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2020년 제6회 계간문예문학상 수상작)

                                   조 승 래

채송화는 맨 땅바닥에서 자란다
봉선화는 그보다 위에서
장미넝쿨은 키 큰 해바라기를 뛰어넘으려고
능소화보다 더 높이 올라간다

하늘에서 보면 고르고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빛깔과 모양이 각각 다르다서로 꿈이 다른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살아가는 가족들이
피어나는 꽃처럼 환하다

꽃마다 종이 달려 있다
밤이면 꽃잎에 이슬이 맺힌다
일을 끝내고 돌아온 아버지처럼
정원이 휘청거릴 만큼
밤하늘 은하수가 반짝거린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새벽을 여는 가족들이
가슴에 초롱등불 같은 불을 켜들고
희미한 꿈을 찾아 나선다

개나리는 산수유보다 먼저새벽종을 울린다
서로 늦지 않으려고 다투면서 정성들여 꽃을 가꾸어놓은 정원에는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작가노트

▲ 조승래 시인

가만 보니 정원의 꽃들이 피는 시기와 키 높이에 따라서 꽃탑을 이루는 것이라 채송화와 토끼풀꽃은 맨 밑바닥에서 함박꽃과 봉선화는 그 위에서 장미는 넝쿨 이루어 아직 덜 큰 해바라기와 키 재기를 하려하고 개나리는 산수유에게 도전하며 능소화는 더 높이 올라가 기다려요

하늘에서 보면 그저 고만고만하고 관객들 눈에는 그저 꽃탑처럼 보여요 종을 달고 싶어요 달님이 종을 달려는데 별들이 함께 하기 싫다고 해요 그래서 별들을 달기로 했더니 우루루 몰려와 꽃탑이 휘청거려요 달님은 여위어져서 가버렸어요 서로 눈짓하던 별들도 사라져 버렸어요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해님은 달님 못 보았냐고 구석구석 비추며 찾아다니다가 서쪽 하늘에 달님이 남긴 발자국을 보았대나 봐요 꽃탑 앞에 서면 시간이 참 빨리 가요 그래도 내일 또 함께 놀 생각에 기쁨이 마냥 벅차올라요

▲ 조승래 시인은 ……

경남 함안 출생으로 2010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몽고조랑말』, 『내생의 워낭소리』, 『타지 않는 점』, 『하오의 숲』, 『칭다오 잔교 위』, 『뼈가 눕다』, 임재도 시인과 공동시집 『공감 여행』 등을 펴냈다. 『칭다오 잔교 위』는 2015년 세종도서 문학 나눔에 선정되었다.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시인협회 이사,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포에지창원,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 기사제공 // 임재도 부울경뉴스 총괄본부장, 소설가, 시인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시인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문학의 대중화를 위한 공익지면입니다. 등단시인이라면 누구라도 이 지면을 이용하여 작품을 발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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