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와 양귀비꽃

                                   옥 영 숙

비개인 주남지에 구름도 마실간 날
달팽이가 목숨 걸고 지켜가는 꿈 하나는
길 건너
양귀비꽃밭에
흙집 한 채 짓는 일

붉은 요 층층이 깔고 옷고름 풀고 싶은
오매불망 마음 둔 곳 수풀 지나 절벽인가
철 철 철
피 흘린 달팽이
양귀비꽃도 얼얼하다

▲ 작가 노트

▲ 옥영숙 시인

무슨 축제나 행사하는 곳을 잘 가지 않는 편이다.
사람 몸살을 하는 까닭도 있거니와
인위적으로 조성된 화훼단지는 들풀이나 야생화보다 정겨움이 덜했다.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조성된 꽃단지는
화려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연일 꽃양귀비가 그 붉음을 토하고 있다기에
햇살 좋고 바람 좋은 날 주남저수지로 산책을 나섰다.
아뿔사, 주남저수지에서 제방과 그 길 사이로 달팽이들이 밟혀 으스러져 있다.
양귀비꽃에 홀린 사람들이 길 건너는 달팽이의 여린 몸짓을 보았을 리 만무하다.
오월이다.
서녘으로 길 떠나기에 아까운 시간이었다.

▲ 옥영숙 시인은 ……

200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사라진 詩』, 『완전한 거짓말』, 『흰고래 꿈을 꾸는 식탁』
열린시학상, 경남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수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경남시조시인협회 감사, 국제펜한국본부 경남지역위원회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다.

▲ 기사제공 // 임재도 부울경뉴스 총괄본부장, 소설가, 시인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시인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문학의 대중화를 위한 공익지면입니다. 등단시인이라면 누구라도 이 지면을 이용하여 작품을 발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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