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을석,어머님은 생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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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을석,어머님은 생불이었습니다- 살아 실제 섬기기를 다하길 -

마스터 | -

승인 2008.08.11 18:44:37

어머님! 당신이 먼길 떠나신 이후에야 산 부처님이였음을 알았습니다.

뉘 감히 나약한 여인네라 말할 자 있으리오

태초 이후의 억겁의 세월동안 이 지구상의 모든 여성들이 지닌 천태만상의 모성애는 세계인류를 오늘에 이끌어 온 견인차인 것을.....

필자도 어머님 떠나신 200일을 넘기면서 일제치하의 암울했던 시대였던 독립만세 운동(1919년)이 일어나던 해에 태어나 기구한 운명으로 모진삶을 살다 가신 엄마의 장엄하고도 한 많은 인생역경을 ....

그 파란만장의 삶의 일부라도 활자로 남겨 둠이 숱한 한과 애증의 응어리들이랑 모두모두 훌훌 던지시고 떠나신 어머님에 대한 마지막 자식의 도리이자 어머니가 행동으로 나투신 보살심들을 필자의 후손들에게라도 일러둠이 현재의 필자가 할 수 있는 엄마에 대한 쬐그만 효성일 것 같아서 서투른 졸필로 글월 이어 갑니다.

두해 전 좋은 생각에서 읽었던 기억이 새로운 “나는 엄마가 좋다 . 왜냐하면 그냥 좋다”라는 어느 독자의 글귀가 너무 가슴에 와 닿아 곧잘 인용 하곤 한다.

우리 모두의 어머니들은 모성 본능의 종족 보존 의식에 기인한 위기의식이 닥치면 닥칠수록 자아희생의 바탕위에 무한대의 가족사랑으로 이어지고 한 차원 더 나아가 숭고한 자비심으로 발전하기도 하나봅니다.

어느 시대나 어느 누구나 엄마의 자식 사랑은 태평양 깊은 바다보다도 깊고 태산준령 높다지만 엄마들의 자식사랑보다 높으리오. 하늘 끝간 곳이 어딘지 몰라도 모성애는 그 끝간 곳이 가히 없지 않을까?

엄마!

이제 당신은 가셨지만 당신의 심령은 이 순간도 필자의 귓전을 때리고 뇌리를 스치곤 합니다.

고난과 역경의 숱한 세월 속에서 어쩜 자식들의 노예가 되어 먼저 간 아버지의 몫까지 다하기 위해 질경이처럼 거칠고 모진 삶을 억척스레 살다가신 엄마의 삶이였지요.

필자의 어린 시절 고집불통에 말썽꾸러기였던 저를 때로는 매질로서 때로는 욕설로서 엄하게 다루셨나 봅니다.

지금도 필자의 몸에는 엄마가 남겨둔 두 개의 흔적이 남아 있고 엄마가 달아 준 훈장으로 여기며 때론 바보스럽고도 우직하며 때론 기갈스럽지만 당당하게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 살때 구정(설) 강정을 쥐기 위해 단술을 달이던 활활 달아오른 조선 솥 모서리에 머리를 쥐어 박혀 농어촌에 의약품이 전무했던 시절에 된장을 꾹꾹 쥐어박아 지혈을 시킬 때 얼마나 놀랍고 당황하였을까?

왜 그리 엄마 애간장을 태웠는지........

죽을 줄 알았는데 ......, 온 머리에 무명 옷깃 찟어 붕대를 감아 두었는데 죄 없는 일이라 빨리 낫더라“고 하셨지요.

애궂게 부뚜막에 아이를 방치해두었다고 시어머니와 남편의 호된 꾸지람를 들어야 했다지요.

덕분에 필자의 앞머리 부분에는 큰 흉터가 선연히 남아 있지만 엄마가 달아준 최초의 반짝이는 사랑의 별로 훈장처럼 느끼며 살아갑니다.

요즈음 손자,손녀들의 양육를 돕다가 손자,녀가 행여 다치거나 하였을때 평생을 며느리앞에 죄인처럼 지내야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랑 손자의 불의의 사망에 함께 자살해 버리는 기사를 간간히 접할때 마음이 찡해 옴는 필자만이 느끼는 안타까움이 아니리라.

또 하나 필자의 등에는 아직도 엄마의 손도장이 퍼렇게 찍혀 있습니다.

얼마나 억척스레 애를 먹였으면 어린것의 등을 손에 살이 내려 때렸길래...........

때때로 여름날 냉수 등욕을 할때면 그 손찌검 멍울을 보면서 엄마는 늘 애증이 교차되는 모습으로 혀를 쯔쯔 차기도 하셨지요.

아마 요즈음 세대 같으면 유아 학대로 매스컴을 탈 수도 있으련만....

그래도 엄마가 남겨 준 두 번째 사랑의 인식표로 간직한 채 살아가는 몸뚱아리 인걸요.

엄마!

찢어지게 가난 했던 어부의 딸로 공수 갯벌 포구에서 태어나 배울것도 배울수도 없던 시절 해녀(자멱질)작업과 외할아버지의 고기잡이를 위한 어구일을 도우기도 하며 또래 소녀들의 고수(대장)노릇을 하면서 비록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일지언정 마음은 즐거웠던 시절도 있었다고 곧잘 옛날옛적 이야기처럼하곤하셨지요.

지금에야 온 산야가 대부분 수목이 울창하지만 그 당시엔 군수물자로 소나무 간솔도 공출로 착취하고 농촌엔 땔감과 소금을 굽기 위해 마을 인근의 야산은 모두가 민둥산이였다보니 농한기에 접어들면 마을의 남정네,아낙,처녀,총각 할것없이 새벽 밥 한술 뜨고는 멀리 아흔아홉산(장산기슭)까지 가서 싸릿대,억새풀등을 이고지고 내려오면 오후 참때가 되기도 하였는데 가까운 소나무 울창했던 야산인 울덕(할아버지)이 산에 친구들과 소나무 갈비를 몰래 끌러왔다가 시어머니와 시숙 될 사람인줄은 꿈에도 모르고 친구들을 선동질하여 대판 말 싸움질도 마다하지 않았던 왈가닥이였다보니 머리끝까지 화가난 필자의 할머니가 엄마의 집에 까지 서슬 시퍼렇게 찾아와 외할아버지를 만나서 “자식 교육을 잘 시키소”하고 “소군(엄마)이란 애가 정말 본대 없고 못된 아이더라”하여 외할아버지에게 엄마가 집을 쫒겨나 혼줄이 나기도 하였는데.........

