나 이는 나뭇잎만 보고 뿌리나 줄기를 알지 못함과 다름이 없으리라.

시랑대를 떠받쳐 주는 천혜(天惠)의 주위환경(周圍環境)이 있었기에 우리들의 선조(先朝)들께서 봉래(蓬萊)라 일컬었으리라.

(사진 1)

시랑대를 설명하자면 우선 사진 1)에서와 같이 공수(公須)마을이 있고 공수(公須)라는 지명은 이조시대 관가에서 관청의 영선비(營繕費), 출장 중인 관리의 숙박(宿泊) 또는 접대비(接待費)를 지급하기 위한 공수전(公須田)에서 유래되었다 하나 이 지역 선친(先親)들의 얘기로는 그를 입증할만한 물증(物證)은 없지만 해방 전후 마지막 관찰사(觀察使)로 예견(豫見)되는 주(周) 모(某)라는 분이 송정동(松亭洞)에 살았으며 많은 임야(林野)와 전답(田畓)을 갖고 있다가 마을사람들에게 매각(賣却)하였고 필자(筆者)의 부친(父親)도 주(周) 관찰사(觀察使) 자손(子孫)에게서 임야(林野)와 밭을 매입(買入)한 것으로 볼 때 관찰사 산하의 공수전(公須田)이라 생각되며 특이(特異)한 것은 주 관찰사 소유의 임야에는 당시에도 신품종 밤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어 이 부분은 좀 더 전문가의 고증(考證)을 통한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공수마을은 앵림산에서 시작되어 안적사를 거쳐 내동, 오신, 당사를 거쳐 흘러내리는송정천을 낀 온화한 기후와 천혜의 자연조건으로 신석기(新石器) 및 청동기(靑銅器) 시대(時代) 유물(遺物)의 발견(發見) 및 발굴(發掘) 작업이 있었던바 그렇다면 기장군에서는 가장 먼저 인류(人類)가 정착(定着)하였던 유서 깊은 곳임을 자랑으로 여겨야 하겠다.

※주(註):관찰사(觀察使)는 외관직(外官織) 문관(文官)의 종 2품 벼슬로서 감사(監司)라고도 하며 13도에 1명씩 두었으며 경상도(慶尙道)에는 경주(慶州)에 관찰부(觀察府)가 있었으며 중앙의 명령에 따라야 하나 자기관하의 도에서는 민정(民政),군정(軍政),재정(財政),형정(刑政)등을 통괄(統括)하는 절대적인 권력자(權力者)였음.(현지의 도지사급(道知事級)에 해당되나 더욱 막강한 권력 이었다함). 또한 공수마을은 비오포(飛烏浦)라고 하였는데 기러기목 오리과의 비오리들이 많았음에 유래되었다 한다.

(사진 2)

사진 2)는 시랑대가 시작되는 고래개안 및 가불바(가오리가 많이 잡혔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함)로서 돌출된 장승개안과 먹통개안에서 꺾이어 깊숙한 심만(深灣)으로 되어 있다보니 차가운 한류(寒流)가 급속히 밀려오면 찬 수온을 피해 상대적(相對的)으로 따뜻한 고래개안불로 급하게 피하던 고래가 자주 고래개안 백사장에 내치던 곳이라 부쳐진 이름이라 하여 필자(筆者)의 어린시절에도 큰 거북이가 자주 올라와 용왕굿을 하고 막걸리를 대접하여 바다로 돌려보내곤 하였는데 넓적한 사발에 술을 부어주면 눈을 껌뻑껌뻑하면서 두어되는 족히 마시고는 쉬엄쉬엄 뒤돌아보며 헤엄치고 나아가던 거북이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간혹 상어떼 등 큰 고기 무리들의 갑작스런 공격으로 멸치, 꽁치, 숭어떼가 백사장에 밀리어 고기들의 입장(立場)에서는 생(生)과 사(死)의 기로(岐路)에 선 극한 상황이지만 은백색(銀白色)으로 퍼덕대는 금 모래뻘의 장관(壯觀)은 어쩜 이곳 주민이 아니고는 볼 수 없었으리라.

