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

                                                 신 현 순

▲ 사진제공 임재수 사진작가

동이 트려나, 미명의 첫 새벽
도심은 오래도록 거무스레 웅크리고 있다.
건물과 건물들 사이를 잰걸음으로
계단을 오른다.
어둠을 밀어내며 손수건을 찾는다. 여자는
한 장은 나의 것
한 장은 너의 것
다른 한 장은 외다리 의족의
저 남루의 남자를 위해
성전 안은 아직 어둡다

드문드문 엎드린 사람들에게서 쇳소리가 들린다
저 바깥의, 아닌 것에 포로되어 있는 사람들
성전 안에 불이 켜진다
환하다, 오르간 소리가 들린다

▲ 작가 노트

▲ 신현순 시인

하루가 시작되는 미명의 아침, 희망 없는 도심의 빌딩 숲을 뚫고, 보이지 않는 절망을 희망으로 옮기는 대리석 계단, 계단을 오르면 하늘이 좀 더 가깝게 내려오고. 숫한 갈등의 고리가 풀려지듯, 새벽십자가 앞에 남루한 삶을, 그리고 이웃의 찢긴 울음도 말갛게 내어 놓고 간구한다.
성경 한절을 열어 놓는다.
사무엘의 모친 한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여호와 앞에 경배하고 돌아가 사무엘을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새벽기도는 은총의 실체가 되며, 불가사의한 생의 블랙홀을 헤쳐 나가는 힘이 되고, 그리하여 하나님을 신뢰한다.
절대자의 음성듣기를 갈구한다.
절망의 목소리는 쇳소리를 내고 있어도 성전의 불이 켜지는 순간 오르간 음률이 흐르고, 비로소 들리는 음성은 희열로 다가오고 있다.
아마 나의 신은 듣고 있었을까-

▲ 신현순 시인은……
서울 출생, ‘제3의 문단’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정화위원.
시집 『[내 안의 흰 눈]』『[풍향계바람]』외 다수

▲ 기사제공 // 임재도 부울경뉴스 총괄본부장, 소설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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