그러던 어느 날 이웃동네 겁난 아저씨쯤으로 여겼던 10살이나 위인 윗 동네에 살던 노총각댁에서 청혼이 왔다는 청청벽력 같은 소리에 어디론가 도망칠까? 청사포 언니네 집에 가 숨어 버릴까?그래서 겁도 나고 죽어도 시집은 가기싫어 눈물로 밤을 새울때 어느날 외할아버지가 부억칼을 갖고 엄마방으로 들어와 이불을 푹 찌르면서 “니캉내캉 죽을라나?시집갈라나? 하시면서 족칠때 정신이 번쩍 들어 외할아버지에게 항복하고 저희 윤씨가문으로 열아홉에 시집을 오셨다지요.

필자가 아는 바로는 어머니는 왜정 치하의 암울했던 시대에 갯포구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예의규범도 알리 없이 일자 무식이였지만 시어머니는 행세하는 집안의 양가집 외동딸로서 서당 공부도 하였던 바 한문과 언문을 자유자재로 구사 하셨던 신지식인으로 훈장집(필자의 증조부)며느리로 시집을 왔지만 가세가 기울어 길쌈을 하며 조부님 뒷바라지에 갖은 고생을 다하셨지만 품행이 정갈하고 말한마디 흐트러짐이 없는 기품을 잃지 않으신 분이셨으니 아녀자의 기본 규범도 모르면서 자랐던 엄마였으니 “시집살이 맛이 엄동설한의 설한풍이 그리 매서우랴?“라고 곧잘 말씀 하셨나 봅니다.

당시로서는 절대적 가부장제도하에서 남편은 시어머니가 조금이라도 화를 내시면 그 화는 몽땅 자신에게 불호령으로 떨어지고 그런 속에서 효와 예를 터득하셨나 봅니다.

그래도 아들,딸(3남2녀)낳으면서 아버지와 함께한 14년간은 남편 따라 낮에는 나무 베어 바닷가에 갖다 나르고 밤에는 밤새워 소금을 꿉기도 하고 부지런 했던 남편은 남의 집 변소치는 것을 비롯하여 마을의 궂은 일 좋은 일 마다않고 날 품팔이를 하고 엄마는 해녀작업을 하며 미역,해조류등을 동래,서면 시장까지 가서 팔아오기도 하며 기울였던 가세가 일어나기 시작 했다지요.

당시 마을에서 제일 잘 지었다는 4칸집 토기와 집도 짓고 길쌈질을 잘하셨던 시어머니에게 독일제 미싱(당시 일반인들이 구입하기가 어러웠다함)도 사주시고 왜정하에서 일본인 땅이던 적산 답도 소작 “해방 후 특별조치법으로 매입등기 받음”하며 제사답과 주 관찰사의 땅도 매입하면서 비록 몸뚱아리는 고달팠지만 꿈결같은 봄날이였다고........

나이드셨서도 아버지 자랑을 늘어놓곤 하셨지요.

당시 마을에서는 “윤씨 문중에 복뚜꺼비 며느리 들어왔다.” “걸음걸이에 복이 들어 있다“등의 칭찬도 자자 했다고도 하셨지요

일제가 세계2차대전의 마지막 발악시기였던 해방 전,후의 시절 금융조합(농협의 전신)을 내세워 순사들이 놋그릇이란 놋그릇은 공출로 몽땅 수탈해 가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마루청 밑에 땅을 파고 놋그릇을 묻어두기도 하던 시절엔 죄 없는 장정들과 처녀(정신대)들까지 잡아다가 남양 보국대로 끌러가고 해방 후론 이념갈등의 혼란기엔 마을에 식자깨나 하는 유지들이 보도연맹인명부에 본인들의 승낙 없이 제멋대로 이름 석자 적어둠으로 해서 본인들도 무엇이 죄인줄 모르고 빨갱이가 되어 때죽음을 당하던 극도로 암울하고 살벌스런 시절, 초토화된 마을엔 리장 맡을 자 아무도 없을 때 마을 대동회에서 “임백(남편)이는 귀신도 잡아갈 귀신이 없다“면서 살생부와도 다름없는 이장을 떠맡아 고생도 많이 하셨다던 아버지였다지요.

잘 모르긴 해도 강직하고 올곧기는 여간 아니였나 봅니다.

“성질 하나는 어찌 니 애비를 그리 닮았노?라고 곧잘 하셨던 걸로 봐서 대충은 짐작을 해봅니다

어찌되었던 다가족(시어머니,남편,자녀,시숙2형제 내외)의 생활속에서도 아버지는 엄마를 끔직이도 사랑해 주신 것 만은 틀림없었나 봅니다.

그토록 믿고 따랐던 하늘같은 아버지가 운명의 장난인지 폭염 내리쬐는

여름날 제사답(돌빼기)에서 논을 메시다 “옆구리가 왜 이리 아프노”하곤 송정의 피난민 야부의사에게 지명 받으려 갔다가는 바로 예사롭게 맹장수술 한다더니 3일만에 불귀의 귀신이 되어버린 엄마의 제3의 삶은 고난의 역사로 점철되기 시작했나 봅니다.

요즘에야 시집아니간 처녀들도 부지기 수인 세태인 서른 세 살의 젊은 나이에 청산 과부가 되어버린 엄마에게 연로하신 시어머님과 중3년 막내시숙 ,초등학교 6학년의 장남, 초등학교1학년인 장녀, 다섯 살의 차남(필자),세살의 삼남,임신6개월의 2녀와의 엮겨 내려온 인생역경 드라마는 88년의 대하극으로 그 바톤을 우리가족들에게 넘겨졌습니다.

굳이 신사임당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엄마는 귀중하고 정겨우며 정서적인 삶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엄마의 사후에도 우리들에게 삶의 나침반 역할을 하겠지요

그렇습니다. 우리들 형제,자매에게도 엄마가 남기고간 숱한 애환과 증오와 질경이처럼 억척스럽게 홀로 떠안고 외롭고도 괴로웠던 긴 항해를 거쳐오신 인생역경 파노라마는 그 막을 내렸지만 “엄마의 모성애는 어떤 애리하고 정교한 창과 칼도 공략할수없는 난공불락의 요새였다고 ” 생각 합니다.

평소의 엄마는 크신 체구에 다분스러움은 있으나 의연했으며 남편이 돌아가시고 3년 후부터 8년동안 중풍으로 몸져 누우신 시어머님의 대소변을 받아내시면서도 얼굴한번 찡그림을 보지 못했던 강인하고도 무서우리만큼 우유부단함이라곤찾아볼수 없었던 그래서 여느때도 눈물 한방울을 자녀들이나 남들앞에 보이시는 셩격이 아니셨지요

다만 시어머니가 간혹 화를 내실 때 두손 모아 빌며 무조건“죽을 죄를 지었심더 어무이요 용서해주이소” 하실때와 회초리로 저를 다리을 걷게 하고 매질을 하실 때 곧잘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곤 하셨나 봅니다.