금모래 사장(沙場)에는 후리터(재래식 지인망<地引網>)가 있으며 과거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해상 날씨가 좋은 날이면 매일 해질녘에는 후리작업(고기잡이)을 하였고 마을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으며 잡은 고기의 40%(네짓)는 선주가 갖고 60%(여섯짓)는 남장과 아낙, 어린이 등 힘의 능력에 따라 나누어 주었는데 필자(筆者)는 늘 불공정 분배에 내심 불만인즉 선주(船主)의 인친척이나 처녀들에게는 항상 보다 많은 “짓”을 주었던 걸 보면 예나 지금이나 세상살이 인심이란 별반 다름이 없었나 보다.

현재(現在) 기장군(機張郡)에서도 후리(지인망) 재현(再現) 사업(事業)을 하고 있으나 “수영어방놀이”와 같이 앞으로 향토 유형 문화재(鄕土 有形 文化財)로 승화(昇華)시켜 언제든지 관광객(觀光客)은 물론 학생들이 체험학습(體驗學習)을 할 수 있는 상설(常設) 후리터로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과제(課題)라고 본다.

※주(註): 갓 후리란 경사(傾斜)가 완만(緩慢)하고 바다 밑이 모래사장이거나 평탄한 해수면에서 작은 배로 U자형으로 삥 둘러 그물을 치고는 양끝을 수십 명씩 달라붙어 모래사장으로 잡아당겨 고기를 잡는 재래식 어법임. 요즈음은 로라 장치로서 적은 인력으로도 할 수 있음.

(사진 3)

사진 3)은 왼쪽이 먹통개안이고 오른쪽이 장승개안으로서 먹통개안은 바윗돌이 반석(盤石)처럼 평퍼짐하고 통풍(痛風)이 잘되어 오징어의 천연 건조장으로 이용하였다 하며 울기(蔚崎) 등대(燈臺)에서 부산 방면으로 바라보면 가장 돌출된 곳이 이곳임을 말해 주듯 바람과 물살이 세고 도치섬이라는 무돌(물밑돌)이 있어 조난(遭難)사고가 잦아 지아비를 잃은 많은 아낙네들의 애한(哀恨)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더구나 설물이 급하게 흘러 갈 때면 장정 네명이 노를 저어도 배가 뒤로 밀린다는 이곳은 여기에서 채취(採取)한 한질을 넘는 윤기 나는 미역이 기장미역 중에서도 상품(上品)으로 쳤던 것이다.

또한 장승개안은 바윗돌이 곳곳에 장승처럼 곧게 서 있어 부쳐진 이름이라 하며 사진으로 본 우측 뒷산은 지금은 송림(松林)이 울창(鬱蒼)하지만 3~ 40년 전만 하더라도 듬성듬성 소나무 사이로 방풍나무와 바닷나리 군락(群落)이 지천(至賤)에 널려 있었으나 지금은 왜소(矮小)한 바닷나리 군락(群落)이 간간이 보일 뿐이다.

과거 양식(養殖)미역의 대량생산 이전에는 양력 10월에서 살얼음이 어는 12월말까지 두 달여간 부락 전체의 가가호호 1명씩 참여하여 돌 실갯대로 돌을 백청색(白淸色)이 나도록 기세(磯洗)작업을 하였고 겨울에서 늦은 봄까지 돌미역, 성게, 앙장구(말똥성게) 등과 함께 마을 사람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이었으며 당시에는 마을 대 마을의 해상경계가 뚜렷하지 않아서 해안 지선경계를 두고 마을 대 마을간의 시비가 잦았으며 송정과 공수간의 큰 섬을 빼앗기 위한 법적(法的)공방(攻防)은 몇 년을 이어졌고 당시 모(某)국회의원(國會議員)의 당락(當落)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그만큼 이곳의 해안 제1종 공동어장은 어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되어 있었으며 “못사는 친정보다 바다 발래가 백배 낫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던 1960년대 초반 이전만 하더라도 근동의 당사, 석산 내리는 물론이고 멀리 철마의 안평, 고촌 등지에 앙장구, 부채손, 톳, 펄떡개비, 쥐꼬랑대기, 우뭇가시리(寒天), 군소, 따개비, 오배기, 청각, 몰 등과 당일 운이 좋은 사람은 낚지, 문어, 한치 등을 잡기도 하였다.

※주(註):발래는 사교춤 또는 고전무용이 아니고 허릿물 이하에서 해초나 해산물을 채취하는 행위를 말하는 이곳 방언이며 국어사전에 없는 해산물의 명칭은 전문학자가 아니어서 방언으로 표기하였음.

