쯧 쯧 쯧
- 꽃마리

                                   공 영 해

할부지-,
머 하는데?

일루 와, 이 꽃 쫌 봐

꽃마리
파란 눈빛…

떨리는 눈빛이 넷

쯧 쯧 쯧
어른이나 얼라*나…,

빈정대는 할매 눈빛

* 얼라 : ‘어린아이’의 경상도 방언

* 작가 노트

▲ 공영해 시인

도시 변두리에 사는, 한 번도 남 앞에 서 보지 못한 내 이웃의 삶을 만난다. 아들 내외 맞벌이 관계로 어린 손자를 돌보고 있는 김 씨 할아버지, 나보다 더 꽃을 좋아하는 어른이다. “우리 영감 못 말리제. 아까 전에 손자랑 골목에 쪼그리고 있기에 뭐 하는가 봤더니만 쪼맨한 풀꽃 귀경하고 있어요. 하도 같잖아 웃고 말았지만….” 나는 그저 할머니의 말을 재구성할 뿐이다.

이제 막 피고 있는 작은 풀꽃을 보고 있는 할아버지 곁으로 마침 어린 손자가 다가오며 응석 묻은 말을 건다.
“할부지, 머 하는데?”
오냐오냐 하며 길러서 말버릇이 없다. 할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 손자를 불러 앉힌다. 작아서 귀엽고 앙증스러운 꽃을 어린 손자와 함께 보고 싶었던가 보다.

중장에서는 자연과의 일체감을 “눈빛”으로 묶어 놓기로 한다. 파란 꽃잎 다섯을 펼치며 빤히 바라보고 있는 풀꽃은 꽃마리. 한 꽃대에 서너 송이 꽃을 차례로 피운다. 문장부호는 시각적 이미지와 여운을 주기 위한 지시적 기능. “떨리는” 네 개의 “눈빛”은 감정의 일체감. 경이로운 순간의 만남을 조연인 할머니가 놓치지 않는다.

“쯧 쯧 쯧, 어른이나 얼라나…” 언제 철이 들까.
“빈정대”며 ‘쯧 쯧 쯧’ 혀를 차지만 “할매 눈빛”으로 보아 그저 흐뭇하기만 하다. 조손이 함께 어깨를 맞대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에서 ‘꽃마리’의 이미지를 본다. 중장의 ‘눈빛’과 종장의 ‘눈빛’은 서로 다르지만 이심전심, 대상에 대한 사랑을 담아 보았다.

‘꽃마리’는 자연의 환유. 작품이 동시조에 가깝다고 하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꽃 사랑에 아이 어른 구별하여 무엇 하리. 손자의 어버이에게서는 만나볼 수 없는 순박한 인정 앞에 나도 할머니처럼 ‘쯧 쯧 쯧’ 혀를 차 볼 일이다.

▲ 공영해 시인은 ……

《시조문학》신인상 등단(1999). 〇 가락문학상, 한국동서문학 작품상, 경남시조문학상 수상 외. 〇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경남시조문학회 회원. 〇시조집 《낮은 기침》, 《천주산 내 사랑》,《아카시아 꽃숲에서》외, 선집《처용의 달 》. 삼형제 문집 《방앗간집 아이들》 Ⅰ, Ⅱ, Ⅲ집.

▲ 기사제공 // 임재도 부울경뉴스 총괄본부장, 소설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