형님과 누나 동생들은 한 뱃속 자식이건만 왜 그리들 착한지. 단 한번도 매 맞을 이유가 없었으니 당시 할머니께서는 “저 놈(필자)의 자슥은 영도섬 다리밑에서 주어왔다” “저 놈의 손(자식) 이야기라면 내가 죽다가도 뻘떡 일어날끼다.”라고 곧잘하셨고 필자는 “그라모 할매 죽을라 할때 내가 할매 할매하모 되겠네”하여 할머니 기를 넘기기도 하였지요.“얼마나 저가 억척스러웠던가를 강산이 몇 번 바뀐 뒤에서야 알았나이다.

지금도 저의 이종 여동생(말림)는 그 때 얘길 곧잘 하면서 저를 놀리곤 합니다.

청사포에서 친구들과 오빠집에 놀러 갔는데 연애라도 해야 할 스무셋의 다 큰 오빠가 이모가 다리 걷으라니 걷고 무저항으로 매를 맞을 때 이모가 무서웠고 친구들보기가 부끄러웠고 그래서 이모가 미웠다면서......

왜 오빠는 한 대 맞고 도망치면 될텐데 도망치지 못하고 매를 맞고 있는가? 하고 오빠가 어리석고 바보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너무 착하고 순진해 보이기도 했다면서.........

그러던 오빠가 사회 활동도 많이 하고 매스콤에서나 인터넷으로 간혹볼 때 어린날 고생했던 오빠가 생각나 너무너무 보고 싶을 때가 많다고 때때로 산청에서 전화가 오기도 한다.

명심보감 효행편에 태공이 말하기를 내 자신이 효도하면 내 자식 또한 나에게 효도하며 오역한 사람은 또한 오역한 자식을 낳을 것이다.

믿지 못하겠거든 저 처마 끝의 낙수물을 보라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짐이 어긋남이 없느니라.『孝順(효순)은 還生孝順子((환생효순자)요, 忤逆(오역)은 還生忤逆子(환생오역자) 하나니 不信(불신)커든 但看 簷頭水(단간첨두수)하라 點點滴滴不差移(점점적적 불차이)니라』

이제야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를 깨우칩니다.

병상에 누운 연약한 체구의 시어머니의 불효령이 떨어지면 덩치가 크다란 엄마가 할머님의 노여움이 가실 때까지 빌고 또 빌며 애원하시던 거역을 모르고 몸소 실천으로 가르치신 효의 현장을 일상속에서 보아왔던 자식이였거늘 엄마의 말씀은 법이였으니 당연한 귀결이었나 봅니다.

저의 어린 시절은 엄마의 존재는 생사 여탈권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이세상 가장 좋고도 무서운 존재였으며 먼길 떠나신 지금 생각하니 생활하는 산부처님이셨습니다.

아빠의 죽음에 얼힌 사연을 얘기하자면 음력 유월 스무나흐렛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사흘만에 장례 지낼 때까지 아버지의 몸은 뜨끈 뜨끈하였고 뒷산에 매장을 하였는데 너무나 보고 싶고 한도 나고 못다한 사연도 많아 시어니 몰래 밤마다 묘지에 찾아가 잔디를 뜯고 뜯으며 울고 내려오곤 하다가 시어머니가 처음엔 모른척하시다 어느날엔가엔 “이 아가! 젊은 것이 남의 이목도 모르고 매일 밤 무슨 짓이냐?” “내가 먼저 목을 메고 죽던지 해야겠다”

“생떼같은 젊은 놈(아들) 산에 갔다버리고 이 에미도 속 눈물만 흘리고 있는데 ..... 쯔쯔 하시곤 돌아누워 밤새도록 염불만 외우시니 시어머님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고 빌고 또 빌었다던 불쌍했던 우리엄마... 그래도 보고싶어 미치도록 보고 싶어 어느 가을날 밤 휘엉청 달빛아래 아버지 무덤 찾아가 밤늦도록 “주석이 아버지요, 어찌 그리 무정한교?”

영혼이더라도 있다면 말이나 한번 하여 보소“ 하며 목놓아 실컷 울다가 섬뜩한 느낌에 번쩍 정신들어 쳐다보니 묘 중앙의 한복판이 쫙 갈라져 있고 휭하니 스산한 바람이 스치면서 천척이나 되어 보이는 눈에 불기둥을 뿜는 장승이 떡 뻗치고 섰는데 눈앞이 캄캄하고 혼미백산하여 굴렸는지 뛰었는지 뒷산을 내려오곤 그 후로는 밤만 되면 산을 쳐다보는 것조차 무서웠다면서 ”너그 애비가 정 땔려고 그토록 죽어서도 무서운 사람이더라“고 하시곤 했지요.

옛말에 묘지가 갈라지면 사람이 살아 있다던데 그 묘지 한번 파헤쳐 보지 못한 것이 평생에 한이 된다.“고도 하셨지요.

아버지 초상을 치르고 난 후에도 저(5세)와 동생(3세)이 엄마 흉내를 내며 작대기를 짚고“우째살고?우째살꼬? 애고애고?, 애고애고?하는 철없는 어린것들 때문에 이웃할머니들이 함께 대성통곡을 하며 울음바다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많은 세월이 흐르고 철던 후에야 이웃 아지매들이 들려 주곤해서 알았더이다.

불행중 다행으로 두뇌가 명석하고 초등학교 6년간 아동장을 하였던 형님은 중학진학을 포기하고 실의에 빠져 있던 중 함흥서 내려온 피난민 교사의 야학의 도움으로 6.25전쟁으로 잠시 부산 영도에 옮겨 있었던 중동중학 2학년에 편입하였다가 동아중학 3학년으로 편입할 수 있었고 당시 이 곳에서는 최고 명문이였던 동래고등학교에 합격하여 삼일 장학금등을 받아 부산 해운대구 좌동에 사셨던 고모님에게 맡겨 두었다가 본인 스스로 부산대 의대 입학금을 내고 입학때는 의대에 2등으로 합격하고 졸업때는 전교 수석으로 대통령표창까지 받기도 하였으니 우리 가문의 영광이었고 어머니의 삶의 목적이자 희망이였던가 봅니다.

그러나 그 영광의 이면에는 엄마와 누나의 고난의 세월은 어찌다 이야기 할 수 있으리오.

1950년대와 1960년대엔 이곳의 가장 큰 소득원은 기장미역과 천초(우무가사리) 도박, 찐디바리등이였고 아녀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논 농사외에 부업으로 산에 소나무 갈비를 끌어서 해운대까지 이고 가서 파는 것이 고작이였다.