(사진 4)

사진4)의 왼쪽은 시랑대(侍郞臺)금석문(金石文)이 있는 서쪽으로 사랑산 정상을 향해 찍은 사진으로서 3~40년 전에는 나무가 거의 없는 잔디 초원이었다.

당시 공수부락의 한우 및 일부 당사마을 한우까지 5~60마리 이상의 한우들을 고래개안에서 소뿔에 소 밧줄을 감아 올리면 나리군락의 장승개안을 거쳐 잔디초원으로 이동해 풀을 뜯으며 약속이나 한 것처럼 무리지어 해질녘이면 사랑산 정상을 넘어 해배기(현<現>극락암 뒤쪽)로 넘어오고 그동안 우리들은 백사장에서 해수욕도 하고 작살로서 망상어랑 우럭 등을 잡기도 하며 때로는 반석위에 고누판을 그려 해 지는 줄도 모르고 고누를 두기도 하였다.

좀 더 어린 시절에는 눈과 이빨만 하얄 뿐 검게 그을린 아이들이 모래 궁궐과 모래성을 쌓아두고 병정놀이도 하면서 밀물이 밀려오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모래성을 지키기위해 그토록이나 안간힘을 쓰기도 하였나보다.

파란만장(波瀾萬丈)의 인생역경을 거치며 이제와 생각하니 잠시 머무르다 떠나 갈 공수래(空手來), 공수거(空手去)의 삶이련만 인간의 소유욕(所有慾)과 지배욕(支配慾)은 그 어린 시절부터 잉태하고 있었나보다.

※주(註):작살이란 1.5M정도의 가느다란 시느루대나무 끝에 예리한 화살촉을 꽂아 반대편 끝에는 고무줄을 묶어 물속에 자맥질하여 고무줄을 힘껏 튕겨 물고기를 잡는 기구임.

자, 이제 사진속의 오른쪽 시랑대(侍郞臺)를 한번 살펴보자.

필자는 이곳만 바라보면 “아! 왜 이랬을까? 정말 이게 아닌데...” 하는 탄식을 하여 보지만 이것이 시랑대(侍郞臺)가 겪어야 할 숙명(宿命)임을 어이하랴!? 앞에 보이는 개안은 돌 바위에 부채처럼 생겨서 부친 이름이라고도 한다.

이 곳부터는 동암부락의 해안지선이다.

시랑대(侍郞臺)의 설명을 돕기위해 시랑대 금석문(金石文)을 재조명(再照明)해보면 쉬울 것 같아 칠언절구(七言絶句) 한 수를 인용(引用)해서 옮겨본다.

求 仙 此 地 望 蓬 萊(구 선 차 지 망 봉 래)

海 氣 汪 洋 滿 眼 來(해 기 왕 양 만 안 래)

盡 日 不 逢 無 所 證(진 일 불 봉 무 소 증)

春 風 空 備 一 荒 臺(춘 풍 공 비 일 황 대)

신선을 찾아 이곳에서 봉래를 바라보니

넘실대는 바다 기운 눈앞에 가득한데

종일토록 기다려도 알아 볼 곳 없고

봄바람만 황량하게 시랑대를 저물게 하누나.

<이후서 (李厚瑞)작(作)>

※주(註):시랑대(侍郞臺) 금석문(金石文)은 “내 고장 필적”p102(孔泰道 著) 및 기장 문화원보 제3호 p155(筆者,黃龜)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으며, 이 시(詩)의 마지막 연(聯)을 기장군지(機張郡誌)는 “봄바람에 공연히 헛된 꿈만 꾸었구나”로 해석하고 있으니 참고 바람.

다음은 시랑대(侍郞臺)금석문(金石文)은 아니지만 정관면지에서 발췌(拔萃)한 칠언율시(七言律詩)한 수를 소개하고져 한다.

시랑대라는 이 글을 쓴 분은 기장군 정관면 매곡리에서 태어난 오산(鰲山)신광호(辛光浩:17세기 생몰)님이다.

그는 자신의 향리에 오산제(鰲山劑)를 지어 그곳에서 여러 편의 한시(漢詩)를 지었다. “시랑대”는 그 일부분으로서 시랑대에 놀러와서 시랑대의 주위풍광에 도취되어 작시한 것으로 보이는데 칠언율시의 맥락으로 봐서 정월대보름에 친구들과 함께 왔던 것으로 생각된다.

