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운주사에서 · 1

                                  변 종 환 

겨울 운주사에는
못생긴 돌이 모두 부처다
문드러지고
닳아 떨어져나간 돌부처의
코와 귀에서
바람소리가 들린다
하나 둘 못생긴 돌이 탑이 되고
부처가 되는
천불천탑의 이 땅에 눈이 내린다
여리게 떨고 있는 슬픈 것들이
기도로 길을 열어 찾아가는
생명의 세상
버려지고 부서지면서
부싯돌처럼 되살아나는
금가고 일그러진 목숨의 섭리
차가운 몸으로 누워
제 몸을 가다듬는 와불의 깊은 시름
눈 내리는 운주사에는
못생긴 돌이 모두 부처다

❚ 작가 노트

구름이 머무는 절, 화순 영구산 ‘운주사’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되어 있다.

와불과 천불천탑으로 널리 알려진 ‘운주사’는 많은 전설과 설화의 근원지이기도 하다. 계곡과 산 여기저기에 세워진 탑과 불상들은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기이한 배치이기도 하다. 특히 산 정상에 있는 와불은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는 민초들의 염원을 담은 불상으로 염화세상 새 세상을 기원하는 ‘운주사’를 대변해주고 있다.

눈 내리는 겨울 운주사는 ‘제 몸을 가다듬는 와불의 깊은 시름’ 속에서 ‘못생긴 돌이 모두 부처다’

❚변종환 시인은…

변종환 시인

* 1967년 기획시집 『水平線 너머』(親學社) 상재, 문예지 『문학시대』 『자유문학』 『문학예술』『문예연구』 등 작품활동 * 현) 부산진구문화예술인협의회 회장 · 한국현대문학작가연대 부이사장 ·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 부산문인협회 제16대 회장 · 부산시인협회 제10대 회장 · 한국문인협회 ·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등 역임 * 시집 『우리 어촌계장 박씨』 『풀잎의 잠』 『송천리에서 쓴 편지』 『풀잎의 고요』 『겨울 운주사에서』 등 7권 * 산문집 『餘滴』 등 4권 * bjh900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