이 곳 바닷가는 그 당시 일년에 두 번씩 해초 채취기간이 있었는데 그럴때면 지금처럼 잠수복도 없던 상황에서 부락의 모든 부녀자들이 물질(해녀작업)에 참여하고 때론 허약자와 심장마비로 물질(해녀작업)중 불귀의 객이 되기도하는 생명을 담보로한 처절한 생존투쟁속에서도 예외없이 모든 잠수(해녀)들이 뭍으로 다 올라와도 바닷속엔 태왁(두룽박) 두 개가 외로히 떠있었는데 그게 어머님과 처녀시절의 누님의 태왁(두룽박) 이였지요

지금도 마을의 어르신들이 “주석이 모녀 참 고생도 많이 했지만 자식농사는 상농으로 지었다”고 당시를 얘기하곤 합니다.

농촌 아녀자가 마련하기엔 너무나 벅찬 한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생명을 담보한 거친숨 몰아쉬며 바닷속 자멱질을 수도없이 하면서 한줌의 해초라도 더 뜯어야 했던 절박하고 모진 삶이였지요

마흔셋에 갑자기 돌아가신 누님이 그때는 “오빠공부만 다 시키면 우리 모두가 행복할 줄 알았는데 ...... 그게 아니더라” 하시던 말씀이 왠지 오래도록 내 마음을 아리게 한다.

그 당시 필자는 동래 중학을 졸업하고 상급학교 진학은 아예 포기하고 가사일을 도울때인지라 운반책 역할을 하였지요.

두 모녀가 1차 홍사리에서 풀어준 해초를 바지기로 집에 까지 지게로져다 마당에 늘어 놓고는 소를 풀많은 곳에 옮겨 메고는 다시 바닷가에 가서 기다리다가 어두워서야 엄마랑 누나랑 함께 집으로 해초를 이고 지고 오는 것이 일과였습니다. 형님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엄마가 당하였던 수모는 차남이 이글을 쓰고 있지만 이루 형언 할 수 없었든가 봅니다.

어느 해인가는 등록일이 다 되었는데 아무리 돈을 준비해도 모자라 이웃마을(동암)에 살고 계셨던 부자집의 사촌 오빠집에 일하던 옷차림으로 찾아가 사연인즉 여차여차하여 급하게 찾아 왔으니 제발 돈 좀 빌려달라고 하니 “소군(엄마)아! 니 몰골이 그게 뭐꼬? (얼마나 꾸밈도 여유도 없었길래.......) 야야! 니가 아무리 자식놈들을 위해 이 짓거리 하며 고생을 해도 자식놈들 장성해 봐라 알아 줄것 같으냐?

자식놈들 아무 소용 없다. 지금이라도 니 한번 마음(재가) 잘먹으면 호강하고 살낀데 뭐 할라고 이 고생하고 있노? 니 몰골이 정신나간 년(사람) 같다.(아마 무자식으로 편안하게 생활하였던 오빠로서는 여동생이 불쌍해서 당연한 얘기였을 수 있으리라) 순간 돈이고 뭐고 다 귀찮고 확월(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어찌 말로 다 하겠노 ?”하시며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문득문득“더러운 영감쟁이.......”하시곤 하셨나 봅니다.

그 후 몇십년간 사촌오빠와는 담을 쌓고 사시다 사촌오빠가 몸져 누워 위독하다 하실 때 “살았을 때 풀고 가야제 어찌겠노? ”하시며 몇 번인가를 찾아 가시곤 하였지요.

여자답게 잘 생긴 엄마는 아니였지만 아들 없는 가정에 재가하여 놓던 바탕에 아들하나만 낳아주면 팔자 고친다고 회유도 많았다고 하였지요.

그럴리도 없었겠지만 만약 그러셨더라면 ........ 이글을 써야 할 명분도 없겠지만 오늘의 우리들이 없었겠지요.

또 어떤 이웃집에는 돈도 있었고 돈놀이 하는 줄 알고 찾아 갔지만 자식 공부시키는 꼴을 죽어도 못봐서 시샘이 나서 인지 “돈이 어딨노 ? 돈 있으면 문풍지를 바르던지 똥구멍을 닦았서면 닦았지 빌려 줄 돈은 없다? ”라고 어기찬 툇자를 맞기도 하였다지요.

그 후 어떻한 어려움이 있어도 그 집엔 돈 십원도 빌리러 가지말라고도 하셨지요.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더욱더 엄마의 마음은 무쇳덩이가 단련되듯 전답을 다 팔고 똥 묻은 주우(바지)가랭이를 팔아서라도 장남의 졸업만을 시켜야겠다고 어금니를 악물었다고 하셨지요.

이미 그 때는 송정분뜰에 “아버지가 애써 일구였던 적산답 네마지기를 팔아 세발 용달차를 구입하여 범일동 종수 아저씨에게 빌려주면 등록금 걱정은 아니 해도 된다“는 어느 삼촌 얘기에 그렇게 하였더니 한번 등록금 넣어주고는 영업넘버를 삼촌이 떼어 가져가 자기 차에 붙이어 버려 논만 날려 버리고 간간히 시숙 원망도 많이 하셨지요.

당시에 필자는 중학교에 다녔는데 여름방학 때 엄마가 무슨 이유인지 잘 몰라도 저를 삼촌 집에 보내어 아마 밥숟가락하나 덜기 위해 얼음 도매를 하던 삼촌 집에 가서 심부름을 하며 밥을 얻어먹고 있었는데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밤에 구수한 냄새에 잠에서 깨어나니 숙부님 가족끼리 닭백숙을 먹고 있는게 아닌가? 먹고 싶은 것은 뒷전이고 서럽기도 하려니와 자는 척 하는 것이 그 토록 고역이였음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자.

지금이야 닭백숙이 흔하디 흔한 음식이지만 당시로서는 서민들이 쉽게 닭백숙을 먹을 수 없었던 시절이였지요.

필자 역시 어린나이였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돈을 벌어 부자가 되어야 겠다는 다부진 결심이 잉태하하고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깨우치는 계기가 되었던것 같고 중학을 졸업하고 열일곱부터 군대 입대 전까지 여름철이면 송정해수욕장에서 얼음 도매를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발버둥을 쳤고 삼촌 집에 얼음이 바닥나서 원등교에 있었던 극동제빙공장과울산 병영까지 가서 수산용 얼음을 수화물로 송정역에 탁송해서 당시에 제법 큰 돈을 번적도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당시 부산일보에 “송정해수욕장 얼음가격 생산가격의 열배의 바가지 요금의 기사”도 있었지만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어지면 공산품이 아닌 녹아 버리면 물이 되는 소모성 물질의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 였지요. 어제 음력 6월24일은 아버지 기제일이라 어머님 돌아가신 후 처음으로 아버지와 어머님 제수상을 차렸는데 두분이 오셔서 옛날같이 만단 사연을 나누며 식사를 하셨는지 모를래라

엄마가 연세드셔서는 왈 “꿈에 너그 아부지가 예쁜 젊은 여자와 같이와서 젊은 여자는 대문밖에 서 있고 혼자 집안을 빙 둘러보고 가곤하는데 아마 저 세상에 부부인것 같드라. 내가 가도 늙었다고 찾지도 않을끼다”하시며 서운해 하셨는데... 필자 왈 “아버지 저 세상에서 대기(아주) 높은 사람되어 여비서 데리고 다니나 봅니더” 그런데 ,,,글세올시다.