시 랑 대(侍郞臺)

원문 :烏浦雲烟滿月興 侍郞臺號飽聞曾 오포운연만월흥 시랑대호포문증

海濤觸起層層雪 溪路斜通曲曲繩 해도촉기층층설 계로사통곡곡승

近水如將閒鷺泛 從風卽欲大鵬乘 근수여장한로범 종풍즉욕대붕승

爲文未必求陳路 三十南遊愧不能 위문미필구진로 삼십남유괴불능

해석 :안개낀 비오포에 보름달이 떠 올랐구나.

시랑대 그 이름은 일찍 들어 알고 있었네.

부딪쳐서 부서지는 파도 포말은 층층이 눈산이요.

가파른 계곡길은 새끼 꼬이듯 끊어질 듯 이어져 있구나.

개안(물가)은 장관(壯觀)인데 해오라기 한가로이 떠 있고.

왕성한 바닷바람은 큰 붕새를 탄 느낌이구나.

못다 이룬 시상(詩想)을 얻으려고 일행을 따라 와서 보니.

30리 먼 길 남쪽 놀러왔음이 능히 부끄럽지 않구나.

<번역:필자>

위의 시를 시랑대 주변과 연계시켜 보면 먼 수평선에 얕은 구름 깔리우고 해무가 피어오르는 비오포(공수) 앞 바다에 두둥실 보름달이 떠오르니 시랑대 승경(勝景)임을 일찍 들어 알고 있었다마는 과연 신선이 노니는 봉래이여라.

끝없이 밀려왔다 부서지는 파도는 달빛에 반사되어 겹겹의 눈 산을 보는 것 같고 기우소에서 용왕굴로 가는 가파른 절벽길은 새끼가 꼬이듯 울퉁불퉁 끊어질 듯 이어져 있는구나.

절벽에 파도가 부딪쳐 부서지는 물가(개안)의 경관 또한 황홀한데 한가로이 떠있는 해오라기가 사랑스러워 보인다.

기우소 절벽위에 서서 천심대를 바라보니 수십 척 절벽 따라 치솟아 오르는 왕성한 바닷바람에 마치 큰 붕새를 타고 날고 있는 것 같구나!

말로만 전해 듣고 시랑대 시 한수를 읊으려니 시상(詩想)이 떠오르지 않아 30리 먼 남녘길(정관에서 시랑대까지) 을 친구들과 함께 찾아 왔더니 과연 듣던 바와 같이 기승처(奇勝處)인지라 일찍 찾아와 보지 못하였음을 아쉬워하는 작가의 심정이 잘 드러나 보인다.

필자(筆者)는 고증(考證)을 통한 역사적(歷史的)인 고찰(考察)보다는 필자(筆者)의 유, 청년기(幼, 靑年期)를 통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서술(敍述)하고 있으며 이 글을 쓰게 된 동기 유발은 기장 한시 연구회 (機張 漢詩 硏究會)에 참여하여 옛 성현(聖賢)들의 수백 년 시공(時空)을 초월(超越)한 또 다른 세상을 접할 수 있었고 특히 시랑대(侍郞臺) 금석문(金石文)을 어렵게 풀어보면서 몇 백 년 전의 현인(賢人)들의 혜안(慧眼)에 감복(感服)되어 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천혜(天惠)의 자연환경과 성현(聖賢)들이 남긴 물질(物質)로서는 측량(測量)할 수 없는 값진 유산(遺産)을 가꾸고 보전하며 널리 알려 후손들에게 바톤을 넘겨 줄 소명의식(召命意識)때문이리라.

위의 7언 절구 및 7언 율시에서 보듯 시랑대는 예나 지금이나 주위풍광(周圍風光)과 바닷기운에 압도되리만큼 빼어난 곳이기에 사색당파에 휘말려 억울하게 유배(流配)되었던 올곧은 선비들과 지역의 풍류객들이 즐겨 찾아와 대자연의 품에 안겨 때를 기다리며 시름을 달래고 대장부의 뜻을 이곳에서 키웠는지도 모른다.

