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사원

                                  문 희 숙

트로이 언덕 아래 신이 놀던 에게 바다
그 기슭 해풍과 황무지 사이에는
두 그루 올리브나무 흔들리며 서 있다

바람도 어둠만치 참 사나웠다 끄득이며
심지 속 남은 향기 모두 다 탈 무렵에는
흰 배가 안개를 지나 소리 없이 올 거라고

목마도 신들을 태우고 떠난 바닷가
색 바래고 구멍 난 잎사귀를 활짝 뻗어
두 그루 낡은 사원이 서로
마른 어깨 다독인다

▲ 작가 노트 

문희숙 시인

종교를 믿은 적이 있거나 일생 신앙하고 사는 이들이 많다. 그 모든 신들이 한결 같이 말씀한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신앙하는 만큼 잘 실천하며 사는지 배타적이고 선택적이며 주관적인 건 아니었는지……. 사랑이 없는 세상은 신들도 떠나지 않았을까.

미완의 존재인 인간이 또한 부족한 이를 채우려는 정성, 그런 사랑을 실현하는 모습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현대는 독거노인도 많아지고 싱글족도 늘고 있는 세태다. 무거운 삶을 지고 살다보면 삶을 완성하든 미완성이든 때가 되면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랑의 사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으로 깃들고 받들면서 힘없고 소외되는 늙은 나날을 남은 열정을 서로 나누며 따뜻하게 보듬고 기대고 사는 모습을 보듯 여행을 하던 중, 바닷바람에 몹시 흔들리며 황무지에서 있는 두 그루 늙은 나무를 경건히 바라본 날이 있었다.

▲문희숙 시인은……

경남 밀양 삼랑진 출생
국립창원대학교 국문과 및 동대학원 석사 졸업
1996년 《중앙일보》지상백일장 연말장원 등단
제1회 오늘의 시조, 젊은 시조시학상 수상
2017년, 초정 김상옥문학상 수상
시집 『짧은 밤 이야기』, 『둥근 그림자의 춤』
연구서 〈정완영 연구〉

▲ 기사제공 // 임재도 부울경뉴스 총괄본부장, 소설가, 시인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시인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문학의 대중화를 위한 공익지면입니다. 등단시인이라면 누구라도 이 지면을 이용하여 작품을 발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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