평소의 엄마의 절박했던 소원은 아버지를 만나 “주석이 아버지요! 당신 떠나신 후 이리이리 하며 여차여차 하면서 시어머님와 자식들을 위해 열심히 살았심더?” 하며 몇날을 두고도 못다한 만단 사연을 애기함이살아 계실 때 마지막 남은 소원이였고 그래서 아버지께서 “그래 니가 참 용~타? 어찌 내 없어도 그리 당차게 살았노 ? 고생많이 했다 고맙다”하는 말 한마디 듣고 싶은 것이 이생을 장렬하게 살아가신 삶의 유일한 이유이였고 목적이며 엄마의 소박스런 자신의 삶에 대한 아버지가 내리는 마음의 위로를 받고 싶어 하셨지요.

비록 생사를 달리 했어도 어려울 때는 마치 아버지를 앞에 두듯 이야기도 많이 하셨지요. 어쩜 엄마는 아빠의 육신는 죽었지만 영혼이 있건 없건 그건 저 세상의 문제일뿐 평생의 삶을 아버지의 영혼에 의지하며 사신것 같습니다.

필자가 어찌 생사의 세계를 넘나들 수 있으랴마는 혼령이 존재한다면 아버지의 크신 위안을 받으셨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시대 어떠한 환경에서도 선과악, 음과양이 공존함이 자연의 이치거늘 정말 좋으신 이웃들도 많았기 때문에 엄마는 삶의 활력소도 되었고 존재 가치의 의미도 느꼈던 것 같다.

어느 해인가는 시랑대 서편 고래 개안불에 살고 계셨던 김 봉안씨 부친 같은 분은 일본서 돈을 많이 벌어와 돈이 많이 있으니 거기에 가면 돈을 빌릴 수 있으리라는 소문을 듣고 일차면식도 없이 다급하게 찾아 갔는데 젊으나 젊은 청산과부가 첫 새벽부터 차마 사립문을 밀치고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을 때 김 봉안 부친께서 먼저 보시곤 “아이구 주석이 모친이지요? 얘들 엄마에게 들으니 자식공부 시킨다고 너무너무 고생이많다고 얘기 많이 듣고 있습니더” “모친 병환으로도 고생이 많으시다는데 문병을 미쳐 못가 미안하다고 하시며

그래 아이놈 등록금 때문에 그러지요?” 얼마면 되는냐 “고 묻고는 집으로 들어가 돈 다발을 전해주면서 ”언제든지 형편이 되면 갚으소.이자는 한 푼도 안 받을테니천천히 갚으라고 심심당부하며 “요즈음세상에 젊은 분이 너무 우러러 보인다” 면서 이렇게 고생해도 조금만 참으면 주석이 의사되면 좋은 날 있을 겁니더“하며 격려까지 해주시더라면서 엄마는 늘 풍채도 좋으시고 어지신 어른이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지요.

그 후 결국 땅떼기 팔아서 돈을 갚으러 가니 어찌 돈을 맞추었는냐?고 원금이외는 10원도 더 받지 않으시더라고 먼 후일 혹여 “너희들이 잘살고 그 분들 자녀가 어렵거던 옛얘기 하며 도와 주라고 늘 당부하시곤 하셨나 봅니다.

또한 돈도 잘 빌려주고 원리금도 오는 달 가는달 빼어 주셨던 제주 할머님도 계셨다지요.

세월 흘려 어느 해인가는 할머니도 고생 끝에 돌아가시고 낮에 죽으라고 보리타작을 하여 마당에 보리 덕석을 늘어놓고 자식들과 잠이들어 버렸는데 한잠을 자고 일어나니 보리 덕석은 간데 없고 장대비만 퍼붓고 있는데 알고 보니 이웃집 허 임수 어른 내외께서 자기들 비 설거지다해 놓고 와서 젊은이가 불러도 대답없자 보리덕석을 비 설거지를 하여 창고에 넣어 주셨더랍니다. 또한 이웃집 허임수 어른신은 부잣집 논메는 것을 마지기당 얼마로 떼면 꼭 엄마를 데려가 논 중간에 넣어서 “제수씨 허리 펴가며 대충대충 따라오소”하며 날품돈도 벌게 해주시고 어느 삼촌이 “큰집 논밭 모두를 복덕방에 팔아 달라”는 항간의 소문을 듣고는 “대명 천지에 이럴 수가 있느냐?고 노발대발 하시면서 어느 삼촌의 얘기를 듣고 논,팥을 팔면 하루 아침에 거지될 수 있으니 절대로 그 얘기 듣지말고 고생이 되더라도 자식들 다 성장 시킬때까지 고생이 되어도 참고 살아야 된다고 늘 지도를 해주셨다지요. 그러한 인연으로 지금도 양쪽가족들은 친형제간 보다 더 절친하게 지내기도 한다.

필자가 알기로는 엄마 살아 계실 때 그 손자들 결혼할 때 우리들 모르게 모아 두었던 용돈을 보태 주기도 하셨지요.

당시 어느 삼촌분이 촌에서 형수씨 바보처럼 고생 하지 말고 촌에 땅 몽땅 팔아서 수영에 집하나 지어 형수는 아가씨(매춘부)장사하고 희자는 버스 조수하고 을석이는 얼음도매하면 편하게 살 수 있다고 회유하다가 윽박지르기도 하였다함.