사진의 중앙 하단을 보면 지금은 형태가 묻혀 있으나 둘레의 직경 20자 가량의 끝 간 곳은 알 수 없을 만큼 웅장하다 못해 무시무시한 우물형의 직립된 용왕굴(龍王窟)이 있고 용왕굴 바로 옆에는 청태(靑苔)와 해태(海苔)가 끼어 있는 움푹패인 가위 형상의 안태 바위가 있는데 용녀가 안태(탯줄)를 끊었던 곳이라고 전해지며 용왕굴(龍王窟)에서 북쪽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병풍처럼 직립된 천심대(千尋臺)는 좌우대칭되는 중앙이 쩍 벌어진 형상으로 우리지역민들은 용녀가 승천할 때 안태줄을 끌고 올라갔다고도 하였는데 이상하게도 그 부위만은 적갈색(赤葛色)을 띄고 있었다.

또 일설에는 거대한 성곽석문(城郭石門)이라고도 하였는데 천심대(千尋臺)상부에 자물쇠 같은 큰 바위두개가 굳게 성문을 잠근 형상(形象)이었으며 깎아지른 절벽 사이사이의 움푹움푹 패인 곳들은 바다제비와 비오리들의 보금자리로 한겨울에도 수십 마리의 날렵한 바다제비가 쉼 없이 날아오르고 쟁반에 물을 담은 듯 바다가 숨을 죽이는 날엔 수평선 멀리 대마도가 커다란 범선인 양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며 해무(海霧)가 피어오르는 쪽빛바다에 돛단배 따라 유유히 나르는 백구(白鷗)와 원앙(鴛鴦)의 천국이었거늘 가히 뉘 이를 보고 선경(仙境)이라 말하지 않았으리요.

※주(註):천심대(千尋臺)는 월천(月泉)신오(辛奧)선생 문집인 시랑대기(侍郞臺記)에 나온다.

:바다제비는 일반제비보다 몸짓이 왜소하면서도 날렵하게 생겼고 행동이 민첩하고 빠른 텃새임.

오호통재(嗚呼痛哉)라! 그토록 아름다운 신선(神仙)이 노니는 비경(秘境)을 0000부대의 전방초소에 병력과 물자수송을 위해 환경을 생각하지 못한 군지휘관에 의해 다이나마이트를 터트려 깡그리 뭉개버렸으니 그 또한 시랑대의 운명인 것을 누굴 원망하리요?

또한 용왕굴의 깊이는 공수. 동암 양(兩)마을의 소밧줄을 묶어 다 넣어도 그 끝간줄을 모른다고 전해지며 파도가 거센날엔 열질(60척)이 넘게 솟아오르는 거대한 분수사이로 일곱색깔 무지개가 현란하게 춤을 추는 장관(壯觀)을 아니본 사람은 어찌 얘기 할 수 있으리요!

또한 과학문명이 발달한 지금 생각하면 황당스런 얘기지만 용왕굴의 끝이 기장읍 무곡 들녘까지 이어져 있다고도 하였다.

아마 문화재(文化財)지정(指定)및 복원(復元)사업이 펼쳐지면 용왕굴과 안태바위는 그 위용(偉容)을 그대로 나타내리라 생각되며 기장 문화원은 이제 60%정도는 복원(復元)이 가능하리라고 보며 기장군과 기장 문화원은 이제 대역사(大役事)를 준비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용왕굴에서 동쪽 기우소(祈雨所)로는 사람 한명이 겨우 타고 넘을 수 있는데 한자(一尺)폭도 아니되는 가파른 절벽길이 마치 새끼 꼬이듯 이어져 사춘기시절 마음으로만 좋아하였던 그리고는 말 한마디 못해보고 떠나버린 소녀의 손목을 잡고 건네주던 야릇하고 요즘 말로 아리송하던 심정 몇 십 년 세월이 흘러간 지금에도 엊그제처럼 느껴지니 참 이상타 해야겠네요.

기우소(祈雨所)에는 2~30명 가량이 주연(酒宴)을 베풀어도 됨직한 큰 덕석같은 반석(盤石)이 있는데 가뭄이 들 때면 현감(縣監)이 직접 기우제(祈雨祭)를 올렸다고 하며 때때로 현감이 기생들을 불러 주연을 베풀었다고 전해진다.

특이한 것은 이곳에는 큼직큼직한 수 십 개의 발자국을 장수 발자국으로 전해져 내려왔으나 경남(慶南)고성(固城)의 상족암 지역의 공룡 발자국과 꼭 같은 바 고고학자들의 탐사가 되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틀림없이 공룡의 발자국으로 확신(確信)되는 바여서 전문 학자들의 고증(考證)이 되어야겠다.