결국엔 어느 삼촌께서 “왜 어머니 병을 고치려 하지않고 버려두느냐?”하며 욱박지르고 촌에서 어머니병(중풍)을 고칠 수 없다고 시어머님을 자신들이 모신다면서 억지로 해운대로 모셔 가시던 날 남편 잃고 2년만에 5살배기 삼남 잃고 또다시 2년만에 집안의 대소사며 뜰과 바다에 가더라도 비록 몸져 누우신 시어머니였지만 가정의 대들보요 의논의 대상이였던 하늘 같고 남편 같은 시어머니를 군대 짚차에 억지로 싣고 떠날 때 그 토록 대성통곡을 하며 몇 날을 울어본적이 없고 이제야 남편이 있고 없음을 뼈에 사무치도록 느꼈으며 예나 지금이나 중풍은 현대의학으로도 그 한계가 있거늘 그 당시 상항으로는 어러운 집안 형편에도 시어머니 병을 낫게하려고 좋다는 탄약은 다 다려드리고 집안에 탄약 다리는 일이 끊일날이 없었건만 형수씨 고생하신다는 위로는 못할망정 어찌 이럴수가 있느냐? 는 억화 심정이 북받쳐 오를때는 하늘에 아무것도 보이지않고 어떤 순간엔 남은 자식들도 보이지 않고 오직 죽어버리고 싶은 죽음의 강한 유혹도 받았던가 봅니다.

인간이 본래 나약한 존재이다 보니 시어머님이 돌아오실지 아니오실지?살아야하나 죽어야하나?마음 깊이 병이들어 자연히 잘 맞힌다는 무속인들을 찾아 다니며 점도 쳐보고 방황하고 있을 때 어느날도 무속인을 찾아 갔다 늦게 집으로 돌아오니 어린것들 넷이서 마을 어귀에서 산모롱이를 눈이 빠지라 쳐다보며 에미를 기다리고 있더란다

큰아들 주석이가 “어무이요! 왜 이러시는기요 어무이 얼굴이 너무 안좋아 보입니다.” 어린것들은 어미 팔을 잡고 울고만 섰는데 .......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고 대오 각성을 하셨다지요.

그래 이 어린것들이 무슨죄가 있길래 이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있어도 악착스럽게 살아야 된다고......

그때를 때때로 회상하시곤 그러셨지요 자식들은 어리고 그 때만 하드라도 여인네가 재가를 해버리면 재산을 몽땅 빼앗기기도 하였고 시어머니 말 한마디에 재산을 다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초조,증오,억화 심정이 뒤엉켜 “몇날 몇일을 밥을 먹지 않았도 배고픔도 모르고 물도 목에 잘 넘어가지 않았으니 얼마나 그 모습이 처연하였겠느냐구?”

그 후 15일만에 어느 삼촌께서 시어머니 성화에 못이겨 시어머니를 모시고 돌아 오셨는데 시어니가 어느 삼촌에게 유언처럼 말씀하심이 “이제 죽어도 너놈 집에는 안 간다.” 죽어도 큰 얘기(시어머니는 늘 큰며느리를 큰 얘기로 호칭하였음) 물 얻어 먹으며 굶어 죽어도 여기서 죽을 테니 그리 알아라“

그 이후 위난의 시기를 넘기고 가정의 평온과 어머님의 심란했던 마음에 평정이 찾아들었다고 하셨지요

당시에 기장면에서 효부상을 내리겠다고 하였으나 자식들에게 해롭다면서 끝까지 거절한 일도 있었고...

요즘은 동부산 관광단지개발 사업으로 부부간,가족들간의 불화와 때론 형제간에 모자간에도 돈 앞에는 자유로울수 없다보니 기상 천외의 소송들이 일어나는 것과 같이 그와 같은 이면에는 재산을 지키겠다는 세력과 빼앗겠다는 세력과의 보이지 않는 힘겨운 투쟁이 불효막심한 과잉 효도로 나타나기도 하나 봅니다.

엄마가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강조하신 가훈은 “어떠한 경우라도 얘비없는 호래자식이란 소리를 들어서는 안된다”이셨지요

그러셨습니다. 그리기 위해 엄마는 말 뿐만 아니라 일평생을 행동으로 우리들을 가르쳤습니다.

덕분에 우리들 형제,자매들은 비록 크게 휼륭하고 큰 부자들은 아닐지언정 모두가 어러운 이웃들을 위해 작지만 베품의 미덕의 기본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어머니가 저에게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이 계셨지요

큰 아들을 비록 대학공부를 시키면서도 일찍부터 함께 살 수 없음을 어머니는 직감으로 터득하고 계셨나 봅니다.

“을석아! 니카 내카는 농사 지으면서 같이 살제이”

필자가 고집도 세고 억척스러워 야단도 많이 맞았지만 철들기 시작하면서는 그렇게 못되고 문제 아이는 아니였다고 항변합니다.

중학을 졸업하고 곡괭이로 야산을 개간하기도 하였고 17세 나이에 돌빼기 골의 다섯마지기 논도 갈기도 하였는데 쟁기 하말밖에 되지 않는 작은 키에 논을 갈다보니 힘에 부쳐 시빼기(빨려 들어가는 웅덩이)에 빠질때면 뿔이 두 개가 왼쪽으로 같이 휘인 착한 누렁이 소가 멈쳐서서 희뜩 뒤돌아 보며 자기(소)를 부리는 일꾼이 기가 차고 가소로웠겠지만 저를 오히려 리더해 가며 논을 갈곤 하였지요.

당시로는 소한마리가 촌재산 절반이라고들 하였는데 저는 영리하고 말잘듣는 그 소를 목욕도 자주시키고 빗질도 해주고 타고 다니기도 하면서 참 좋아 하였던것 같다.

쟁기질에 지치고 너무 힘들어 속으로 울고 있는데 아랫동네의 부지런하고 어지신 장을룡 아저씨께서 제방둑에 서서 보고는 “어린것이 논을 갈아도 팔자로 간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시곤 “주석이 모친요! 이제 일꾼 포부(한) 갚았심더” 하시며 어머니를 격려하기도 하셨지요.

당시에 위, 아랫논에 장을룡 아저씨가 같이 농사를 지었는데 농사법과 쟁기질 하는 법을 많이 가르쳐 주셨던것 같습니다.

새벽부터 논을 갈다 샛참으로 고구마를 말 싸움도 많이했던 누나가 갖고 오기도 하고 점심때면 묵은 김치를 넣어 조림한 넙적넙적한 고춧가루 뿌린 고등어를 이른 봄 쑥과 소풀(마디풀) 필기 등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논둑에 걸쳐 앉아 먹는 맛이란 임금님 진수성찬이 그기에 비기랴?

또 천수답 뿐인 이곳에 한 해 모진 가뭄이 들었던 해엔 엄마와 누나와 함께 하루만에 논 10마지기 벼를 다 훓어도 3말짜리 마대 한자루도 아니되는 수확을 하였는데 신나락(다음년도 볍씨) 남겨두면 먹을 것이 없었는데 자식들 먹여 살려야 할 엄마의 심정은 어이 하였을까?

그래도 엄마는 당시에 저를 큰 일꾼으로 생각하고 이것 저것 시키기도 하신것 같다.

장마가 이어지는 어느 초여름날

갑자기 지천을 분간 할 수 없을 만큼 천둥번개가 치고 장대비가 쏟아 지는데 엄마는 장마에 옷을 말릴 수 없다면서 비가 많이 와 뜰에 아무도 없으니 벌거벗고 우둣골 논에 가서 물을 지우구(뻬고) 오란다.

분부대로 삽한자루 갖고 마구 뛰어 우둣골 먼당(꼭대기)에 올라서니 웬걸 정 민애 할아버지가 우장를 입고 소를 먹이는 게 아닌가? 부끄럽기도하고 천둥번개을 동반한 폭우에 너무 무서웠던 기억도 엊그제 같다.

또한 어머님은 조상 섬김에 남다른 열정을 가져셨던것 같다 .

이십여년전 어느 해 증조 할머니 제수용 고기를 기영이 엄마가 사왔는데 전복을 빠뜨려 호되게 야단 맞은 적이 있었다.

엄마 왈 “이 며느리야 ! 나는 그렇게 어럽게 살았서도 조상 제상에 조기세마리와 고동,전복을 빠뜨린적이 없는데 이만 만큼 살면서 돈이 아까워 전복을 아니 샀는냐?

젊은 것들이 어찌 그리 정신이 부실하냐? 그래가지고 복 받겠다? 고 호통을 쳤고 필자는 쥐죽은 듯 듣고만 있었는데 “밤에 아내에게 장손 며느리도 아닌데 왜 큰며느리는 야단 한번 못치고 자기만 나무라느냐?고 투정을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부전자전이라던가? 어머니가 아내를 야단치실 때 단 한번도 표면적으로 아내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 아내의 가장 큰 불만이였지요.

“사실 전복이 너무 비싸서 윗대 할머니라 빠뜨린 것이 사실이였음”

이제 조상님 계신 나라에 가신 엄마가 조상님들의 영혼이 서로 만날 수 있다면 엄마는 평생에 받친 조상섬김에 크신 위안을 받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되기도 하고 어쩜 우리 가족들이 조상들의 가피를 받고 있다고도 믿어진다.

한해 겨울에는 섣달 스무이래와 여드레 조상제사와 설 제수용 산적이 없어 걱정하면서 해운대에 딸과 함께 나무를 팔고 이른 새벽에 청사포 모퉁이를 돌아오며 바닷가를 쳐다보고 오는데 뻘건 돌 같은 것이 이상하여 내려가 본적 엄청 큰 한치라 몸통과 머리, 다리를 분리해서 모녀가 힘겹게 이고 왔는데 조상이 돌봐서 제수용품을 주셨다고 “조상님네요! 고맙심더”하고 술잔 한잔 갈아 붓고 빌기도 하셨지요.

엄마는 조상님들과 영적 교감을 참 잘하시기도 한것 같습니다 때때로 혼자 앉아 살아온 숱한 사연들을 영상필림처럼 떠올리며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조상님들과 선문답을 하기도 하시였지요

이제 어머님 떠나시고 자식들 누구도 조상님네들 자유자재로 모셔놓고그렇게 흉내라도 낼수 없음을 어찌하리오.

우리들은 민화나 전설에서 귀신,헛개비,도깨비에 대한 숱한 이야기를 접하곤 합니다.

필자는 다행인지 강 심장이여서 그런지 그런것들을 본적은 없지만 엄마는 헛개비에 홀려 죽을 고생을 하신적이 있었단다.

아버지 살아 계실때는 붓도랑이 뭔지 농사를 어찌 짓는지도 모르고 살다가 송정강 봇도랑에서 제일 아래쪽에 있는 적산답 논까지 물을 한번 댄다는 것은 수십개 논을 거쳐야 하기에 가뭄이 들대면 거친 장정네들에게 사정하기도하고 총알없는 전쟁터처럼 싸움도 하면서 여간 힘던 일이 아니였답니다.

하루는 자시(자정)가 넘도록 봇물을 대고 송정 큰 공굴(철다리)를 지나려는데 무수한 헛개비들이 물에 뛰어 내렸다 올라가곤 하면서 뭇헛개비들이 공글 밑 너무나 아름다워 보이는 물속으로 끌고 들어 가는데 “아하 이게 말만들은 헛개비구나 ! 끌려가면 죽는다”고 “아직은 저 어린 자식들 때문에 살아야 한다”고 어금니 우두둑 갈면서 젖먹는 힘까지 다내여 시어머니가 가르쳐 준 주문을 외며 얼마나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쳤는지 집에 오니 신발은 간데없고 온몸에는 피멍이 들어있고 죽을 사상이 된“자신의 몰골이 귀신의 형상이더라”고 곧잘 말씀하셨지요.

그렇습니다. 그때는 살아야 할 절박한 명분이 있었고 모든 조상들이 엄마를 돌보셨다고 물 떠 놓고 조상님들에게 고맙다고 빌고 또 빌었다지요

엄마는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셨는데 또 한번의 고비는 일찍 죽은 둘째아이를 낳고는 당사리에 밭에서 꿀뚝재를 부린 상치를 쌈사먹고는 채독(병명미상)이라고 하였지만 하늘이 빙빙돌고 목에서 피가 넘어오는 병에 걸려 모두가 젊은 새댁이 저래 갖고는 못산다고 돌림병이라고 걱정들 하곤 하였는데 아버지가 황이 들어 죽어 죽어 땅속에 묻혀있는 소 뼈따귀를 파다 고와서 수도 없이 먹었는데 병이 다 나은 다음 알고 보니 산 넘어 당시 못사는 사람들이 죽으면 화장하는 곳에서 어차어차하게 덜 그을린 인뼈를 어럽게 구해 소뼈와 함께 고와서 “입맛이 없어도 안 먹으면 원기없어 죽은다”면서 눈물겹게 병 구환을 다하여 지성이면 감천이라 아내를 구했다는 걸 병이 다 났고 얼마를 흐른 후에야 남편이 은근 슬쩍 하는 말을 듣고 알았다고 하더이다.

그래서 엄마는 늘 하시는 말씀이 당신은 죽을 나를 화급하게 사람뼈까지 구해 살렸건만 어찌 당신 죽을 줄은 그리도 몰랐든교? 하고 한 섞인 넋두리도 많이 하셨답니다.

또한 아버님의 별세 했을 때 마을 대동회때마다 요즈음은 재산세인 재산세 공출 매길때면 제일 아버지와 말싸움도 많이 하고 당시 기장군에서도 어거리(목소리)를 대항할 자 아무도 없었던 당차기로 이름 난 아버지보다 10여세 위의 어른 한 분이 “임백이를 잡아갈 귀신이 있었나! 얼마나 무서운 귀신이길래 임백이를 잡아가노?” 하고 아까운 젊은이의 청년 죽음을 애석해 하면서 초상에 와서 대성 통곡을 하셨는데 그 후 그 분도 몇 년 아니되여 별세를 하셨다고 하더이다.