기우소(祈雨所)동쪽(해배기 개안)으로는 구들장같은 직립된 기암괴석(奇巖怪石)이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는데 지난60년대 온돌방이 좋다하여 부유층 고급주택용 구들장으로 업자들에 의해 반출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훼손이 되어버렸으니 이 또한 어찌하리요?

당시 이 일로하여 부락에 많은 재앙이 닥쳤던 것으로 전해지며 구들장을 매입한 업자들은 배를 접안(接岸)하여 돌을 싣다가 잔잔하던 바다가 풍파(風波)가 일어 조난(遭難)을 당하는 변괴(變怪)가 계속 이어져 엄청난 손실(損失)을 감수하고 작업을 포기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5)

사진5)는 해배기 개안 및 바다에서 바라본 해동 용궁사(海東 龍宮寺)의 전경(全景)이며 사진6)은 시랑대의동북쪽 기슭 및 동암부락 전경으로 3~40여년 전만 하더라도 해배기 개안과 해배기에는 야트막한 해송들이 왜소하게 자라고 있었고 태고 이래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수 천 권의 고서(古書)가 키를 넘는 거대한 책꽂이에 꽂혀 있는 듯한 구들장 반석위에는 갈매기 똥이 겹겹이 쌓여 있었고 다락논들이 산기슭 사이사이에 하늘을 향해 땅을 베고 누워 있었으며 시랑산에는 세 곳의 옹달샘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넙죽 엎드려 샘물을 마시곤 하였는데 동암 부락의 한우들이 해배기 정상으로 다다르는 길목이기도 하였다.

(사진 6)

사진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국립수산과학원(國立水産科學院)이며 우측에 보이는 마을이 동암(東岩)마을이며 오랑대와 시랑대 사이에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어 지역민들은 대내(臺內)라고도 부른다.

(사진 7)

사진7)은 시랑대(侍郞臺)의 각자석(刻字石)인데 선녀와 수도승의 애절한 사연들을 아는 둥 마는 둥 정말 위태롭게 몇 천 년을 버티어왔다. 필자(筆者)는 전문인이 아니니 모르긴 하나 기단(基壇)상층부(上層部)의 풍화(風化)현상 등으로 볼 때 전문가의 안전 점검(點檢)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리라.

끝으로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사연으로 시랑대의 엄청난 훼손이 된 부분은 심(甚)히 안타까운 일이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모(磨耗)되어 가는 금석문 다수와 7언 절구 5수가 그동안 보존을 위해 기장문화원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은 다행이라 하겠으며 또한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금석문(金石文)도 상당부분 밝혀짐에 감사드린다.

현재 시랑대 일대는 소유로서 출입(出入)이 통제(統制)되고 있는데다 계속적(繼續的)인 원형 훼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個人) 및 법인(法人)의 소유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하더라도 위와 같이 시랑산은 아득히 먼 어느 때 부터인가 우리들의 선조들에서부터 필자의 유,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이 지역민들의 삶의 터전이요 마음의 고향일진데 지척(咫尺)에 두고도 먼 북녘땅처럼 느껴지는 지역민(地域民)들의 애환을 헤아려 최소한 기존의 산책로만은 당연히 개방되어야 할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공수-고래개안불-먹통개안-장승개안-부채개안-시랑대-해배기골-용궁사로 이어지는 1시간 반 가량의 해안(海岸)산책로(散策路)를 해당 임야 소유 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개발하여 관광 자원화 했으면 한다.

따라서 기장군(機張郡)은 어떠한 경우에도 이 지역의 방대한 공유수면의 보존에 심혈(心血)을 기울여야 하겠으며 시랑대(侍郞臺)의 지방(地方)문화재(文化財)지정(指定)과 함께 용왕굴(龍王窟)과 천심대(千尋臺)의 복원(復元)사업(事業)이 이루어지길 기장군청(機張郡廳)과 기장문화원(機張 文化院), 더 나아가 부산시(釜山市)의 행정적인 노력을 간절히 부탁드리는 바이다.

※참조자료:

*기장의 역사와 문화(기장문화원)

*기장군보 및 기장문화3호

*기장군지

*지역 어른들의 구전(口傳)

*인터넷 검색자료

*정관면지

글/춘송(春松) 윤을석

* 기장문화원 이사 역임

* 동부산농협 초대 조합장 역임

* 기장로타리클럽 회장

동부산뉴스/기장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