또한 요즈음 살펴보면 1945년 해방전,후 와 1950년 6.25전,후에 출생한 사람들 중에 마마(천연두)를 앓은 사람들이 많은데 필자는 다행히 그 중간 세대라 종두 접종을 맞았는데 필자 보다 두 살아래의 남동생과 다섯 살 아래의 여동생이 함께 마마에 걸리고 그때는 온 동네가 어린아이들이 마마에 걸려 수도 없는 어린생명들이 죽어 나갔는데 엄마는 유복자인 막내딸은 저것 갖고(임신)하고 애비 죽었다며 방구석진 찬 곳에 밀쳐놓고 남동생만 품에 안고 살려달라고 마마님께 빌었는데 깨끗이 병이 다나아가던 남동생은 갑자기 죽어버리고 죽어라고 밀쳐둔 막내는 뽀시락 뽀시락살아 났다고 하면서 당시 시어머니가 “니가 마마님께 천벌받았다. 다같은 어린 생명인데 다 함께 살려 달라고 해야지 마음씀이 그러니 천벌을 받아도 주리가 있다고 야단도 많이 맞았다더군요.

남편 여위고 2년만에 필자보다 훨씬 똑똑했다던 아들 하나를 또 잃고는 남편 죽은 것보다 더 애통해 했었다고 하였지요.

당시에 외삼촌이 바지기에 죽은 동생을 얹어 묻으러 나가다가 할머니가 무례스런 사돈이라고 불효령이 있기도 하였답니다.

그래도 그렇게 천시받고 자란 막내가 어머님 호강을 가장 많이 시켰 드렸고 미국 여행도 두 번이나 다녀 오시기도 하였으며 엄마가 의식이 없어질때까지 3개월이나 특별휴가를 내어 엄마의 마지막 떠나는 인생여정의 말벗으로 마음 평정 해주시고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하늘나라 천당으로 모실려 하였으면 “복선아 니카내카 약속하자 오빠에게는 절대 말하지 마라, 오빠 알면 야단 맞는다 .내 꼭 하느님 믿을게” 하였을까?

막내의 직업이 미국 일리노이 주립병원 수간호사이다 보니 지극 정성으로 어머님을 모셨나이다

그래서 동생이 교회 목사님과 신도들을 모시고와 주예수를 찾으실 때 침상옆에서 저도 함께 참배(기도)를 해드리기도 했습니다.

저 어리적엔 할머니 침상 머리맡엔 언제나 불경책이 있었고 8년간 병상에 누워 계셔도 흐트러짐이 없으시던 목소리가 카랑카랑한 할머님의 천수경,금강경등을 뜻도 몰랐고 지금도 모르지만 계속 독경하시는 소릴듣고 자랐고 어머님도 일할 때나 식사하고 주무실 때를 제외하곤 언제나 염주가 손에 쥐어져 있었거늘 천당인들 어떠하며 극락정토인들 어떠하랴?

다만 필자도 49재를 지낸 백두사에서 어느 날 혜월스님이 찾아오셔서 신도회장을 좀 맡아 달라하여 현재 신도 회장을 맡아 때때로 불심을 돈독히 하려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어머님의 계시 일 것으로 생각됨은 어떠한 연유에서 이려나?

어머님!

8개월간 혈압으로 고생하시다 언어장애가 오기 직전에 남기신 유언 같은 말씀이 늘상 목이 메입니다.

생의 마지막이 닥아옴을 직감했음인지 뇌경색이 재발하셨을 때 손,발을 비틀면서 전신이 마비되어 저려옴에도 죽어도 병원에 아니가겠다고 완강히 버티셨을 때(그대로 돌아가시어 자식들 고통 주시지 않으려고) 가까스로 저의 손을 잡고는 을석아! 니카내카 참 오래 살았다 그제..........

고 맙데이 너무너무 고맙데이...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출생 후 62년간 군대 생활을 제외하곤 늘 함께 살았었지요

군대 생활 3년 동안에도 혼자서 밥을 드시면서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구둘묵에 묻어 두었던 저의 밥을 함께 올려놓고 무사기원을 빌었던 어머님이셨지요.

그래서 큰아들은 언제나 “기호 아바이“였고 저는 돌아 가실때까지 당신의 아들”을석아“이였더이다.

옛 사람들 말씀에 많이 배운 출세한 아들놈 효자 없고 우둔하고 못배운 자식놈이 효도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큰형님(윤 주석)이 자신은 많이 배웠으니 뒷산(선산)만 남겨두고 집과 논밭을 저에게 모두 이전하게 하여주시고 토지 매입을 할때 돈이 모자라면 이자없이 돈을 빌려주시기도하며 야단을 치실망정 욕설도 한번 아니하시는 분이기에 저에게는 형님이자 아버지의 역할을 너무나 잘해 주셨지만 함께 했던 작은 놈이 더 미운정 고운정이 들고 어릴때는 양육을 했던 자식이지만 성장 이후엔 한가정의 가장이자 남편대역으로서 믿고 의지하며 살아 오셨던 어머님이였습니다.

어머님!

어머님이 마지막 임종하신 후의 모습은 지금도 저의 눈에 선연 합니다.

88년간 그 숱한 세월을 한 가정의 모든 무거웠던 멍에를 홀로 짊어지고 억척스럽게도 파란만장의 풍파를 다 겪으시고 마지막 떠나실 때 모든 사랑,증오,갈등,연민,고통,집착등을... 그 무거웠던 잡다스런 부질없는멍에들일랑 다 던져버리신 모습은 너무나 평온하였고 아름다웠습니다.

이 세상 어떠한 예술 ,조각가도 흉내낼수 없는 부처님상을 친견하였던 바입니다.

어머님은 늘 그러셨지요.

“니가 내 죽고 나면 제일 많이 울꺼다”라고 그러나 저는 울지 않았습니다. 아니 울음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 모진 세상 잡다한 인연 다 버리고 좋은 세상으로 가셨으리라는 확신을 가졌기에............

저는 울지 않았지만 엄마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참 많이 울어 주시더군요.

엄마를 남편처럼 믿고 살았던 외숙모님은 울다 지쳐 억지로 집으로 데려가곤 하셨지요

다만 저는 어머니가 말씀하신대로 지장보살님을 무수히 되뇌이며 어머님의 극락왕생을 빌고 빌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49재를 마치고도 한참 지난 이제야 살아 계실때 왜 좀더 어머님과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던가를 뉘우치며 간간히 불효자는 눈시울을 붉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